드레스덴 선언, “통일 대박” 발언과 함께 박근혜 정부 흥행 도와

선언에 그치지 않는 후속 조치 마련과 북한의 긍정적 반응 이끌어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유럽을 순방하면서 28일 독일의 명문 드레스덴 공대를 방문해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통일 구상이 담긴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선언은 지난 1월 6일 연두 교두에서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과 함께 통일 한국에 대한 비전과 대책 논의를 공론화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드레스덴은 독일 통일로 향하는 행진의 통로이자 상징이었다. 통일에 대한 동독 주민의 의지, 자유에 대한 신념을 전 세계에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소였다. 1989년 여름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의 서독대사관에 진입해 서독으로 보내줄 것을 호소했던 동독 주민들이 특별열차를 타고 동독을 가로질러 서독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이자 통로가 바로 드레스덴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3월 28일 드레스덴 대학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제안을 했다. 첫째,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를 우선 해결하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모자패키지 사업 등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둘째,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이다. 복합농촌단지 조성, 각종 인프라 건설 투자 등을 제안했다. 셋째,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을 위해 역사, 문화, 스포츠 교류 등의 장려를 언급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박근혜표 통일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은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는데 초점을 뒀던 역대 정부와는 다르다. 통일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북 정책을 펼치겠다는 통일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전향적인 제안이 인상적이다.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 인프라 건설,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 비정치적 분야를 앞세워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북한은 도를 넘은 행태와 발언 수위를 보이고 있다. 원색적인 말도 서슴지 않는다. <로동신문>은 지난 4월 3일 드레스덴 선언을 “체제 통일 시도”라고 비난했다. ‘핵포기 망상, 체제대결광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범죄적인 반통일 대결행각” 이라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뿐 아니다. 동해안에 미사일까지 발사했다. 북한이 3대 제안에 호응하는 대신 해상 사격훈련 실시, 4차 핵실험 운운 등의 발언한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북한의 이러한 반발과 반응에도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통일준비위원회를 곧 출범시켜 '드레스덴 선언' 후속 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4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이 땅의 평화와 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면서 “국제 사회와 함께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은 드레스덴 선언 중 일부 내용에 호평을 보냈지만 “과연 이 구상이 충분한 현실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데 대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점과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 핵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노력이 없는 교류 협력은 사상누각처럼 금방 허물어질 위험이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서로 다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4월 11일 강원도 양양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개최한 '드레스덴 선언과 통일기반 구축' 토론회가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드레스덴 제안에 대해 “대체로 북한이 당장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나열했다”고 말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현 정부는 전반적으로 북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정책 목표와 수단을 너무 크게 잡는다”며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다. 목표와 수단을 좀 낮게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희관 인제대 교수는 “드레스덴 제안의 3가지 어젠다에서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전제를 문장에 넣지 않았다는 것은 북한의 호응을 유발할 수 있는 측면”이라며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제안도 그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중호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최근 북한이 매체를 통해 드레스덴 제안을 맹비난하지만, 조국평화통일위원회나 국방위원회 등 권력기관이 나서지 않는다. 북한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해석과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선언은 이전 대통령들과 차이점이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 사업이 구체적이다. 유엔과 함께 임신 때부터 2세까지 북한 산모와 유아를 지원하는 모자패키지 사업이 좋은 예다. 북한의 농업·축산·산림 개발을 지원하는 복합농촌단지 조성도 마찬가지다. 인프라 개발을 돕겠다는 제안도 과감하다.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제안한 데서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드레스덴 구상은 통일 준비 작업을 구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드레스덴 구상은 순조로운 통일로 가는 첫걸음이다. 관건은 북한의 반응과 핵 문제 해결에 있다. 현 정부의 요령 있는 대북 설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통일이 대박을 이룰 수 있도록 대통령 직속 기관인 통일준비위원회의가 제 역할을 잘 해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통일에 대한 관심의 열기가 식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