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연재기획(25)풍수지리 정일균 선생

풍수지리 그 증험적 진실을 밝힌다.
증험사례지로 떠나는 풍수기행 8

다시 이어지는 대 학자의 생가 풍수기행
점필재 김종직(金宗直)의 生家를 찾아서
필자가 점필재의 생가를 찾아 나선 것은 2014년 초여름이었다.
2박3일의 일정으로 경상남도 함안군을 돌아 밀양시를 거쳐 부산시 일대의 명소를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두루 살펴보기 위한 풍수기행이었다.
첫째날은, 함안군에 소재한 음?양택 명당을 찾아서 간산하는 일정을 운영했다.
300년 고택의 자리를 지켜온 조홍제 효성그룹창업인의 생가를 비롯한 그의 선영, 주세붕과 그 선대의 묘역에 이어 칠원윤씨 시조의 묘, 그리고 금강원장과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윤증현(尹增鉉)일가의 족장지를 돌아 보았다.
둘째날은, 사명대사(四溟大師) 생가지(生家址)를 비롯 점필재 김종직의 생가와 밀양손씨 종택을 둘러보고, 영남루와 공원일대를 관광하던중 우연히 답사하게 된 작곡가 박시춘의 생가와 점심시간에 들른 식당(향촌)에서 알게 된 안철수(安哲秀 전국민의당 대표)의 생가를 간찰케 된 것은 매우 큰 수확이었다.
셋째날은,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져 유명해진 부산동래구의 야자형(也字形) 음택명당을 살피기 위해 동래정씨시조 문도(文道)의묘를 재혈관점에서 분석하는 과정으로 화지산에서 부터 용맥을 실측한 것을 비롯, 나옹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부산시 기장군에 소재한 용궁사(龍宮寺)를 돌아보고 회정길에 올랐다.
위에 열거된 답사대상은, 증험사례지의 풍수기행 계획(본지, 2015년 9월호)에 따라 간산결과를 편집계획에 의거 본지의 지면에 차례대로 게재할 것이다.
물론 당초계획대로 양택의 범주에 드는 생가터로 제한해서 말이다.
필자가 동호인들과 해마다 상.하반기를 통하여 전국의 원근각처에 자리잡고 있는 음?양택 명당을 찾아 용진혈적의 관점에서 실제적 측정과 답사를 통해 그 재혈의 분석과 평가에 성심을 다하는 것은 결국 이론과 실제의 조화와 사실적 검증을 위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강단풍수의 옷을 벗고 강호풍수의 옷을 입어야
흔히 세속에 빗대어 쓰는 말로 풍수지리학 연구자를 다음 세가지로 일컫는다.
방안풍수와 얼풍수 그리고 진풍수가 그것이다.
이를 좀더 격조있게 새겨보면 방안풍수는 이론 내지는 학문풍수로 바뀌고, 얼풍수는 들은 풍월을 밑천삼는 반풍수로 바뀌고, 진풍수는 말 그대로 이론과 실제를 터득하고 익혀서 용진과 혈적을 관통하는 명실상부의 지사(地師)를 말한다.
위 세가지 유형의 풍수지사중 못해도 진풍수(眞風水)의 수준에 이르기 위한 강한 성취동기와 의지가 마침내 필자로 하여금 전국의 산야를 돌아다니면서 풍수지리의 실제적 진리를 깨닫게 하는 체험수련에 임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번에 점필재 김종직의 생가를 비롯 12곳의 음?양택 명당을 간산하는 기행도 역시 학문풍수와 반풍수의 껍질을 벗고 진풍수로서의 기량을 갖추기 위한 현장수련과 체험의 한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흔히 동양학 연구의 두 가지 경향으로 학계에 회자되는 강단풍수와 강호풍수 중 강호풍수를 지향하는 실천적 의미의 풍수기행이었다는 말이다.
강단풍수는 말 그대로 일정한 교육제도의 학사일정에 따라서 한정된 교육기관의 강단에서 정해진 커리큐럼에 따른 내용을 이해하는 풍수지리학 연구를 말한다.
강호풍수는 실전에서 요구되는 풍수지리학의 이법을 토대로 실제적 적용을 핵심과제로 여기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인걸지령론을 전제로 지령(地靈) 즉 ‘신령스런 땅기운’이 서리어 오르는 명당을 짚어내거나 이미 용사된 음?양택을 재혈의 관점에서 그 진위여부를 가리는 안목을 높이는데 연구의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이다.
필자는 간산대상 한 곳 한 곳을 찾을 때마다 바로 ‘강호풍수’의 신념체계를 가슴속 깊이 새겨서 그 실천에 임하게 된다.
이번 증험사례지의 하나인 점필재 김종직의 생가 기행도 예외일 수가 없었다.

점필재 김종직 생가의 풍수지리적 분석
결론부터 말하면 점필재의 생가터는 매우 주목할만한 큰 명당으로 밝혀졌다.
경상남도 밀양시 부북면 제대리 한골마을 일우에 자리잡은 점필재의 생가터가 양택의 대지명혈로 평가된 것은 다음과 같은 용진혈적(龍眞穴的)의 관점에서 분석된 자료의 근거에서다.
첫째, 혈(穴:명당)의 작성을 위한 내룡(來龍)의 기세는 주룡(主龍)으로서 요건을 잘 갖추었는가?
그러니까 생가터까지 이어져 온 용맥은 참된 용으로서 갖추어야 할 요인을 간직하였는가를 진룡(眞龍)의 관점에서 분석.평가하는 일이다.
참된 龍은 참된 穴을 짓는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침된 용인가를 가리는 제일의적인 요인은 그 용맥이 조종산(祖宗山)을 본원으로 삼아 발조(發祖) 했는가를 가리는 일이다.
〔산도〕에서 보는바와 같이 생가터로 이어져 발달해 온 용맥은 멀리 백두대간에 그 시원을 두고 있다. 사룡산(685m)에서 분행한 산맥은 간괘(艮卦)의 강세룡으로 진행된 대간룡(大幹龍)의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693m의 용각산에서 이어진 강세룡은 준봉인 비슬산(1034m)을 충천의 기세로 치켜세워 싣고 온 지기(地氣)를 크게 응축한 다음, 낙동강 가까이에 이르러서 한껏 회룡하고서 이내 건괘(乾卦)로 행룡 그 세를 이어받아 천왕산(619m)을 거쳐 청도군과 밀양시의 진산이 되는 화악산(932m)을 치켜세운 뒤 또 다시 방향을 틀어 간괘룡(艮卦龍)으로 행룡 생가터의 태조산(太祖山)이 되는 형제봉(552m)을 후중하게 앉혀 세우고 소조산에 이르러 큰 지맥(大枝龍)은낙남하여 종남산(660m)과 덕대산(621m)으로 뻗어간다. 소조산에서 분행된 한 지맥이 건룡으로 나아가서 주산과 현무봉을 세운 뒤에 드디어 생가를 작성하려는 박환(博換)의 행도를 시작한다.
내룡의 상태를 보면서 못내 아쉬운 점은 소조산에서 낙남하는 큰 지룡에서 分行되어 主山으로 나아가는 맥이 곁가지 규모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나〔생가 내룡도〕에서 보듯이 그 규모가 결코 미세하거나 약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필자가 직접 관찰했던 용세 역시 매우 힘차고 변화있는 용맥으로 평가 되었다. 둘째, 현무봉에서 출맥하여 생가터까지 이르는 용맥은 땅기운을 응결?승기케 하는 재혈의 이법적 행도를 이루었는가?
필자가 이미 본지의 지면을 통해 늘 강조한 바 있듯이 풍수지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참된 용의 마무리과정에 작성되는 참된 혈을 찾아 그 혈을 양택과 음택에 요긴하게 쓰는 것에 있다.
그렇게 하려면 진혈(眞穴) 즉, 용맥을 통해 실려온 땅기운이 응결?승기 되는 곳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강세하고 참된 용맥을 변별했다고 하여도 그 마무리 단계에 맺힌 혈처를 찾는데 실패한다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참된 용을 헤아려 그 진위를 변별하는 일과 함께 진혈을 찾아 정하는 재혈(裁穴)의 과정이 더욱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이에 필자는 재혈법의 하나로 음?양맥이 선매맥을 거쳐 상호 교구하는「교구통맥재혈법」을 정립하여 제시한 바 있고, 그 증험사례지로서의 발복된 명당 길지를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본지를 통해 (한국인, 2015년 12월호) 그 이법적 근거와 개념을 밝혀 놓았다.
점필재 생가터의 진혈 여부를 따지는 준거도 교구통맥재혈법에 의거했다.
〔산도〕에서 보듯이 현무봉에서 낙맥한 용맥은 두 가닥으로 발달 그 중 한가닥맥은 점필재의 묘역으로 진행하였고, 또 다른 줄기의 맥은 우선(右旋)의 행도로 박환(博換) 양두태맥인 건술(乾戌:서북→동남)맥을 시작으로 교구통맥의 흐름을 시작한 뒤에 방향을 30˚로 전환 신유(辛酉:서→동)맥으로 연이은 뒤 곧 바로 60˚를 틀어 음두태맥인 곤미(坤未:서남→동북)맥으로 회두 뇌두처를 지나 7.5˚로 꺾어 생가터의 중심축을 이루면서 지기(地氣)의 응결?승기처인 혈장을 작성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살핀 결과 점필재가 잉태와 출태를 기한 생가터는 매우 크고도 참된 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가터에 서리는 참된 지령은 점필재 김종직을 역사적 인물이 되게하는 생득적 요인으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김종직은 서산김씨 김숙자(金淑滋)의 아들로 1431년 6월 밀양부 서쪽 대동리(지금의 생가)에서 태어났다.
점필재 김종직은 그 부친이 당시 경북 선산에 은거한 길재(吉再)에게 성리학을 배웠던 영향을 받아 훗날 사림파 성리학의 도통(道統)을 계승하는 학문적 기틀을 다지게 된다. 1459년 문과 급제 이후 관로에 진출, 승문원박사를 시작으로 함양군수, 선산부사등 영남지역의 관직에 머무는 동안 김굉필, 정여창, 김일손 등 영남사림파의 대표적인 인물들을 문하에 두게 된다.
김종직이 27세되던 1457년에 작성한 「조의제문」을 그 제자인 김일손이 찬수한 사초에 싣게 된 원인으로 훗날 무오사화의 단초가 된다. <조의제문>을 쓴 것은, 중국 초나라 회왕즉 의제의 죽음을 조문하기 위해서 였다고하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내면적으로는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세조를 비판한 내용이였다.

이렇듯 옳지 못한 일에 대한 비판과 지적에는 추상열일의 강직함이 있었다.
조의제문은 결국 김종직 사후(死後)에 부관 참시의 화를 불렀다. 그러나 이 희생은 역설적으로 사림파 영수로서의 이름을 후대까지 널리 기억하게 만든다.
점필재는 세조, 성종대의 대표적인 문장가로도 유명하다.
현재 ‘예림서원’에 소장되어 경상남도 유형 문화재 제175로 지정되어 있는「점필재 문집」은 탁월한 문필가로서의 김종직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성리학의 대가, 정치관료의 특출함, 뛰어난 문장가로서 역사에 빛을 남긴 점필재의 잠재적 능력과 생득적인 끼(氣)는 그 생가터에 서리는 충만한 땅기운을 받고 잉태와 출태를 기했던 영향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가 바로 풍수지리의 메시지다.
인걸지령론의 증험사례지로서 김종직의 생가터는 오래오래 인구에 회자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