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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봄
김 원
꽃씨 하나
흙에 뿌리면
봄은 또 하나의 생명을 얻는다
모른체 모른체
사랑 하나 하늘에 뿌리면
봄은 또 하나의 그대를 얻는다
꽃씨 하나 뿌린다
꽃씨 하나 하늘에 뿌린다
모른체 모른체
사랑도 하나 뿌린다
사랑도 하나 흙에 뿌린다
봄은 또 하나의 생명과
또 하나의 그대를 얻는다
나즉히 허리 편
눈부신 그대의 봄
하나의 꽃씨와 사랑을
연실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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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BLUE )
김 원
파랑의 물결속으로
굳어 있는 모든것을 던져버리자
이글거리며 타는
검은 눈동자의 태양이
만삭의 몸으로 휘청거릴 때
날 잊어 가뿐한 푸른 이파리의
맑디 맑은 길을 따라서
휘이익 휘익
부드러운 바람의 입술이
풀 피리 따라 노래 부르고
분홍빛 전설의 아련한 꿈들이
그리움의 즙을 토해 낼 즈음
시간의 간이역 머언 뒷편에선
온통 뒤엉켜버려 얼싸 안은
창포빛 축제가 너와 나의
절기를 수놓았던가
그대여
이제 우리
익어가는 파랑의 물결속으로
굳어 있는 모든 아픔을 던져버리자
굳어 있는 모든것을 던져버리자
체액 흐르는 흥건한 땀
하얀 모시적삼과 치마저고리
등경의 달빛 아래 훌훌 벗어버리듯
굳어 있는 굳어 있는 무거움의
모든것을 던져버리자
익어가는 가벼움의 물결속으로
익어가는 파아란 알몸의 물결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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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땅 위에
꽃은 피어나지 않는다
김 원
거짓과 위선의 황무지에
꽃은 피어나지 않는다
어둠과 비열의 대지 위에
생명의 꽃은 피어나지 않는다
아득한 태고의 옛적부터
천손의 나라 빛나는 이곳엔
청송의 바람이 푸르게 불거나
내 어미 아비의 애끓는 혼이
지천의 사랑을 애달피 찾을 때
고아스레 순결한 꽃망울들은
아름다운 하나의 조국을 위해
힘차게 고개들어 언 땅을 뚫었다
천지를 품어 불의 힘으로 진동하는
찬란히 움터오는 무궁화의 향기를
눈빛 고운 한 송이 성스런 꽃대궁을
기어히 기어히 피어올렸다
청청한 한라의 지평에서
드높은 백두의 산맥까지
뜨겁게 가슴 열어 피어올렸다
오직의 가슴 헤치어 피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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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29
김 원
살고 죽어감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강은 흐른다
시간의 검은 벽을
겁내지 아니하고
가슴의 용기로 흐른다
칼 바람 할퀴는
차가운 동토의 고통을
물결의 손으로 어루만지며
꿈틀거리는 내장의 힘으로
불타는 희망의 돛배처럼
흐르고 흐른다
칠흑의 어둠을 뚫고
무모한 거짓의 산을 넘어
숯불 보다 뜨거운
열정의 활화산으로
쉼도 없이 호흡하며
한강은 흐르고 흐른다
불멸하는 사랑의 힘만으로
박동하는 부활의 힘만으로
끝없이 흐르고 흐른다
우리들의 애환과 모든 슬픔
눈물 보자기로 아우르며
맑게 핀 거룩한 성자의 눈빛처럼
상처난 우리들의 삶을
죄 없는 온몸으로 부딪으며
끝없이 끝없이 흘러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