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설희-작두굿 명인
(인증번호 명인R13-22-04-70호)

“계백의 혼을 오늘에 되살린다”

국내 유일의 당산 작두굿 명인…매년 ‘계백’ 기리는 문화예술제 주최
해외공연도 활발, 지역사회 봉사도 앞장 “후대에 백제의 정신 이어야”

계백장군 초상

계백장군 묘

최설희 명인은 국내 유일의 당산 ‘작두굿’ 명인이다. 지난 2000년 무속인으로 입신했다. “애초 ‘무당’이라고 하면 업신여기는 사회 분위기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달라졌다.”는 최 명인은 “전통 예술의 맥을 이어간다는 마음으로 활발하게 공연도 하고, 행사도 펼치고 있다”고 자부했다. 
무속인으로서 그의 자존감은 어느 누구보다 높다. 그는 “훗날 내 자식이 이 길을 가고자하면 적극 도와줄 생각”이라고 했다. 그때 필요하면 볼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자료로도 남기고 있다. “막내아들도 끼가 있어선지 사물놀이와 랩을 공부하고 있다.”는게 그의 말이다.

최설희 명인

애국애족 정신 깃든 ‘나랏굿’으로 헌신
최 명인이 처음 신내림을 받은 날은 2000년 5월 17일이다. 그로부터 18년을 ‘신의 제자’로 살아왔다. 작두는 2003년에 처음 탔고, 그때부터 이른바 ‘나랏굿’을 주로 해왔다. ‘나랏굿’은 곧 애국애족의 혼이 깃든 것이며, 주변을 위한 봉사와 헌신의 뜻이 담겨있다. 그 무렵부터 ‘나랏굿’은 최 명인의 주업이 되다시피했다. 굿을 통한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봉사를 실천해온 셈이다.
지난해 5월 최 명인은 충남 논산 탑정호 생태공원에서 작두굿 공연을 펼쳤다. 첫 회인 공연의 명칭은 ‘계백의 혼을 깨우다’였다. 그가 모두 기획하고, 총괄한 행사다. 행사를 열게된 계기가 또한 있다. 
“부여, 공주, 익산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어있어요. 그러나 논산만 빠졌습니다. 계백장군을 ‘주신’으로 모시는 저로선 납득할 수 없었어요.”
실제로 논산은 백제와 계백장군의 혼이 서린 곳이다. 계백장군의 묘가 있고, 연무읍 구자곡초등학교에 동상도 세워져있다. 후백제 견훤왕의 묘도 있다. 그런 정기를 이어받아 생긴 곳이 또한 국군 논산훈련소다.
‘계백의 혼을 일깨우다’는 그런 논산의 특수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행사는 순전히 최 명인 혼자만의 노력으로 치러졌다. 정부나 지자체 등 외부의 어떤 도움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논산의 문화적 가치를 대내외에 널리 알리고 싶었다”는게  최 명인의 얘기다.
그 동안 사람들의 선입견이 싫었다는 최 명인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스스로 자유롭고 싶어서 다른 사람의 후원을 받지 않고, 제 힘으로 공연을 했다”고 한다. 돈만 바라보고 무속인 생활을 한다면 내 돈 써가면서 이런 공연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누구한데도 손벌리지 않고, ‘무당도 지역을 위해서 일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무속인에 대한 시선도 바뀌지 않을까 기대한다.

오는 5월 ‘제2회 계백의 혼’ 공연과 행사
그는 오는 5월 20일(토)에도 두 번째로 같은 행사를 같은 장소에서 펼칠 계획이다.
공연의 목적 역시 작년과 같다.
“행사를 하는 목적이랄까요. 바로 ‘백제의 혼’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죠. 아시다시피 논산은 곧 황산벌이며, 계백장군의 유적지가 있는 곳입니다. 계백장군의 싸움터이며, 백제의 정신이 깃든 곳이죠. 그런 곳이 바로 오늘의 논산입니다.”
그런 논산을 살리고, 계백장군을 부각시키고 오늘에 되살려 백제문화를 이 나라에 구현코자 한다는 뜻이다. 그 옛날 백제인의 후예로서 역사 속 주인공인 계백장군을 중심으로 하나된 힘을 이끌어낸다는 의미다.
최 명인은 “정치인이나 정부, 지자체들도 이런 취지를 잘 이해하고 새겼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 제 2회 ‘계백의 혼을 깨우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있다. 발레, 사물놀이, 살풀이, 랩퍼, 판소리, 가요, 작두 등 다양한 문화예술의 정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는 약 300여 명이 참관했다는 최 명인은 “올해는 500여명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백제의 혼과 정신’을 살리는 건 물론, 그 못지않은 큰 뜻이 숨어있다 분열과 배제, 소외가 아닌, ‘화합’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그야말로 ‘화합 한 마당’의 정신을 구현한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행사의 취지이자, 최 명인이 행사를 통해 구현코자 하는 철학이기도 하다.

“‘무당’이란 직업을 200% 만족한다”
현재 국내에서 무신제를 지내는 사례는 계백장군 뿐이다. 최 명인은 “계백장군의 한을 풀어주고자 한다.”면서 “논산에서는 꾸준히 5,000결사대(계백)행사를 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백제시대가 와야 한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최 명인은 “이런 역사적 행사를 통해 계백장군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것은 곧 논산 발전의 초석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계백 정신을 논산의 자라나는 후대에 심어주어야 합니다. 백제의 혼과 백제문화가 활짝 꽃피워야 합니다. 이 행사의 목표가 바로 그런 것이죠”
최 명인은 빙의, 곧 자신의 몸을 빌려 “나라를 위해 내 몸을 던졌다.”는 계백장군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또 “백제가 있음을 일깨워야 한다. 내가 최선을 다해 일깨울 것이다”는 계백장군의 당부도 이어갔다.
최 명인은 스스로에 대해 “신령님의 삐에로, 전령사”라고 한다. “‘무당’이란 직업을 200% 만족한다”고 했다. 그리고 “당당해라”고 무속인들을 격려했다.
특히 정부나 지자체 관계자들에게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시야를 넓게 가졌으면 한다”면서 “특히 백제혼을 살리는 것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해외공연 모습

지구촌 각국 넘나들며 ‘작두굿’ 소개
최 명인의 활동 반경은 국내외를 망라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엔 한독수교 130주년, 파독광부 50주년을 맞아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유럽 현지에서 작두타기 굿 진혼제에 참석했다. 2010년 몽골 징기스칸 추모제에도 최초의 한국 무속인으로 참석했고, 2013년 10월 3일 백두산 천지에서 열린 통일기원 대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새만금 용왕제, 부안 수성당 개양할미 당신제, 문무대왕 당산제, 강원도 감영문화제, 보문산 산신제에도 참석했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굿을 하기도 했다. 해외공연도 수없이 많이 다녔다. 중국, 몽골, 독일(2013년), 대만(2016년) 등 일일이 헤아리기 어렵다. 
그는 “해외공연을 갈 때는 꼭 인삼이나 딸기와 같은 지역특산물을 갖고 가서, 외국인들에게 이를 알리고 온다”고 했다. 작은 경제사절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계백장군을 주신으로 모신 최 명인은 특히 ‘무궁화’가 아직 우리 국화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는 매우 잘못된 것으로, 조속히 국화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논산에선 최 명인이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등잔밑이 어두운 셈이다. 그래서 이번 공연을 계기로 그는 논산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할 계획이다.
특히 “제가 하는 굿이 그냥 굿으로 끝나지 않도록,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과 힘을 합치고 싶다”고 했고, “공연이 기업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게 목표”라고 했다
이런 정성과 노력, 헌신 끝에 ‘시작은 미약해도 나중엔 창대하리라’고 그는 믿는다.

(인증번호 명인R13-22-04-7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