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출근하기가 무섭다

 4월 19일 통계청은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집계’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도권 서민들 삶에 끼친 영향의 단면들이 고스란히 드러난 발표라는 점에서 언론에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주거비 부담만 키워 수도권 ‘전세난민’들은 더 싼 집을 찾아 직장과 학교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밀려나는 것을 감수했다. 서울의 집값 상승으로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난 서민들이 장거리 통근·통학으로 고충을 겪으면서 삶의 피로도가 커졌다. 경기도나 인천에서 살면서 아침마다 서울로 유입되는 인구는 5년간 4만 명 이상 늘었다. 수도권 인구 10명 중 1명은 여러 교통수단을 갈아타야 회사나 학교에 도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는 2010년 125만1000명에서 2015년 127만7000명으로 증가했다. 인천에서 서울로의 통근·통학 인구도 2010년 17만3000명에서 2015년 19만1000명으로 늘었다. 경기·인천 지역을 합하면 5년 만에 4만4000명 증가한 것이다. 서울 바깥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이들이 늘어난 이유는 직장이나 학교를 서울로 잡아두고도 거주를 위해 서울 밖으로 이동한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서울 지역 전셋값이 많이 오르면서 서울 바깥으로 옮겨간 인구가 늘어난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에 비해 인천이나 경기 김포·의정부·양평 등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집값 때문에 일단 서울을 탈출했지만 이들 대다수는 장거리 통근·통학으로 출퇴근길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 인구 중 직장이나 학교까지의 소요기간이 1시간 이상인 인구는 전체 통근·통학자의 26.9%인 392만9000명이었다. 수도권 인구 중 통근·통학 시 복합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이들은 165만6000명으로 전체 통근·통학 인구의 11.4%에 달한다. 2010년 145만1000명에서 5년간 20만5000명 증가했다. 경기 지역 정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소요시간도 문제지만 광역버스를 비롯해 경기에서 서울로의 통근·통학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며 “재정적인 이유 등으로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부동산 때문에 옮겨온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통계를 보면 2010년부터 5년간 수도권에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인구가 늘었다. 5년 전 거주지 기준으로 2015년 수도권에 전입해온 인구는 238만7000명, 전출된 인구는 255만명이었다. 16만3000명이 순유출된 것으로, 수도권에서 순유출은 1971년부터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다. 수도권 유출인구가 늘어난 것은 특히 서울의 대규모 인구 이탈 영향이 컸다. 경기도만 보면 2015년 순유입 인구가 34만3000명이지만, 서울에서 옮겨온 인구는 57만1000명으로 22만8000명이나 많았다. 서울에서 수도권 바깥으로 빠져나간 이들의 다수는 세종시나 혁신도시로도 이동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 가족의 이동이 한 원인인 데다, 높은 주거비 탓에 탈(脫)서울 인구의 이동이 세종·충남 등 경기 이외까지 확대된 것이기도 하다. 서울에서의 인구 이탈은 박근혜 정부 부동산 정책의 영향도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2015년 기준으로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실제 주거비(월세·관리비)는 사상 처음으로 7만원을 넘었다. 또 서울의 전세보증금이 주택 매매가격에 육박할 정도로 오른 곳도 있었다. 치솟는 전셋값을 피해 서민들은 서울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밀려났으며, 아예 경기권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서울 안에서 통학·통근 시간도 늘어났다. 2010년 평균 36.5분에서 2015년 39.3분으로 3분가량 증가했으며, 통근시간만 놓고 보면 통계 시작 후 최초로 40분을 돌파했다. 가장 덜 걸리는 전남(19.2분)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같은 서울이지만 직장이나 학교까지 이동에 1시간 이상 걸린 인구도 늘고 있다. 한편 서울에서 빠져나간 영향으로 인천·경기 인구는 많아졌지만, 이 지역에선 낮에 인구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상주인구에 통근·통학으로 유입되는 인구를 반영해 수치화한 ‘주간인구지수’를 보면, 서울은 108.1이었으나 인천(92.2)은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