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것들> 시리즈로 30여년 동안 자연과 동화된 작품 선보여와”

6월15일~ 7월15일까지. 오스트리아 - ‘한인문화회관’
<색채로 품는 이혜순전> 전시

“한국미술의 우수성, 독창성 알리고자”

색채의 마법사  이혜순 작가

최근의 미술계는 장르와 예술적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하고 창조적으로 표출되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중 한국화단의 여성파워 작가들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색채의 마법사 이혜순 작가가 자연 속 누구나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소재에서 느껴지는 심상의 화폭을 새롭게 해석하며 미술계는 물론 대중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작품에서 나타나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 그리고 그 이미지를 우주와 시간의 개념을 초월한 몽환적인 모티브를 끌어내어 미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켜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작가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이들이 합일됨을 독자적인 미학으로 승화시켜냈다. 여기에 다채로운 색감속에서 명암의 대비와 질감, 그리고 입체감을 통한 표현의 극대화를 이끌어 내며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작가로 성장해왔다. <월간한국인>에서는 오는 6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오스트리아 한인문화회관 개관 5주년 기념 및 제4회 한국문화축제 초청전시회를 앞두고 있는 이 작가에게 전시회 준비과정, 작품세계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함께가는것들 2007-A mixed media130 x 130 cm

작업에 대한 놀라운 집중과 열정으로...
 이혜순 작가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작업실은 경기도 파주시 DMZ에 위치해 있었다. 남북한 군사경계선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이혜순 작가의 작업실, 공교롭게도 옛 신사임당(율곡 이이 선생의 어머니)의 작업실이 있었던 곳으로 이곳에서 신사임당이 그림을 그렸던 소재였던 풀벌레, 들꽃, 산머루, 물고기 등 자연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을 재해석하며 캔버스에 그려내고 있었다. 이화여대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전업작가로 걸어왔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할 공동묘지 앞 작업장을 비롯 조용하고 한적한 곳들에서 작업해온 그녀는 지금의 파주 DMZ에 작업실을 둔 것도 언젠가 열심히 노력하면 내 작업이 인정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스스로의 채찍과 열정이었다. 오로지 작업에 고스란히 젊음을 바쳐온 이 작가는 자고 일어나면 작업하는 등 10시간 이상을 작업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 길이 어딘지 알지 못한채 하염없이 기나긴 터널속을 지나왔습니다. 작품에서 이미지를 찾고, 그 속에서 연구하고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씨앗과 열매에서 경이로운 자연의 질서와 거대한 우주적 교감을 나누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관찰을 통해 내면의 세계를 듣고 붓을 통해 표출해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자연의 이미지를 그리는 작가는 그 자연속에서 체험을 통해 직접 영감을 얻고 비로소 합일이 된다는 이 작가의 말을 들으며 기자 역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니었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무섭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무서움은 사치에 불과했습니다.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하면서 다른 잡 생각을 떨쳐낼 수 있었다는 이 작가는 평생 그림과 함께 한다는 생각에 더 좋은 작품, 더 나은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고 싶은 욕심으로 견디어 낼 수 있었다고 귀뜸했다.  

함께가는것들 2011- A mixed media 40x40cm x 6

궁금한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재미 쏠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풀같이 하찮은 것들로 우리는 생각하지만 그속에 생명을 담고 우주의 기운을 담아내는 그녀의 창조적인 재해석은 결코 쉽지 않는 작업이자, 긴 시간을 요구하는 마라톤 같은 여정이다. 대형 캔버스에 세필로 하나하나 묘사하며 가필하고 긁어내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는 인내력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일까?
그러한 그녀의 정성들이 녹아든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는 눈과 마음, 그리고 영혼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DMZ 주변을 살펴보면 다양한 세상이 존재합니다. 미물들 조차 무언가아 열중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치 생존의 몸부림을 볼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작가는 낙엽이나, 열매씨앗, 모든 것들이 떨어지면 주변의 가득참이 보이는데 어느순간 사라져 버립니다.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과 변함없는 자연 순환 사이클을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최근 들어 보다 한 단계 승화된 작품 완성도를 선보이고 있는 이 작가의 작품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궁금한 퍼즐을 풀게 만드는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확대경을 보고 자세히 봐야할 만큼 보일만한 작은 생명들이 가득찬 화폭속에 아름다운 우주와 별빛, 그리고 미물들과 함께 호흡하며 숨어있는 미로같은 정원을 발견하게 된다. 

자연과 상생하며 좋은 작품 그려내고 싶어
“인간은 홀로 살수 없는 존재입니다. 자연과 서로 공존하고 상생하지요. 자연은 우리에게 먹거리 등 최고의 귀한 선물을 제공하며 우리는 감사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벌써 자연과 함께 한 삶이 15년째 이르고 있습니다. 쉽지 않는 여정이지만 주위분들의 배려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올곧이 작품에만 집중하며 자연과의 동화된 삶을 살아가는데 이 작가는 주위분들에게도 공을 돌렸다. 요즘은 금속공예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배워 회화의 한계를 극복하며 작품화하려고 노력중입니다.” 대중들에게 양파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녀는 까도 까도 새로운 것이 나오는 양파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저의 모든 작품명은 큰 틀에서 <함께가는것들>입니다. 여기에 단순히 년도와 넘버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작업실 주변의 허름한 야산에서 삐쩍 마른 박주가리 일부가 터져나와 솜사탕 같은 씨가 맺혀 있는 모습에 영감을 얻어 지금껏 자연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자 노력해온 그녀는 30여년 작품활동이 그저 생활이고 삶이 되어 버렸다. “제가 작품에 임하면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있다면 열매, 즉 모티브입니다. 예컨대 아주가리 열매씨가 돼지코 같이 보이면 물체의 변함(데포르마시옹)을 통해 단순화 시켜 그 안에 우주의 세계를 투영시킵니다. 그러한 작업들을 통해 자연과 호흡하고 있습니다.”

6월15일부터 오스트리아 <색채로 품는 이혜순전> 전시
오는 6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한달간 오스트리아 한인문화회관 개관 5주년 기념 및 제4회 한국문화축제 초청전시회 <색채로 품는 이혜순전>을 앞두고 있는 이 작가는 총30작품 60호 18점, 소품 12점을 전시할 계획이다. 이번 초대전은 음악의 도시이자 문화의 도시인 오스트리아에서 우리의 미술문화를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한국 미술의 우수성과 자연적 독창성이 세계에 널리 알려질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도나우강 파크 공원내에 위치한 전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교통의 요지로 보다 많은 이들이 관람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와 외교부에 바람이 있다면 해외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가들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좀 더 신경쓰고 노력한다면 작가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작품에 매진하며 보다 좋은 작품들로 세계에 국위선양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있기를 희망합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작가는 “저의 계획은 따로 무엇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생활인 제 작업을 하루하루 진행해 나가는 것이지요. 그저 늘 하던 작업에 몰두할 뿐입니다. 전시를 계획할 마음으로 작업을 하면 좋은 작품이 나오질 않습니다. 제가 대중들에게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인 “욕심을 버리고 자연의 위대함에 순응하라.”처럼 마음을 비우고 노력하면 그에 대한 좋은 결실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