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얼마가 적당한가?

월간 코리아 인(人)의 창간을 맞아 어떤 주제가 의학 칼럼에 적당할까 생각하다가, 평소에 가장 많은 질문을 받는 주제를 선택했다. “얼마짜리 건강검진이 적당한 거에요?” 그렇다. 이런 질문이 생길 만큼 건강검진은 일이십 만원에서 천 만원까지 다양한 가격이다. 비슷한 상품이 이렇게 100배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어떤 상품이던지, 비싸면 좋다. 단 가성비, 즉 돈 값을 하는가는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엔 건강검진도 마찬가지이다. 비싸다고 좋은 것이 그 값을 하는 것이 아니고, 싸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건강검진에 대한 두 가지 사실을 알려 드린다.

첫째, 건강검진은 병원의 큰 수익원이다. 병원이 자의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둘째, 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건강검진의 검사는 대부분 정상이다.

첫 번째 이유로 대형병원은 천 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책정해서 다양한 검사를 넣어서 건강검진을 판매한다. 하지만, 병원에서 가능한 모든 검사를 한다고 해도 사람 몸에 생긴 모든 병을 알아낼 수는 없다. 두 번째 이유로 건강 검진 검사는 형식적이기 쉽다. 환자와 달리 건강한 사람은 대부분 정상이기 때문에 검사도 정상이라는 가정하에 형식적으로 하기 쉽다. 소형 혹은 영세병원은 20만원 미만의 건강검진을 한다. 비 의료인을 고용하기도 하고, 전문의가 아닌 사람을 주로 고용한다. 가끔 검진에 관계된 오류와 분쟁이 생긴다.

그럼, 건강검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매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본인의 생일 즈음에 열심히 산 자신에 대한 선물로 생각하라. 천 만원 검사를 10년에 한번 하는 것보다 100만원짜리 검사를 매년 하는 것이 수 백배 좋은 효과가 있다.

둘째, 책임감 있는 기관을 선택하라. 의료 기관의 이름을 걸고, 또 문제가 발생할 시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기관은 되어야 한다. 종합병원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셋째, 적당한 가격이어야 한다. 5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는 되어야 한다. 그 이하 가격으로는 필수 검사에 해당하는 검사를 진행하기는 어렵다. 그 이하의 가격을 맞추어야 한다면, 대부분 검사가 정상이라고 가정하고 경험적은 의사가 일반적인 횟수보다 훨씬 많은 검사를 빠른 시간 안에 마칠 수 있다. 그러면 작은 크기의 암은 놓칠 수 있다.

넷째, 건강검진의 목표를 알아야 한다.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아니다. 건강검진은 증상이 없는데도 몸에 생기는 초기암을 빨리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목표이다. 몸에 이상이 있으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행복할 때, 갑자기 절망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질병에 대해서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가 건강검진이며, 필자는 선택 사항이 아닌 꼭 해야 하는 본인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고흥규 교수는 1996년 연세대학교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친 후에 2007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조교수, 2009년 국립암센터 부교수를 거쳐, 2012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수술을 하지 않고 종양을 제거하는 종양인터벤션을 전공으로 진료에 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