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노모
  

물기마른 나무위에 곱게 앉았다
하얗게 분칠하고 솜옷 입으니
사는 것 같다
거친 피부에 스며드는 건 
차거움과 외로움이다
어쩌다 청솔모 다가오면
말을 건네기도 전에
저만큼 가 버린다
하얀 솜옷도 곧 떠날거야
얼어붙은 땅속엔 달콤한 꿀쨈도 있고
온기도 있어 견딜만 할 거야
봄이 오면 
그리운 친구들도 다시 돌아올거야
사랑하는 가족도 생길거야
불어오는 바람 눈꽃 쓸어가고
누워있던 나뭇가지 다시 일어선다

하얀 허수아비
      

전등불이 흔들린다
흐르는 빛이 휘어져 내린다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슬퍼진다
흘러가버린 지난세월
덕지덕지 붙은 세월의 흔적이
농녹아 거칠게 긴 한숨으로 이어진다
사랑의 힘이였나 가여운 고운님
곁에서 바라보는 허수아비였어도 괜찮았다
창백한 표정에 내마음 사슬에 묶여
한 순간도 내려놓지 못하였다
차거운 밤하늘을 지키는 가로등처럼
휘어진 동공에 촉을 실어본다
온전치 못한 육신 
너가있어 지탱할수 있었다고
바람에게 말했나?
두귀 세우고 조용 조용히 들어도
저만치 바람이 쓸고 가네
가슴에 차거운 회오리바람이 분다
오염된 님의 속뇌 다 쓸어가라
눈물이 쏟아진다
허무함만 남는다
긴 시간속의 흔적들이
어지럽게 섞여간다
바람이 그치니 
흔적을 잃어버린 그 자리
하얀 허수아비가
맨 몸둥아리로 서 있다

그렇게 하얗게 서 있다

홍시
  

창공에 떠가는 구름은 알겠지
덩그러니 혼자 앉아있는 홍시
사력을 다해 붙잡고 있는 메마른 가지는
생명줄 이었을까
그 곱던 모습 
춥고 배고픈 설움 양기 나누니
주름진 얼굴 거무스름하게 멍울도 져 있네
지나가던 까치 한입 꾹 뜯어도 
그냥 내어주는 고운 홍시
언제 또 오려나
남은 달콤함마저도 다 주고 싶은데
둥지를 떠난 까치들은 불러도 기척 없고
천리 길 달려온 달님만 내 곁에 머물러
외로운 길동무 되어주네

소통
 

나는 꿈을 꾸었지
그곳은 아주 넓고 아름다웠어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달리기도 하지
그곳은 희망만 있었어
나는 말했어
알아들은 듯 옹알이 하고 있었어
나는 웃었어
귀엽고 예쁘다고 난리였어
표정으로는 전달되지 않았어
그래서 그냥 울었어
밥도 주고 축축한 옷도 갈아입혀 줬어
나의 울음은 언어를 표현한 것이였어
세상에 나오니 어렵고 복잡한 것도 많네
내가 어른이 되면 아이에게 말할거야
너는 꿈이고 희망이라고

아태문인협회 부이사장
한국신문예문학회, 작사작곡가협회회원
우리건설. 대흥신도시건설 이사
노년신문(주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