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려는 태도는 화만 불러온다.  

유영태 교수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기계시스템·미래자동차공학부

우리는 많은 친구들과 교재하면서 지낸다. 때로는 친구가 가족이 해결 해 줄 수 없는 일을 해결 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 동안 정답게 지내던 친구사이에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일은 별도로 하고, 돈독했던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였을 때이다. 가르치려는 듯한 태도는 우월적 자만심이 묻어나기 때문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거부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게 때문에  가까운 친구사이라도 가르치려는 듯한 충고는 득보다 손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하여 소중한 우정을 잃어 회복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이야기 하는 도중에 마음이 상하여 ‘너 지금 나를 가르치려고 하는 거냐?’라는 반응을 내 놓으면 서로 싸우자는 뜻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필자는 30년 가까운 세월을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그래서 매년 새 학기가 되면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래 이기도 한다. 개학이 되면 긴 방학 동안 정막에 쌓였던 교정에 새로운 생기가 넘쳐흐른다. 창문너머에서 남학생과 여학생들을 서로 깔깔거리며 떠드는 상큼하고 청명한 소리가 듣는 사람의 마음도 들뜨기 한다. 몸은 책상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하늘에 울려 퍼지는 청풍 같은 목소리에 이끌려 창문 밖으로 내 달린다. 그러면서 문뜩 지난날 교수로 임용되었을 때 들었던 유머가 불현듯 생각난다. 전임강사는 자신이 아는 것도 제대로 못 가르치고, 조교수는 자신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치고, 부교수는 자신이 아는 것을 가르치고, 교수는 학생들이 아는 것을 가르친다는 내용이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새삼스럽게 이 우스갯소리가 일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쳐든다. 
 연구와 다르게 교육은 철저하게 수요자 입장에 서서 준비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배우는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듣고 싶은 내용을 강의 하라는 의미이다. 교육자 스스로 내가 멋진 지식을 이렇게 많이 알고 있다고 자랑하듯이 하는 강의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 일부 학생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겠지만, 일부 학생들에게는 이해하지 못할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들려 학업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교육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학생일지라도 스스로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어 자신이 근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내면의 능력을 발굴하여, 각자의 목표를 결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마음에 추진력을 가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배우는 사람에게 자신에 대한 재발견을 심어 주는 사람이 교육자라고 생각한다.    
  교육자로서 교수의 임무는 기본적으로 교육 연구 봉사로 나누어진다. 이 중에서 연구자로서의 주요 업무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사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참 어렵고 고통이 따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세상에 얼굴을 내민 많은 이론은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쉽게 이해 할 수도 있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이해가 되는 이론도 있다. 교육자는 배우는 사람이 쉽게 다양한 지식에 접근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단순히 아는 단계를 넘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하는 사람이다. 설득하기 위해서는 배우는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접근해야 설득이 가능해진다. 이런 과정을 수행하는 교육은 일종의 지적능력 향상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지적능력 향상훈련을 통해 배우는 사람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무한 잠재 능력이 밖으로 나오도록 끄집어내는 일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는 사람이 잘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잘 하는 것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이란 의미다. 그래서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끄집어내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내면의 세계에 갇혀 있는 보물 같은 가능성은 아주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에너지로 감동의 주파수를 보내야만 울림이 발생한다. 울림이 커져야 밖으로 나온다. 교육자는 일반인은 보지 못할 수도 있는 장점을 관찰하여 내면에서 울림이 되어 나올 수 있도록 끄집어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이 내는 아름다운 선율도 악기를 구성하고 있는 재료 특성에 맞는 울림이 있어야 좋은 소리를 낸다. 그 울림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외부에서 진동을 주어 이끌어 낼 때 아름다운 소리가 우리 공간에 울려 퍼진다. 마찬가지로 교육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특성에 걸 맞는 잠재능력에 울림의 진동을 주어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잠재력을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연구해서 울림의 감동을 주는 일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울림을 주는 감동이 동기유발 시키기 때문이다.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가능성 이 있다. 나쁜 악기는 없고, 다만 어설픈 연주자가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배우고자 하는 나쁜 사람은 없다. 어설픈 생각으로 가르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해 악기마다 특성에 맞는 공명 주파수가 있듯이 배우는 사람이 듣고 싶은 노래가 있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여기에 교육자는 조율을 해야 한다.  
 이것을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일생 동안 아끼는 사람이 참 많다. 아끼는 만큼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이런 바람을 전달 할 때 자칫 잘 못 전달하면 듣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수가 있다. 가르치려는 태도 때문이다. 가르치려는 태도 때문에 진정성은 전달되지 않고 마음에 상처만 남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이해 할 수 없는 노래를 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울림이 없는 이야기는 공명이 되어 아름답고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주지 못하게 된다. 감동이 없는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지 못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비로소 느끼게 된 것이다.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울림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이런 생각은 모든 사람들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절친한 친구를 위한 말 일지라도 울림이 없는 이야기는 아름다운 소리로 공명이 되어 울려 퍼지지 못한다. 내면의 세계와 조율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 마음이 공명으로 진동하여 아름다운 울림으로 반응하는 감동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