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지휘하고 삶을 나누는 문화행정가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이종덕 원장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이종덕 원장

‘예술행정의 달인’, ‘인맥의 황제’, ‘예술행정의 마에스트로’ 등 예술계의 거목으로 반세기 여 동안 대한민국 예술계를 이끌어 온 단국대학교 이종덕 문화예술대학원장을 일컫는 수식어이다. 국내 문화예술계를 안팎으로 아우르는 거미줄네트워크로도 유명한 이종덕 원장이지만 본인은 정작 ‘뒷 광대’일 뿐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앞 광대인 배우가 무대에서 빛날 수 있도록 나와같은 문화공무원이나 공연예술 경영자들은 무대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역할을 묵묵히 감내해야 한다”고 겸손히 말을 잇지만 이종덕 원장은 이미 예술 행정 분야에서는 신화와 같은 존재이다. 

- 대한민국 문화예술 행정가 1세대, 길을 닦다
경복고와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로 공직을 시작한 이종덕 원장은 1963년 문화공보부 문화과에서 공연예술 실무와 문화예술정책연구관으로 예술계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시작해서 서울예술단,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과, 성남아트센터, 충무아트홀 등 국내 주요 문화예술기관장을 역임하면서 예술경영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에 예술인을 위한 대중문화의 초석을 다지기 시작했다. 명창 안숙선, 국악인 김성녀, 발레리나 강수진 등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다른 기관으로 움직일 때마다 특유의 열정으로 새바람을 일으키고는 했다. 197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를 수상한 정명훈을 위해 김포공항에서 광화문까지 카퍼레이드를 진행하고, 2002년에는 발레리나 강수진이 몸담고 있던 세계적인 발레단 슈투트가르트 공연단의 국내 초연을 성사시켰다. 특히 슈투트가르트발레단 공연은 내내 매진 세례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발레 공연 역사상 최초로 흑자를 기록했다. 

성남아트센터 재직시에는 성남시의 문화예술활성화를 위해 ‘김훈’의 <남한산성>을 제작 했는가 하면, 충무아트홀에서는 자체 제작한 <프랑켄슈타인>으로 115억이라는 수입을 올린 엄청난 일을 일궈낸 장본인이다. 이일은 우리나라 흥행사상 처음인 역사적인 사건이며 수 많은 신기록이 줄을 잇는다.
이종덕 원장 특유의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난관도 많았지만 정면돌파하는 승부사의 기질과 오랜시간 단련된 협상의 기술이 무기가 되어주었다. 예술의전당 취임 이후 이종덕 원장은 관료주의와 권위주위에 빠져 고객을 등한시 하던 조직문화의 쇄신을 가했다. 
고객중심으로 저명인사에게 안내를 하는 안내틀을 규격화 하였고, 서초동 주민들을 위한 무료 영화를 상영하는 등 행정의 변화로 인해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기 시작했지만 빠른 개혁에 노조원들의 반발도 거세었다. 콘서트홀 앞에서 꽹과리를 치며 시위중인 노조원들에게 진심으로 이해를 구할 수 있도록 열정적인 토론과 진정성있는 호소력으로 분위기를 안정시킨 다음, 노조원들에게 인정을 못 받을시 이 자리(사장직)를 떠나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바로 그 자리에서 익명투표로 진행한 결과, 47대 11로 힘을 실어주었다. 이리하여 처음으로 예술의전당 사장자리 3년임기를 처음으로 마친 인물이 된것이다. 

- 시대의 낭만파, ‘차라리 손해를 보자’ 
문화예술계의 산 역사인 이종덕 원장은 공직 55년 동안 여권과 야권이 번갈아 정권이 바꿔도 기복없이 공연예술계 요직을 거쳤다. 정치 쪽에서 부는 바람은 맞지도 않으며 예술행정의 전문성과 열정으로 한결같은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종덕 원장이 세종문화회관 재직 시 광화문을 문화예술의 본산으로 이끌기 위해 ‘낭만파클럽’을 만들었는데, 낭만파클럽의 20가지 원칙이 정말 낭만적이다. ‘차라리 내가 손해본다’, ‘따지지 않는다’, ‘절대로 남의 나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등의 원칙은 이기주의가 당연한 시대에 경종을 울린다. 지금도 이종덕 원장은 낭만파클럽의 원칙을 삶의 철학으로 삼고 있다. 1974년부터 ‘그대 있음에’라는 자선공연의 연으로 나환자 정착촌인 ‘성 라자로 마을’ 돕기 활동과 회장직을 두 번씩이나 맡은 이유도 평소 생활철학의 결과이다. 순수한 봉사단체인 ‘성 라자로 마을’ 돕기회의 활동으로 “성 라자로 마을을 통하여 나눔과 봉사에만 집중하면서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고 회고하며 덧붙여 “불의나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나눔을 통해 실감했다”고 이종덕 원장은 이야기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종덕 원장에게 헌정 출판기념회를 먼저 제안한 것은 바로 충무아트홀사장 재직시 동료, 후배, 제자들이었다. 만류하는 이종덕 원장에게 헌정 출판이라는 문화 조성을 역설하였고, <공연의 탄생>이 출간되었다. <공연의 탄생>에는 문화예술 행정가로서의 노하우와 문화예술의 르네상스를 이끄는 비결도 수록되어 있다. 2004년에는 <내 삶은 무대 뒤에서 이루어졌다>는 에세이집도 발간하였다. 

이종덕 원장의 나눔은 소외된 이웃에만 국한되지 않고 봉사단체인 국제예장로타리를 창설하는가 하면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성남아트센터, 충무아트홀 등 가는곳마다 후원회를 결성하고, 본인이 직접 가입함으로써 문화활성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와같은 나눔의식은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인재양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살아오며 수많은 기록을 경신해 온 이종덕 원장은 현재 대한민국 최고령 현역교수로 또하나의 기록을 채웠다. 공직에서 교직으로 이어지는 제2의 인생이지만 이종덕 원장의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든 결정이었다. 평소 늘 은퇴 후에는 현장과 학계를 잇는 네트워킹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고 그 길을 단군대학교 강단에서 열리고 있는 것이다. “후학들에게 현장에서 느끼고 깨달았던 지혜를 나누고, 그들의 가는 길을 뒷바라지하는 멘토링을 되기를 그리고 후배들이 현장에서 지칠 때 잠시 돌아와 쉴 수 있는 열린 아지트”를 꿈꾼다는 이종덕 원장은 이미 그런 대학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아무도 무엇도 본보기가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문화예술 경영분야를 헤쳐왔지만 후배 및 제자들에게 좀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예술인들을 지속적으로 후원하며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이 내 마지막 소임”이라며 담담히 토로하는 이종덕 원장의 모습 속에서 이 시대, 진정한 어른을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