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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만해 기념관에서 만난 그 남자
강미경(시인, 여행작가)  |  kore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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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3  15: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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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만해 기념관에서 만난 그 남자
                                                     
 

   
 

그를 만나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다시 남한산성을 향해 출발, 8호선 산성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로 이동하여 그의 기념관을 찾았다. 텅 빈 곳에 그곳을 찾은 이는 우리 일행 둘뿐이었다. 
기념관 관장님에게 설명을 청하여 들으면서, 심우장에서 보았던 것이나 인제 문학관에서 보았던 것들을 복습하는 착한 학생이 되어 또 한 번 만해에게 손을 내밀어 본다. 기념관은 그리 넓지 않았다. 둘러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야 만해가 내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부모의 주선으로 결혼을 한 14세의 소년. 아들까지 낳았지만 그는 가정에 맘을 붙이지 못하고 집을 나와 이 절 저 절을 떠돌며 불경을 공부한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나 남편으로는 빵점이었다고 누군가 비난할만하다.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마음을 불경으로 채우려는 듯 그는 청년의 때에 불교 공부에 몰입한다. 조선 시대의 사찰은 깊은 산중에 자리하고 있던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만해는 백담사 스님이 된 후에도 강원도 깊은 산골 사찰에만 머물며 수도에 힘쓰지만은 않았다. 그의 스승 김연곡 스님의 도움으로, 세계정세와 서양철학에도 관심을 갖고 세계 일주 여행을 계획하고 시베리아까지 여행한다.

 그를 찾아 떠났던 몇 차례의 행보를 통해서 왜 그렇게 그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를 알게 되었다. 그는 통도사에서 방대한 8만대장경을 한글로 일일이 모두 번역하여 [불교대전]을 펴낸다. 그의 집념과 노력이 대단하다. 불경을 쉽게 읽게 하고자 하는 불교 대중화에 힘쓴 공로 중에 하나이다. 그의 생애 가운데 [불교 대전] 하나만으로도 그는 큰 업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쓴 [불교유신론]이나 그가 조직했던 불교비밀결사 단체 ‘만당’이나 그가 발간해낸 불교 잡지 ‘유심’, ‘불교’ 등을 펴낸 것도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그가 민족대표 33인 중에 한 사람이었고, 독립선언서의 공약3장을 썼다는 역사적인 사실 앞에 우리는 그리 감동하지 않는 것 같다. 독립선언서를 썼던 최남선도, 민족대표 33인들도 나중에는 어찌했는가를 우리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독립운동가들 중에 만해 한용운 선생이 우리 후손들 마음에 깊이 자리를 잡고 파고드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그가 남긴 여러 업적도 훌륭하지만, 끝까지 친일을 거부하는 태도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또한 <님의 침묵>이나 <흑풍>, <후회>, <박명>과 같은 소설은 감성의 미학 원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라는 감각적인 표현으로 그는 시대의 아픔을 비유적으로 표현해낼 줄 알았던 시인이었던 것이다. 딱딱한 불교 경전보다도 그가 두드렸을 목탁소리 보다 더 강렬하게 우리들의 마음을 두드렸던 것은 시어 하나 하나의 강한 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영국은 “셰익스피어와 인도를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차(茶)와 면섬유와 노예를 제공해주었던 영국의 식민지, 인도라는 기름진 고깃덩어리 보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선택하는 영국인들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푸른 산 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이라는 님의 침묵의 구절을 생각하면서 성북동 골목길을 올라 그의 심우장을 낮에 다시 찾아보았다. 다섯 번째 행보다. 그의 방에 걸려있는 침묵의 사진 속에서 만해는 뭔가를 말해주고 싶은 것 같아 보였다. 물질을 숭상하는 이 시대 우리들에게…….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紅顔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白髮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微笑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健康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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