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음범패 교육 통한, 한국 전통 불교 계승에 앞장서다.”

‘범음범패’는 소리의 중요성보다는 부처님 말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음성공양

한국의 전통적인 예술대학 설립 - 숙원과제

재단법인 천년고찰 청련사  이사장  상 진 스님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석현리 개명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청련사는 예로부터 천년고찰로서 불자들을 비롯한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사찰의 느낌이 전혀 보이지 않는 세련된 외관과 전통적인 느낌이 공존하는 이곳에 처음 발을 디디면 대적광전이 한눈에 들어온다. 밑에서 보는 느낌과 다른 훨씬 웅장하게 보이는 청련사는 대웅전, 대적광전, 원통보전, 명부전, 귀적당, 원통보전, 관음전, 삼성각, 만불전, 윤장대, 종각, 안정불교대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청련사에서 부처님의 청정한 음성을 중생들에게 전하고자 열정을 다하고 있는 상진스님은 소리를 공양하는 범음범패(梵音梵唄)를 통해 불교의 가르침을 전해오며 불교계에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 20여년간 강단에 서며 학인스님들에게 범패를 가르쳐온 스님은 범패는 “스님들의 종교적 사명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써 포교불사의 원력을 세우는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범음범패는 소리의 중요성보다는 부처님께서 설하신 경전의 말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음성공양으로 세계 어느 불교 국가도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만의 불교 전통의식으로서 우리나라의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에 등재가 되었으며 불교 발전과 대중화를 위한 든든한 힘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월드컵유치기원 10만 관중 대법회를 비롯 6.25 참전용사 위령 영산대재 공연, 남북평화통일기원 영산대법회, 뉴욕 카네기홀에서 펼쳐졌던 한국문화예술 5000년 공연 등 수많은 공연 연출 및 출연으로 범음범패를 널리 알리고 활성화 하는데 기여해 온 상진스님에게 청련사에 대한 소개, 그리고 범음범패에 대한 의의와 종교적인 역할, 생활철학과 앞으로의 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눠봤다. 

국태민안(國泰民安) 기원하는 호국사찰 청련사
신라 흥덕왕 2년에 현 수도인 서울시 성동구 하왕십리동에 안정사란 사명(寺名)으로 창건된 안정사는 당시 조선시대에 이르러 태조이성계의 왕사(王師)였던 무학대사께서 주석하였으며 조선의 새로운 도읍을 정해 달라는 태조의 부탁으로 기도를 모신 후 회향 시 뒤뜰에 핀 연꽃에 상서로운 기운이 서린 것을 보고 무학대사가 청련사(靑蓮寺)라 개명하였다고 한다. 청련사는 1950년 한국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나 덕 높은 스님들의 원력으로 중수되었으며 2010년, 수년간 길지(吉地)를 물색하던 끝에 사찰을 양주시 장흥면으로 옮겨 복원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는 청련사는 관세음보살 기도 도량으로 많은 신자들이 찾아와 불공을 드리는 자비 나눔 실천 도량으로 그 역할을 다해오고 있다. 특히 템플스테이를 상시 운영하여 대중들에게 산사체험의 기회와 한국 불교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는데 이바지 하고 있다. “청련사는 어느덧 창건 1191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올해 그 의미를 기념하고자 대적광전에서 ‘천년고찰 청련사의 역사와 문화’라는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지요. 이번 세미나는 과거 조상들이 땀으로 일궈낸 전통적 가치관을 오늘에 맞게 재해석했다는데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하겠습니다. 대웅전의 아마타삼존상, 원통보전의 관세음보살상 등을 비롯 불상 13점 등 청련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새롭게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불교사적 관점에서 이어져온 전통의례와, 범음범패, 호적, 피리, 불화, 장엄 등 무형문화재 가치가 남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는 이전시에 원형 그대로 보전하는데 노력해온 결과로 다수의 불교문화재를 소실하지 않고 보유해온 결과입니다. 앞으로도 중요한 유, 무형문화재들을 잘 보전하여 후세에 계승해 나가는데 힘을 쏟을 것입니다.”  

한국적 불교의 상징, 범음범패의 남다른 의미
평소 우리나라 불교의식에 빠짐없이 독송되고 있는 천수경을 들으며 마음의 안식과 수련을 해왔다는 스님은 월봉스님과 같이 염불을 잘하는 스님이 되고자 지난 1992년 동방불교대학 범음범패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고 한다. “학과공부는 매우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범음범패가 활성화 되어 있어 부처님의 맑은 음성을 중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학업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그 의미가 퇴색되고 변질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되었다는 스님은 불교의 1700여년 역사와 함께해온 범음범패가 이렇게 사라져 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였다. “어떻게든 그 명맥을 잇고 우리의 전통음악인 범음범패를 계승해 나가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소리의 중요성보다는 부처님 말씀의 중요성을 법문하는 음성공양인 범음범패는 예로부터 계명도 없이 자연적으로 오롯이 구전되어 내려온 한국 고유의 불교음악이었다. “가장 한국적인 불교의 색깔이자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처님께 음성공양을 올리고 중생들에게 법을 전하는 매개체로써 사찰에서 주로 예불과 불공의식에서 반드시 필요한 천상의 소리입니다. 다른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음악으로 그 역할을 다해 온 것이지요.” 

이러한 상징적 의미와 역사적 가치를 토대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범음범패는 소리에 치중되는 것이 아닌 소리를 지으면서 뜻을 해석할 수 있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만큼 불교에서는 중생들에게 법의 공덕을 쌓게 하는 작법으로 귀중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스님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해주신 결과 범음범패는 그동안 거의 원형 그대로 잘 보전되어 내려왔습니다. 저 역시 숭고한 그 의미를 되새기며 중생들에게 법을 전하며 활성화를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는 스님은 고유의 전통을 잃어버려서는 결코 안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사라져 가는 우리의 것들을 다시 기억하고 복원하며 그리고 계승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상진스님은 한국인으로써 마땅히 해야할 일이 아닌가? 라고 스스로 자문하고 있었다. “저는 범음범패를 통해 부처님과 중생들의 가교자 역할에 충실할 뿐입니다. 저에게 범음범패는 소중한 법문이자 안식처입니다. 범음범패는 사회적 측면에서도 고통을 덜어낼 수 있는 마음의 힐링으로 중생들을 구제하고 구휼하는데 큰 힘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진정한 불제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인연(因緣)은 소중한 것, 함께 나누고 베푸는 삶 강조
평소 사람답게 사는 것, 함께 나누고 모두가 이웃이라는 생활철학 아래 매 순간 행복을 널리 전파하는데 열정을 다해오고 있는 스님은 설법시 일상생활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듣고 함께 나누며 공감의 장을 마련해 오고 있다. 오랜 연륜과 깊이 있는 식견으로 상황에 맞게 법문을 해석하고 신도들에게 가르침을 전하는 상진스님은 특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소중한 인연으로써 귀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은 너무 쉽게 만남을 생각하는데 사람의 인연은 쉽게 지나가는 하찮은 것이 아닙니다. 오래도록 이어져가는 끈으로써 귀하게 여기며 서로 존중해 나갔으면 합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 한탕주의만 쫓는 이들이 많아짐에 안타까움을 내비치며 그것이 곧 행복으로 가는 길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자신만의 영달을 위해 쫓아가는 길은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입니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조금 돌아가더라도 함께 나누고 배품을 통해 서로 기뻐하며 같이 걸어 나간다면 결국 목적지에 도달해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깨달음의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 많은 대중과 신도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자 합니다.”

결과 보다 과정을 중시,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마주해 나가길 당부
수행에 있어서는 우리 몸의 나태를 고통속에서 극복하며 삶의 의지를 키우고 대중속에서 마음 씀씀이를 다듬게 하는 심신일여(心身一如)의 정신을 강조해온 스님은 큰 자비심으로 모든 중생들을 해탈시키겠다는 대승불교의 정신과 마주하고 있었다. 인터뷰중 스님의 삶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스님은 “태어나 널리 이롭게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라면서 “선한 일, 복된 일을 할 수 있어서 늘 즐겁다.”라는 말로 소회를 대신했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로 한 것은 어찌보면 무조건적인 집중과 열정보단 자신이 처해져 있는 환경을 이해하고 즐길 줄 아는 여유로움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성실과 노력만을 강조하고 따져왔습니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며 경쟁만을 강요해 온 것이지요. 이러한 경직된 분위기를 이젠 바꿔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을 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용기와 즐겁게 도전하겠다는 각오로 세상과 마주하기를 주문하고 싶습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정해진 틀이 아닌 내가 그 길을 만들어 나가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간다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불교 역시 정체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종파와 종단으로 나눠져 있는 지금 시기에서 서로 옳고 그름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고 바라보는 열린 마음으로 편협성을 던지고, 다같은 불제자로서 한 마음을 합쳐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입니다. 이러한 정신과 생각 그리고 사상을 바탕으로 이 땅에 평화를 정착시키며 보다 밝은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재단법인 천년고찰 청련사  이사장  상 진 스님  인터뷰>

Q1. 템플스테이를 운영중인데, 소개좀 해주신다면?
A1.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는 산사의 소리인 템플스테이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불자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 건강한 휴식과 심신 수양을 할 수 있는 청련사의 템플스테이는 범패, 작법 체험 및 108배하며 염주만들기 등 전통 불교문화와 사찰문화를 배워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음식의 소중함과 친환경 식사문화를 익힐 수 잇는 발우공양, 마음을 올곧게 할 수 있는 사찰예절 체험까지 자연과 함께 마음이 넉넉한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매월 셋째, 넷째 주말에 체험이 가능하며 청련사 홈페이지>템플스테이>신청등록을 하면 체험할 수 있습니다.

Q2. 후학양성에도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계신데?
A2. 지난 1991년부터 범음범패 교육을 전담하고 있으며 현재 <안정불교대학> 교학처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불교대학의 교육과정에서 수강생 중 지금까지 80여명의 출가사문 상좌가 있었으며 전체 1.000명이 넘는 교육이수자를 양성했습니다. 2018년도 4월는 중앙승가대학에서 불교의식 특강도 진행하는 등 종단을 초월해보다 많은 이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노력중입니다. 
  
Q3. 향후 계획이 있으시다면?
A3. 부처님 사상을 정법으로 홍포할 수 있는 불교교육과 한국의 전통적인 국악예술대학을 만들고 싶은 것이 제 바람입니다. 다양한 커리큘럼을 갖춘 정규불교대학으로 국가에서 인정받는 대학으로 성장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아울러 불우이웃 및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위한 사랑나눔에도 적극 동참하여 소외된 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Q4. 마지막으로 중생 및 불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나 말씀이 있다면?
A4. “원한이 맺힌 일은 모래밭에 새기고, 은혜를 입은 일은 대리석에 새겨라.”라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예컨대 친한 친구 두 사람이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여행중 사소한 말다툼으로 한 친구가 다른 친구의 뺨을 때렸습니다. 그러자 맞은 친구는 모래위에 “나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빰을 맞았다.”고 적었습니다. 그 뒤 둘은 또 한참을 걷다 모래늪에 맞은 친구가 그만 늪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때린 친구는 급히 달려가 친구를 구해줬습니다. 맞은 친구는 이번엔 돌에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나를 구해줬다.”고 새겼습니다. 때렸던 친구가 물었습니다. 왜 때렸을 때는 모래에 적고, 구해줬을땐 돌에다 적은거냐고. 그러자 그 맞은 친구는 “우리는 누군가에 괴롭힘을 당했을 때 모래에 적어 용서의 바람으로 그 사실을 지워낼 수 있는 것이며, 반대로 은혜를 입었을땐 돌에 새겨 그 받은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받은 사랑은 가슴에 새기고 원망은 기억속에서 지워버린다면 보다 밝고 건강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독자 여러분과 불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