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적인 사람, 거시적인 사람

6월 13일이면 지방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날이다. 농사짓는 사람이 잘 못하면 한 가정의 농사만 망치지만 정치인이 잘 못하면 온 고을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다.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이 민생을 잘 챙겨 잘 사는 고장으로 만들겠다는 호소로 온 고을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선거 공약내용이 다 그럴듯해서 어떤 후보자가 적임자인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후보자에게 표를 던지느냐에 따라 나라가 부흥하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이 순식간에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런 저런 생각에 필자는 정치인을 미시적인 사람과 거시적인 사람으로 구분해서 생각해 보았다. 정보화 사회가 발전하면서 선거철이 되면 다양한 의견을 각자 독득한 방법과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톡톡 튀게 주장하는 소리를 접하게 된다. 타당성이 있고, 논리적으로도 이치에 맞는 것 같은 의견 중에 무엇을 받아들이고, 어떤 것은 시선을 돌려야 하는지 판단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신념에 바탕을 두고 행동하지만, 지도자의 확고한 신념이 잘 못 되었을 경우에는 때로는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그 확고한 신념이란 게 누구를 위하여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재앙이 되기도 하고, 희망과 행복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시적인 사람과 거시적인 사람을 나누어 생각 해 본다. 의사결정 하는 데 두 부류로 나눈다는 것에는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지도자를 선택할 때 고려해 볼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미시적인 사람은 참모형이고, 거시적인 사람은 지도자형이라고 생각한다. 미시적인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사람이고, 거시적인 사람은 어렵고 하기 싫지만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해야 한다면 반드시 실행하는 사람이다. 미시적인 사람은 스스로 잘 하는 것만 하는 사람이고, 거시적인 사람은 많은 적임자의 도움을 받아 함께 성과를 만드는 사람이다. 혼자하면 불안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하면 안정감과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사람이 실수하는 것은 몰라서 실수하는 경우 보다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일을 하는 데 사업과 사기는 글자 한 자 차이이지만, 자신에게만 이익이 되는 일을 하면 사기꾼이고, 함께 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하면 사업이 되는 이치와 같다.  

  미시적인 사람은 사소한 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거시적인 사람은 비전을 보기 때문에 미세한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 때로는 거칠어 보일 수도 있다. 약국에서 약을 조제할 때 사용하는 저울과, 과적트럭의 무게를 측정하는 저울의 용도가 다른 것과 같이 미시적인 사람과 거시적인 사람의 용도는 다르다. 미세한 것에 대한 분석능력이 탁월한 사람은 미시적 세계에 갇혀 자신이 통찰력 있는 지도자라고 착각하기 쉽고, 거시적인 사람은 보이지 않은 미래에 대한 준비가 아직 모자라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여 지나치게 신중 할 수 도 있다. 이는 현미경과 망원경의 용도가 다른 것처럼 미시적인 사람과 거시적인 사람은 역할이 다른 특성을 보인다.    

  미시적인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미세한 정보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상을 작게 보고 용감해질 수 있다. 거시적인 사람은 자신이 모르고 있는 부분이 아직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 수가 적어 때로는 퉁명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이것은 마치 지식이 부족하면 용감해지고, 정보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다. 

 직장에서도 하위직으로 일할 때 일을 잘하기 때문에 부서의 책임자로 임명 했더니 분란만 더 일으키고 부서의 실적은 곤두박이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미시적 사고로 행동하는 사람이 거시적 사고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에도 미시적인 것에 집착하면서 발생 할 수 있는 현상이다. 이와 반대로 하위직 직원일 때는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사람이 부서의 책임자로 임명되어 일을 추진하면서 부서간의 화합과 소통으로 아이디어를 융합하면서 혁신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거시적인 사람이 자신의 성격에 맞는 일을 부여 받았을 때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미시적인 사람과 거시적인 사람의 능력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한 고조 유방이 과업을 완수하고 개국공신들과 연회를 베푼 자리에서 한신에게 물었다. ‘한 장군은 얼마의 군사를 주면 쥐락펴락 할 수 있겠소?’ 그러자 한신은 ‘100만 명이면 일사분란하게 통솔할 수 있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유방이 ‘그럼 과인은 몇 명 정도 통솔할 수 있겠소?’ 하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한신은 ‘황제께서는 100명 정도면 충분할 것 갔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 이유를 유방이 다시 묻자 한신은 ‘소신은 일반 병사 100만 명이고 황제께서는 장군 100명을 통솔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것이 미시적 지도자와 거시적 지도자의 차이점이다. 미시적인 사람은 현제에 닥친 일에 집착하기 쉽고, 거시적인 사람은 당면한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분명 앞날에는 번영이 있을 것이란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사람이다.

 
  사회는 미시적인 사람과 거시적인 사람이 서로 각자 어울리는 일을 해야 조화로운 사회가 된다. 일하는데 적절한 사람이 뒤바뀌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면도칼로 통나무를 자르면 효율이 좋지 않고, 톱으로 종이를 자르면 정교하게 잘라지지 않는 것과 같다. 거시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지도자로서 적합하지만, 미시적인 사람은 참모로서 훌륭한 일을 수행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미시적인 사람은 세심한 부분에 마음이 가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서 집착하여 일의 진척이 어려울 수 있으나 때로는 다정다감한 맛도 있는 장점도 있다. 지도자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협력을 통한 소통으로 성과를 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거시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미시적인 사람이나 거시적인 사람 모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한다. 다만 미시적인 사람은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옳은 일을 보고, 거시적인 사람은 지속적으로 옳은 일 즉, 역사적 관점에서 의사결정 한다. 지도자는 거시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이어야 하고, 미시적인 사람은 지도자의 참모로서 세련된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미시적인 사람은 누구이고, 거시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꼼꼼히 따져서 투표장에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