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을 넘어 소통으로

유영태 교수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기계시스템·미래자동차공학부

간섭 받는 것을 좋아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간섭은 권리를 침해 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간섭 받는 기분이 들면 강하게 거부감을 표시한다. 이런 현상은 동물도 마찬가지다. 동물도 자신의 영역이 있다. 일정 영역 바깥에 사람이나 포식자가 있으면 경계감을 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영역 이내로 사람이나 포식자가 들어오면 갑자기 공격하든지 아니면 도망간다. 이것을 안전거리하고 한다. 사람도 안전거리인 자기영역에 대해 아주 민감하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승강기를 타고 있는 데 나중에 한 사람이 더 타면, 그 좁은 공간에서 서로 가장 멀리 떨어진다. 자기 영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다시 한 사람이 더 타 세 사람이 되면 이 세 명이 무의식적으로 최대한 공간을 균등하게 배분되는 위치로 이동한다. 각자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자신의 영역을 간섭받기 싫다는 의미이다.      
  선천적으로 간섭받기 싫어하는 사람을 협력으로 이끌어 내는 능력이 그 어떤 동물 보다 강한 커다란 집단을 만들었다. 중요한 일 일수록 협력을 이끌어 냈다. 그 중심에는 대의명분과 이해관계가 있었다. 대의명분의 관점에 볼 때 경우에 따라서는 개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의명분이 분명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손해 보고 싶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면 간섭하지 말라는 반응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면 안전거리 바깥으로 한 걸음 물러나게 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사소한 일에도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오지랖이 넓다고 말 한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과는 안전거리 바깥에 두고 싶어 한다. 간섭받기 싫어서이다. 오지랖은 말로부터 시작한다. 적절하지 않는 간섭으로 발생하는 부작용 때문에 장자도 고민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자기 할 일이 아닌데 덤비면 주착(做錯)이라 하고, 상대방이 청하지도 않았는데 의견을 말하면 망령(妄靈) 이라고 했었다. 또 시비를 가리지 않고 마구 말을 하면 푼수(分數) 떤다고 했고, 남의 단점을 말하기 좋아하는 것을 참소(讒訴)한다고 말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간섭에서 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설파한 것이다. 
 간섭받기 싫다는 것은 독립하고 싶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독립하기 위해 학교에 진학하여 공부도하고 직장도 잡는다. 나이가 들면 결혼도 하여 부모로부터 독립한다. 독립하여 자기만의 안전거리와 공간을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간난과 고통과 질병이란 간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간섭받기 싫어하고 각자 안전거리와 안전공간을 확보하여 독립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을 협력하는 마음으로 만드는 능력이 인간사회를 문화의 세계로 발을 돌리게 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의 출발점은 소통에 의한 정치력이다. 원시시대부터 소통에 의한 정치력으로 사람보다 훨씬 크고 힘이 센 동물을 협력하여 사냥 했고, 부족을 이루어 농경문화를 만들었다. 사람이 많아지면서 국가를 만들고 서로의 이해관계를 보호받기 위해 국가를 만들어 더불어 살아가는 정치력을 발휘 했다. 이 정치력이 문화와 문명을 발전하게 만들었고 지구상의 다른 어떤 종보다 우세한 집단을 만들었다.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도 소통을 바탕으로 한 정치력을 발휘하여 힘을 모아 극복 해 나갔다. 사람이 많아지고 집단이 다양해지면서 요구가 복잡하지만 대의명분과 공동의 이익을 만들어내는 소통능력이 질서를 만들었다. 소통이 잘 발휘 되는 사회는 역사적으로도 언제나 안정된 구조에서 번영과 발전을 이루어 냈다. 소통능력이 곧 정치력이기 때문이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외국으로 부터 침략을 당할 때 소통을 기반으로 정치력을 발휘 했을 때 국난을 이겨냈었다. 그러나 소통이 상실되면 국론은 분열되고 임금은 수모를 당했고 많은 백성은 목숨을 잃은 경우가 많았다. 소통이 사회질서와 번영의 기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즈음 과학문명이 발달하면서 더욱 다양한 의견이 실시간에 나타나고 있다. 이 다양한 의견을 한데 모아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한 창의적인 대의명분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소통의 기본은 대화에서 출발한다. 소통이 자칫 간섭으로 들릴 수 있는 대화로 부터 출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대화능력이 자꾸 소멸되고 있어 소통능력 향상에 심각성이 있다.
  요즈음 식당에 4명 정도가 앉아서 음식을 기다릴 경우 서로 대화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스마트폰만 열심히 뒤져 보고 있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대화는 없어지고 정보교환은 감정이 없는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감정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대화능력이 상실되면서 감정조절 능력도 함께 퇴화하는 느낌마저 든다. 이로 인하여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아 발생하는 범죄도 자주 발생하고 있어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다.  
 소통이 잘 안 된다는 또 다른 표현은 약속을 잘 안 지킨다는 말이다. 소통은 서로간의 처지를 이해하고 약속을 잘 지키면서 성장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큰 이유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손해 보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지 손해 보게 되는 사회구조라면 약속을 깨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가 없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발생하고 이로 인하여 소통이 안 되는 것이다. 소통은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통은 서로를 존중한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각자 처지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양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동조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상대방의 처지와 입장은 충분이 이해하고 존중 할 수는 있다. 그 속에서 서로에게 공통의 이익을 찾아내는 것이 정치력이고 그 출발점에 소통능력이 있다. 소통이 실현되려면 밑바탕에는 사회적 신뢰시스템이 곤고하게 정착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가는 초석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 주었다. 큰 정치를 호소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간섭하던 제 1야당이 참패를 당했다. 달라진 국민들의 소리에는 귀를 막고, 과거의 프레임에 사로 잡혀 안보로 위협하며 국민들과 소통하지 못한 결과다. 사실 여당 후보자들이 압승 한 것은 후보가 훌륭한 것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는 의미가 더 강하다. 국민들의 정서변화를 잘 읽지 못하고 소통이 되지 못하면 준엄한 심판을 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지도자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가슴의 울림으로 말하는 정서와 소통이 단절되면 언제든지 지지를 철회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 이번 선거 결과다. 국민은 바다와 같아서 소통이 잘 될 때는 배를 띄우지만, 소통이 단절되면 성난 파도가 되어 배를 뒤집어 침몰시키기도 한다. 사회의 안정과 번영은 소통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