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생각(고내곡) 

                      煌谷 朴永祿

가끔은 꿈을 꾸며 
고향을 찾곤 하지
풋풋한 향내 음이 뒤를 쫓던 종달새 
공중을 
날아다니며 
한가롭게 노닐고. 

산과 들 쏘다니며 진종일 헤매다가
덤불숲 숨겨놓은 꿩 새끼가 보고파 
풀숲을 
헤집어보니 
주둥이를 내밀고. 

할배의 손에 끌려 감나무 접붙이며
왼손에 책을 들고 한 손은 쇠고삐 쥐며 
굴뚝에 
연기 오르면 
소를 몰고 들온다. 

할머님 들려주던 
구수한 옛이야기
피로가 몰려와서 쪼그리고 잠들면
어머니 
가슴냄새가 
코끝에서 맴돈다.

새벽 성묫길 
                       煌谷 朴永祿         

사모의 꿈도 깨고 
여명을 앞둔 시각 

머리전등 불 밝히며 성묘하러 가는 길

낙엽에 
앉은 서릿발 
별빛 되어 밟힌다.
 

박영록 시인 약력

제 79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시조당선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문인저작권옹호위원
씨얼문학회 회장 역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청운문학회 총무 역임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역임

나팔꽃 순정

                     백 필 기
               
행여나 임이실까 담 너머 바라보다
해질 녘 오시려나 꽃 피워 기다려도
가는 분 그 이 같아서 나팔 펼쳐 불러본다.  

새벽 길 떠나는 임 이별이 애석하여 
보내고 아쉬워서 담벼락을 서성인다
담 너머 내다보다가 이슬 맺힌 나팔꽃.

억새꽃

                 백 필 기

날 세운
이파리에
새하얀 깃발 올려
흰 물결 
흔들림은
화해의 군무인가
시퍼런
날 눅이느라
서걱이는 억새 춤.

문학박사  백 필 기 약력

수필, 시조, 시, 평론 등단
시조문학, 한국시 수석부회장 역임 
용수문학, 경희수필 회장 역임
건국대학교 외래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