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속에 작은 우주를 담아내는 화가

사물들의 일부는 섬세의 극을 이루리만큼 날카로운 세필로 다루어지지만, 덧칠에 묻혀 잠복되는 경우 또한 허다하다. 그러한 와중에서 강조와 생략의 중간지대가 만들어지고, 이것들로 해서 운하가 생기거나, 도로는 물론, 공중통

로가 열릴 뿐만 아니라 마침내, 문자 그대로, 사소한 것들이 사소한 필치로 엮어내는 과정의 파노라마가 완성된다. 

더숲갤러리 -'이혜순 초대전-자연을 머금다'
2018년 7월 23일부터 8월 26일까지 
전시중 매주 토요일 오후2시 '작가와의 만남'
02-951-0206(더숲갤러리 서울시 노원구 노해로 480 조광빌딩 B1)

열정과 혼을 다해 자연과 생명, 그리고 꿈속의 소우주를 담아내는 이혜순 서양화가의 작품은 우리 주변의 '하찮은 것'들 즉 풀잎이나 곤충, 야생초, 씨앗 등을 통해 우주의 섭리와 생명의 숨결을 이야기한다. 이 메시지는 '하찮은 것'은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닌 아주 소중하고 화려한 생명력의 보석임을 던져주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숨겨진 자연에 담긴 강렬하면서 화려한 색채와 세밀한 미물의 세계 곧 작가의 우주관이자 이상향이다.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로운 상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화폭을 채우는 미물들의 움직임이 밤하늘의 별빛처럼 자연과 우주가 만든 상상의 정원으로 다가와 화려한 향기를 뿜고 있다.
 

이혜순 작가는 한정된 주제로 작품의 모티브를 제약하기보다는 자연의 다양한 테마들을 그만의 메타포로 재구성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자연경관이나 일상적인 대상을 배치한 사물 등 그가 그려내는 자연의 이미지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소재들이 대부분이며 자유롭고 격 없이 흩어져 그의 이야기를 풀어주고 있다.
이혜순 서양화가는 "생명의 고귀함이 너무나 우아하고 필연적이어서 함께 가고 있는 것"이라며 "인간만이 치밀한 것이 아니다. 곤충도 치밀하고 동물들도 치밀하고 이름 모를 야생화 또한 치밀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야생화, 곤충, 씨앗, 풀잎 등이 주인공인 이유다"라고 피력했다.
 

고공물가에 전쟁위협 그리고 실업난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피곤하다. 힐링이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즐거움의 전령사로 불리는 이혜순 화백은 “하찮아 보이는 주위의 자연들을 숨죽이고 들여다보면 우주가 보이고 치유가 된다”고 조언한다.
“생활 속에서 자연을 접하고 생활 속에서 그림을 접하다보면 삶에 신선한 활력이 채워진다”는 이 화백은 덧붙여 “전시회를 다니면서 한국 작가들에게도 애정어린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한다.
이 화백은 파주의 DMZ 근처 작업실에서 주변에 가득한 ‘하찮은 것’들, 풀잎이나 곤충, 야생초, 씨앗 등을 소재로 우주의 섭리와 생명의 숨결을 그려내고 있다. 생활 자체가 자연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이다.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화폭에서 춤추는 미물들이 화려한 향기를 뿜으며 신비의 세계로 인도한다. 강렬한 색의 향연에서 생명의 교향곡이 울려퍼지는 듯 싶다.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 후 2002년부터 시작한 개인전이 2011년 ‘이혜순의 자연속으로...’전까지 8회에 이르고 그룹전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이 화백은 마라톤과 같이 인내를 요구하는 작업들을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다.
2006년 이후부터는 매년 파리 그랑팔레 등 프랑스 화단에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는 이 화백은 세월따라 예술세계가 더욱 깊어지고 작품도 치밀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0여 년동안 오롯이 그림, 한 길로만 향한 이 화백은 “작품은 할수록 새롭고, 작품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며 작품이 바로 생활”이라고 토로한다.
구상과 비구상이 조화롭게 혼재된 이 화백의 초현실적인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로같은 정원의 숨은 그림을 찾기처럼 그림 속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논리적으로 맞지않는 배치들이기에 마치 시공간을 초월한 듯 자연의 이미지가 초자연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이 화백 특유의 우아하고 독특한 작품세계. 또 어떤 작품들로 펼쳐질지 자못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