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사회라야 사회적 갈등비용이 최소화 된다.

유영태 교수 조선대 공과대학 기계시스템·미래자동차공학부

요즘 우리사회는 분노의 폭발시대인 것 같다. 분노의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다. 지난날 여성들이 남성 우월주의적 관행으로 피해 본 일들이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억압받았던 감정이 폭발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남성의 나체사진을 촬영하여 인터넷에 유포한 여성에 대한 수사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이것은 남녀성차별에 의한 공정한 수사 절차가 아니었다며 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들의 주장은 대규모 집단으로 되어 여성의 남성에 대한 혐오감으로까지 번져갔었다. 그들은 급기야 경찰청장을 여성으로 임명하고, 경찰관의 90%를 여성으로 채용하라는 주장까지 했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재벌 집 아들이나 딸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재벌 2, 3세들이 창업주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창업주에 대한 분노가 아니다. 근면한 생활과 노력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창업주를 우리 모두는 존경한다. 다만 할아버지와 아버지로 이어 내려온 유산의 해택을 누리면서 윤리의식이나 사회적 책임감 없이 재벌가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회사직원의 인격을 짓밟은 일에 분노하고 있다. 공정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정한 사회는 노력하면 신분이 상승되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은 사회다. 그런데 요즘 우리사회는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로 인하여 많은 사람이 허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사회구조를 만들고자 최저임금상승을 발표하였다. 최저임금상승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으로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기대감으로 발표한 정책이다. 그런데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영세자영업자들을 더 힘든 상황으로 내모는 역기능이 증폭되고 말았다.  
  정책입안자가 기대하는 데로 시장이 신속하게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책입안자는 대개 순기능만 바라보는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햇빛만 바라보느라 그림자가 생기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다. 햇빛 속에 있으면서 그림자를 인식하지 못한다하더라도 그림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정책의 실행초기에는 여명이 밝아오는 이른 새벽의 그림자처럼 역기능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울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정책입안자는 새벽에 길게 드리우는 역기능의 그림자를 최소화하는 보완책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국가정책에 대한 역기능을 사전에 분석해서 보완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고통 받을 수 있다. 정책이 잘 작동되어 햇빛의 양이 더 많으면 많아질수록 그림자의 크기는 작아진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 기능을 다하면 석양노을에 드리운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진 후에 어둠속으로 사라져 그 수명을 다한다. 수명을 다한 정책이 시장의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화하지 못하면 쓰레기 정책이 된다. 쓰레기가 있는 곳은 금방 알 수 있다. 파리와 악취가 풍기기 때문이다. 수명을 다한 쓰레기 정책을 없애지 않으면 전염병이 창궐하여 큰 혼란을 불러 올 수 있다. 효력을 다한 규제를 빨리 없애야 하는 이유이다.  
  정책입안에서 실행하는 과정에 순기능과 역기능이 작용하는 사례로 이번 최저임금상승이 많은 것을 말해 주었다. 영세민이 전 재산을 가계에 투자하여 장사하는데, 조물주보다 더 무서운 건물주가 천정부지로 인상한 임대료 때문에 대안 없는 영세자영업자가 갈 곳을 잃어 길바닥에 주저앉게 됐다. 가맹점에 대한 본사의 과중한 가맹수수료, 불공정한 카드 수수료, 복잡한 유통구조, 거리 제한 없이 밀집한 유사가맹점 영업 등 무수히 많은 지뢰를 제거하지 않고 최저임금만 상승시켜 불만의 지뢰가 폭발하고 있다. 최저임금인상 의도는 좋았으나 시장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순기능적으로 작동되지 않은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기 전에 충분하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사전에 역기능을 제도적으로 보완 했어야 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임금을 많이 받으면 많이 받을수록 좋은 일이다. 하지만 충분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구조를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구조적으로 취약한 좀비자영업자들을 이번 기회에 정리 하는 것이 장래에는 국가적으로 더 이롭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2013년)자료에 의하면 국내 자영업자 월평균 수익이 200만 원 이하가 무려 56.7%에 이른다. 매우 어렵게 생활한다는 증거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기능에만 맡겨 놓으면 승자독식 구조로 가속화 될 수 있다. 승자독식 구조를 공정한 사회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영업비중(2014년 기준)이 미국은 6.5%이고, 영국이 15.4%인 반면에 한국은 26.8%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몇몇 사람은 영세한 국내 자영업자 비중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아지도록 냉정하게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많은 가족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가족은 해체될 수 있는데 이들을 흡수 할 수 있는 장치도 없이 자영업자 비중을 낮추기 위해  단순히 시장기능에 맡기자는 주장에는 동의 할 수 없다. 최저임금이 상승하더라도 충분히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보안장치 없이 시장기능에만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충격완화를 위한 보안장치가 없으면 빈익빈부익부로 인한 양극화현상은 더욱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 부의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달리면 국민들은 국가에 대한 공동체의식이 희박해진다. 
  국가에 대한 공동체의식이 희박해지면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이나 윤리의식 국가관도 함께 희박해져 사회의 안정이 취약해질 수 있다.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하여 반칙이 난무하게 될 수도 있다. 법을 지키며 근면하게 생활할지라도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희망이 없으면 현제의 고난을 인내하며 이겨내지 못하게 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희망이 있는 사람은 인내하며, 오늘의 고난 속에서도 행복을 미래에 저축하며 지낼 수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의 전제 조건은 우리사회가 공정한 사회라는 믿음이다.   
 기회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면 절망하지도 않는다. 공정한 규칙에 의해 나에게도 분명 기회가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희망이 있는 사람의 마음에는 절망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어둠은 어둠으로 밀어 내는 것이 아니라 빛으로 밀어 내는 것처럼 오늘의 고난은 공정한 사회라는 믿음이 작동될 때 오늘의 힘든 일쯤은 극복해 낼 수 있다. 그러면 사회 각층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비용도 최소화 될 것이고, 미래의 행복에 대한 청사진이 우리를 고난 속에서도 희망의 세계로 가도록 인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