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오페라 문화 발전 견인, 지역문화의 초석 다져” 
장기이식에 대한 인식변화 절실..

호남신학대학교 음악학과  임해철 교수

호남신학대학교 음악학과  임해철 교수

1979년 제19회 동아음악콩쿠르에서 성악부 1등을 수상한 임해철군은 베르디의 오페라 돈카롤스 중 <필립의 마리아>외 10곡을 불러 영광의 자리에 올랐다. 고등학교 재학시 1년간 휴학하며 취미삼아 우연히 성악과의 인연을 맺은 것이 어느덧 평생 가야할 길이 되었다. 천부적인 소질외에 피나는 노력과 열정으로 청년은 승승장구했다. 연세대 성악과, 이탈리아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을 졸업하며 한국인 최초로 라보엠으로 로마 오페라 무대에서 데뷔했으며, 국내에 들어와서는 국립오페라단, 서울시립오페라단을 거쳐 서른 셋이라는 젊은 나이에 호남신학대학교 음악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재능이 열정과 더해져 실력이 되고마침내 꿈을 이룬 것이다. 임 교수는 특히 고향 성악계 발전을 위하여 빛고을 광주에서 지난 1996년 광주성악콩쿠르를 처음 태동시켰다. 문화의 중심인 서울이 아니라 광주 지역에서 지난 30년이 넘게 오페라 분야에 탁월한 기여를 해온 그는 성악가이자, 음악행정가, 그리고 교육자로서 우리나라 대표적인 예술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늘 탄탄대로였던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 2009년 4월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고 심정지로 쓰러진 것. 그로부터 2년뒤 심장이식수술을 받고 새로운 생명을 다시 얻은 그는 주어진 달란트를 나누는데 평생 전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제 몸속에 심장 소리를 들을때마다 기증자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나누고 베푸는 삶으로 갚아나가고 싶습니다.” 인생2막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임해철 교수. 그의 인생스토리를 <월간 한국인>에서 만나봤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창단 견인 
광주의 오페라 역사로 말문을 연 임 교수는 광주는 지난 1980년대 처음 오페라를 시작하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광주오페라단, 빛소리오페라단, 강숙자오페라단 등 3개의 민간오페라단이 활동하고 있으며 대부분 음악대학의 발전과 함께해 왔습니다. 대학에 출강하는 강사선생님과 제자들이 단원으로 대학 연습실에서 주로 연습을 진행해왔지요. 하지만 3곳 모두 단장들의 정년이 가까워져 있고, 재정부담이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 재정적인 이유로 소규모 소극장 규모로 활동하다보니, 광주 지역의 오페라가 존폐의 위기에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한 공연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공연 패러다임도 필요하구요. 새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광주시립오페라단 창단을 기획하고 준비했던 것입니다.” 임 교수와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힘을 모아 준비해온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창단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동안 서울과 대구에서 시립오페라단이 운영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뻗어나가지 못했다. 

지난 10월 3년간의 준비끝에 탄생한 광주시립오페라단 창단은 우리나라 시립오페라단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전국 각지에 시립, 도립 오페라단이 탄생할 수 있는 근거이자 힘이 될 수 있다. 묵묵히 음지에서 국내 오페라 발전을 견인해온 임해철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결코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대부분 공공 예술단체의 창단추진위원장이면 예술감독, 단장으로 이어서 활동하기 바쁘지만 임 교수는 자리를 사양했다. 그저 시립으로 광주지역에 오페라단이 생기게 된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것. 현재 광주시립오페라단은 단장은 광주시 행정부시장이, 초대 오페라단 예술감독은 정갑균 국립창극단 상임연출가가 맡고 있다. 어느덧 창단 1주년을 맞은 시립오페라단은 그동안 문화예술에 목말라 있던 광주시민들의 감성을 채워줄 다채로운 공연들을 기획하고 무대에 오르고 있다. 

좌절속에 다시 피어난 삶, 새로운 희망을 세상에 전하다.
사실 그동안은 앞만보며 달려왔던거 같습니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수없이 연습하고 준비해오며 하루하루를 살아왔으니까요.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제 주변을 바라보라고 그 뜻을 전해주신 거 같습니다. 지난 2009년 심장 근육 이상으로 기능이 저하되는 확장성 심근병증을 판정받고 심정지로 쓰러지며 삶에 대한 의미를 다시한번 새기게 되었다는 그는 2년뒤 심장이식수술을 받기 까지 많은 좌절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이겨냈다. 다시 새롭게 주어진 삶을 값지게 살기위해 가지고 있는 달란트를 나누는 일에 적극 나섰다. 시립오페라단 창단도 그 결실 중 하나. 화려한 무대 대신 병원 로비의 작은 음악회, 교회 간증 콘서트 백 여회, 지역 복지시설, 교도소에서 공연을 펼쳤다. 또한 장기기증자, 유가족 및 수혜자 중심으로 구성된 ‘생명의 소리 합창단’과 함께 희망의 노래를 정기적으로 기획하고 무대에 서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독집 음반 아모르(사랑)을 발매하며 이름모를 기증자와 그의 가족에게 바치고 음반 수익금 전액을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해 기부한바 있다. 

호남신학대학교 음악학과  임해철 교수

장기이식 제도 보안 필요, 주어진 달란트 나누는데 노력할 것
오페라는 저에게 있어서 달란트이자 삶 자체라는 임해철 교수. 서울아산병원에서 장기이식 이후 새롭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스토리 기증을 통해 환우들에게 희망을 주는 행사에 적극 동참하기도 하였다. “저 역시 수해자로서 장기기증 제도를 바라보며 아직 법적, 사회적,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이 많은거 같습니다. 선진국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며 장기기증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과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소회를 밝히며 문화 예술계에 대한 발전에 대해선 문화는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가기 마련입니다. 가장 그 분야를 잘아는 예술인들이 힘을 모아 발전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임 교수. 그래서 앞으로 주어진 삶 역시 그 행복을 나누어 살고자 한다고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호남신학대학교 음악학과  임해철 교수

<호남신학대학교 음악학과  임해철 교수  인터뷰>

Q1. 그동안 많은 활동을 해오셨는데 소회를 전해주신다면?
A1. 우선 광주시립오페라단을 창단하기까지 추진위원장으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어떠한 사심도 없이 순수하게 만들고 싶었기에 예술감독이라는 직책에 대한 욕심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그저 광주 지역에 오페라가 부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어느덧 1주년을 맞이하며 조금씩 자리잡아 나가고 있습니다. 국내 성악역시 이미 세계 탑클래스로 성장하였습니다. 한국의 성악이 엄청난 발전을 해온 것이지요. 해외에서도 성악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올 정도입니다. 교육의 질적 성장과 더불어 지역(지방)에서도 같이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좋은 음악회와 공연들이 지역에서도 많이 생겨야 하겠지요. 저 역시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나갈 생각입니다. 

Q2.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A2. 이제는 정년 이후의 삶을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새로운 학문인 <발성교정> 학문에 심취해 있습니다. 목회자들의 음성권리, 목소리 관리 등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고 싶습니다. 이에 발성교정연구소를 설립하고 대학내 평생교육원을 통해 뜻깊은 연구와 봉사를 이어나가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Q3. 제2의 삶을 살고 계신대, 소감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A3. 예전에는 성취일변도의 마이웨이 삶을 살아왔다면 심장 수술 이후에는 주위를 둘러보며 보다 천천히 여유롭게 바라보는 삶으로 변화 되었습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한번 이상은 시련에 마주합니다. 주어진 시련에 좌절하지 말고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으로 극복해 나간다면 다시 희망은 반드시 찾아올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시련을 마주하신 모든 분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고 힘내시라고 당부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임해철 교수는 1992년 광주오페라단 단장으로 해마다 ‘아이다’, ‘라보엠’, ‘나비부인’등의 대형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바 있으며 1996년 광주성악콩쿠르를 태동시킨바 있다. 주요 커리어로는 광주오페라단 단장, 광주국제공연예술제 부집행위원장, 정율성 국제음악제 집행위원장, 광주전국여성합창경연대회 집행위원장,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대통령 자문기구) 조성위원을 역임하였으며, 광주문화재단 이사, 한국발성교정협회 광주지부장 등을 맡아 지역 공연예술계의 발전을 이끌어 오고 있다. 주요수상으로는 광주시민대상을 수상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