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뜨거운 가슴으로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다. 

유영태 교수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기계시스템·미래자동차공학부

먼발치 지평선에 밀려오는 파도처럼 산들이 어께를 나란히 하며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길게 늘어선 산 머리위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솜털 같은 뭉게구름의 변화가 한가롭기만 하다.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미풍에 들녘의 벼들이 작은 물결로 화답한다. 아스라이 펼쳐진 푸른 들판을 앞마당 삼아 나이 지극한 당산나무가 마을 앞을 떡하니 버티고 말없이 세월을 이야기한다. 당산나무 아래 정자에는 할머니들이 언젠가부터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이 정겹다.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살은 지난날의 세월을 훈장처럼 말하고 있다. 지난날을 이야기할 때는 고생도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행복으로 곱게 화장하고 나타난다. 잠들었던 기억이 기회를 만나면 추억을 들추고 선명하게 다시 살아나기 때문이다. 서로 오래 동안 알고 지내는 사이라면 더욱 즐겁다. 그래서 마음 맞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는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대부분 고난을 극복하며 살아 왔던 혼자만의 이야기다. 즐거웠던 시절도 분명 많았을 텐데 왜 고생한 기억만 마치 어제 일처럼 머리 속에 선명할까? 아픔은 세월과 함께 흘러가지만, 상처받으면 세월이 가도 군살이 되어 흉터로 남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가슴 뭉클하게 하는 노래는 이루지 못한 애틋한 사랑 노래가 많다. 영화도 행복한 삶보다는 역경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닺는다. 고난의 성격이 다르고 모양은 다르지만 극복하고 견뎌내는 모습이 보고 듣는 사람의 생활과 중첩되면서 감동을 준다. 사는 동안 누구나 자기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때론 힘들 경우 혼자만 고통의 굴레에 빠진 것 같지만,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누구나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고난과 싸우며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서사시를 쓰면서 살아간다. 세상을 이기며 살아가는 다양한 내용의 서사시에는 즐거웠던 일보다 고난을 극복한 이야기가 우리를 더 감동하게 한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면 오래된 이야기도 지치지도 않고 몇 번이고 반복한다. 고난을 극복한 자기만의 성공스토리는 언제나 자랑스럽다. 그러면서 나이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혼자만의 자기 세상에 갇히게 되는 경우도 있다. 생각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자기만의 성공방법 때문에 고집불통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실패가 반복되면 위축되어 냉소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지난날들의 일들이 발목 잡아 생각이 경직되고 새로운 것이 들어올 공간을 줄어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과거의 성공방법과 실패사례에 갇혀 생각이 경직되기도 한다. 실패는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는 신호인데 나이 들면서 과거의 방법만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노인이 돼서 그런다고 말 한다. 
 노인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유연성 문제이다. 나이가 많아도 생각이 젊으면 청년이다. 세월과 함께 경험이 쌓이면서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게 되어 사고가 석회화 되면 고집불통이 될 수도 있다. 사고가 석회화 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고 다양한 정보를 수용하는 훈련을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지름길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독서하고, 여행하는 것이다.     
 생물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음식을 먹지 못하면 당연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같다. 필연적으로 먹어야 살기 때문에 일을 해야 한다. 일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먹는 것에는 단순히 음식만이 아니다. 새로운 지식도 음식처럼 끊임없이 섭취해야 성장한다. 이런 것들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땀 흘리며 일 해야 성취할 수 있다. 일하는 과정에 절망을 느끼기도 하고 희망도 바라본다. 절망 속에서도 인내하며 희망을 붙잡고 성공의 결실을 세상에 내놓는다.
 언제나 역경 속에도 희망은 있었다. 매서운 비바람이 몰아쳐도 아름다운 꽃은 핀다. 추운 겨울 앙상한 몸뚱어리만 남은 나무도 안에서는 새싹이 움틀 생명의 기운이 흐른다. 눈에 보이는 척박한 환경에도 언제나 희망은 있다. 그저 순간순간 현명한 선택을 요구 할 뿐이다. 작은 선택이 모여 인생을 만든다. 어설픈 선택도 하고, 현명한 선택도 하면서 인생의 씨줄날줄을 엮어간다. 쉬운 길도 가고, 어려운 길을 가기도 하면서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만든다.     
 농부가 씨를 뿌려야 수학하듯이 인생에 바라는 것을 심어야 소망하는 것을 얻는다. 콩을 얻으려면 콩을 심어야 하고, 팥을 얻으려면 팥을 심어야 한다. 이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다. 특별히 어떤 개인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란 이야기다. 누구나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다양한 어려움을 견디며 살아간다. 고난을 영양분으로 성숙해지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으면 얻은 것이 없는 것과 같다. 일하는 동안은 성장 하지만, 일을 멈추면 성장도 멈추고 퇴화하기 시작한다. 주어진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면 능력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성장도 멈춘다.  
  절대적으로 필요 없는 것이란 세상에 없다. 필요하기 때문에 세상에 존재한다. 다만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그래서 고난도 성장을 위한 축복이 될 수 있다. 고난은 견딜 수 있는 사람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고난을 해결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고난도 찾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으면 고난은 미래의 은행에 저축한 행복과 같다.    
 고난도 생각하기에 따라 마음만 바꾸면 축복의 전주곡이 된다는 의미다. 수영을 잘 하려면 물속에 들어가야 한다. 숨을 참으며 불편함을 이겨내는 훈련을 해야 수영을 잘 할 수 있다.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고난을 극복하는 데 환경 탓하면 문제가 해결 되지 않는다. 수영 못하는 사람이 수영장 바꾼다고 수영을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과 같다. 필요한 훈련을 이겨내야 수영을 잘 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고난을 이겨내면서 성장하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살다 보면 성공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 실패는 능력보다 방법이 옳지 못하기 때문에 성과를 못 얻는 경우다. 어떤 대상을 틀린 방법으로 측정하면 언제나 틀린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방법이 올바르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와 같다. 성공보다 실패가 많기 때문에 삶의 서사시가 풍성해고 듣는 사람에게 감동도 준다. 성공확률이 20퍼센트라면 성공하기 위해 5번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성장에 마음을 두는 것은 삶의 여정에서 시들지 않기 위해서다. 뭐든지 가꾸지 않으면 시들기 마련이다. 시들지 않으려고 일하면서 이런 일 저런 일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누구나 뜨거운 가슴으로 부르고 싶은 노래가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