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과 형식적인 틀 벗어던진 진정한 예술가”  
    
 

노랑다리미술관 손일광 관장

청평호수가 보이는 경춘로를 달리다보면 차 한 대 지나갈 좁은 길 사이로 노랑 색깔을 입힌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고 계곡이 흐르는 풍경은 마치 신선이 머무는 공간처럼 신비스럽다. 이곳이 바로 건축, 조형, 그림 등 남다른 예술적 기치를 선보이는 노랑다리미술관(관장 손일광)이다. 카페 안에 들어서면 우선 화장실이 눈에 들어온다. 남성용 문은 넥타이가, 여성용은 여성 속옷 그림이 그려져 있는 등 재미있는 작품 요소들이 대중들을 사로잡는다. 노랑다리미술관은 운영하고 있는 손일광 관장은 앙드레 김에 버금가는 의상디자이너로서, 제1세대 전위예술 거장으로 불릴만큼 천상 예술가로 평가받아왔다. 군사정권시대 제4집단 소속 대표적 예술가로 김구림, 방태수, 정창승, 김부겸, 정강자 등과 함께 초창기 전위예술가로 활동해온 그는 전위예술에서부터 순수예술 그리고 설치예술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어느덧 80세를 목전에둔 노년의 예술가이지만 늘 작품을 위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리고 새로운 표현을 창조해내는 손일광 관장.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은 아직도 ing(현재진행형)이다.

왜? 왜일까? 생각과 의문 가지고 작품활동 펼쳐
어떠한 정해진 틀이나 형식에 얽매이는게 싫어 전위예술에 심취했던 손 관장은 평생을 관습이나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그리고 창조적인 감성과 열정으로 소신껏 살아왔다. 현대인들은 정해진 틀속에 갇혀서 살아갈때가 많다. 하지만 조금 더 다르게 그리고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면 그 틀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손 관장은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지금도 쿨하고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왜일까?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했던 군사정권 시절 반사회적 행위로 제4집단은 아쉽게도 막을 내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창조적이며 다양성이 인정되는 예술계가 꽃피울 수 있게 되었다. 88올림픽에서 초대 디자이너로 당시 파격적인 로봇의상을 선보였던 그는 시대를 늘 앞서나갈 만큼 상상력과 창의성이 남달랐다. 종이휴지로 만든 페이퍼드레스를 선보이고, 나무의상 등 파격적인 디자인은 의류는 직물이라는 편견을 부셔버렸다. 1970년 국내 최초 ‘길거리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기본적인 룰에만 입각하여 그 요소를 부정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이 창조되고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 틀을 깨고 나와야 합니다.” 진리는 쉽고 일반적인 것에서 비롯된다는 그의 말속에는 새로운 생각만으로 훌륭하고 창조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도 당연시하게 궁금증 없이 반복된 삶과 현실속에 살고 있습니다. 과감하게 왜?, 왜일까? 라는 생각들과 의문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예술가라면 특히 죽을 때 까지 이 의문형을 가지고 가야합니다.” 남과 다른 생각하나 차이가 결국 뛰어난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그의 말에 기자 역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우리는 쉽게 지나치고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완성은 또 다른 시작, 유연하고 창조적 사고로 희망 전하는 예술가로 남고 싶어
“완성은 또 다른 시작입니다. 저는 주로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얻고 소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소재들이 서로 각각 강렬한 느낌으로 대비되고 보완되는 점에 착안, 다양한 작품들은 선보이는 손 관장은 예컨대 수저 작품의 경우 비오는날 처마밑 물떨어지는 느낌을 표현하고 변기 작품은 자신의 관념속에서 벗어나라는 의미로 의식과 관념을 배제한 본질을 직시하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저는 문화예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도전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습니다.” 작품을 통해 감동을 전하고 대중과 소통해 나가는 즐거움을 아는 것. 이것이 지금까지 예술에 빠져있는 이유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 소통을 통해 나의 철학을 소개해주고 평론은 보는 이들이 해주는 것이라고 웃으며 말하는 손 관장은 일상생활 소재 외에도 과학자들을 위한 작품도 출시하는 등 남다른 예술관을 펼쳐보이고 있다. “예술은 웃을 수 있는 해학적 요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트있고 재미있는 작품들을 생각하고 표현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정답은 하나라는 생각들을 보통하고 사물들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수학적 문제가 아닌 이상 세상은 다양성이 존재하며 정답은 여러 가지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노랑다리미술관은 그러한 다양성이 존중되며 새로운 틀을 창조하는 공간으로 꾸며나가려고 합니다.” 향후 과학자였던 뉴튼을 위한 작품 구상을 이미 마치고 과학자들을 위한 작품활동도 펼쳐보이겠다는 손 관장은 돈과 명예보다 하고 싶은 예술활동을 죽을때까지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저는 아직 철들지 않았습니다. 즉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유연하고 창조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대중들에게 용기와 감동 그리고 희망을 전하는 예술가로 남고 싶다는 손일광 관장. 그는 아직 철들지 않았다. 즉 고정관념에 사로잡힘이 없이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 천상 예술가인 그의 작품활동을 다같이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