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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전공의 유학, 과연 필요로 한것인가? (2)
오늘 이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유학의 길을 찾고, 떠나고 있다.
유학의 선 경험자로서, 펼쳐지는 신하라교수의 생생한 이야기는 과연 유학 필요한가? 라는
질문이 우리 가슴에 남는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유학생활 5년만에 대학교라는 곳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그곳의 무용 수업은 고등학교와는 달랐다. 더욱 전문적 이였고 이수해야할 수업의 학점은 고등학교 시스템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다닌 학교는 예술 전문대가 아니라 4년제 대학 안에 있는 무용과 였기에 졸업을 위해 이수해야할 교양과목의 학점이 무용수업보다 더 많았다.
텍사스 주에 있는 달라스의 사립대 학교는 내가 다닌 학교가 전부였다, 그래서인지 도시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렇지만 무용과 학생 전체 100명중에 동양인은 오로지 나 혼자였다. 이번엔 일본인 친구도 중국인 친구도 없었다.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나는 낯선 존재였다. 대학교에서 필요로 한 영어는 고등학교 때와 달랐다. 대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대부분 백인 아이들이였고, 그 아이들과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안무도 함께 해야 했고 공연준비도 해야 했다. 못 알아들어도 알아듣는 척 하느라 첫 학기는 꽤나 힘들었던 기억이 났었다. 그리고 몇 년 뒤 졸업 작품을 해야 했을 때, 내가 동양인이라 한복을 바탕으로 만든 의상과 한국 전통음악을 거부해 참여하기를 꺼려하는 백인아이들 때문에 힘들어했다. 그때 나를 도와 함께 작품을 완성시켜준 아이들이 한국인 입양 아이들이였다. 한국에서 버려져 미국으로 입양이 되었고, 좋은 외국인 부모님을 만나 무용을 전공으로 삼아 공부 할 수 있었다는 친구들이 나의 작품에 출연해 주었다. 그렇게 나는 무사히 대학을 졸업을 할 수 있었다.
미국에선 유학생들이 4년제 대학을 마치고나면 나라에서 일 년 동안 미국에서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내어준다. 난 1년 동안 미국어디서든 생활 할 수 있는 비자를 받고선 뉴욕으로 갔다.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방학 때 틈틈이 뉴욕을 갔었기에 낯 선 곳이 아니였다. 예술의 도시 뉴욕은 방학 때마다 나를 매료시켰고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예술인들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줬다. 그 누구하나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 하루의 단 한시간도 헛되이 쓰질 않는다고 소문이 난 뉴요커들은 정말로 그러했다. 지하철과 길거리에서 멋드러진 정장에 어울리지 않는 운동화를 신고 매우 빠른 걸음으로 앞만 보고 걸어 다니는 뉴욕인 들이 처음엔 이상해보였다. 손에는 다들 약속이나 한 듯이 신발주머니에 정장 슈즈를 넣어서는 머리를 질끈 묶고 배낭을 매 고 다녔다.
그렇게 바쁜 뉴욕커들을 비집고 나도 함께 지하철과 거리를 누비며 일 년에 한번씩 있는 무용 워크샾을 들으러 다녔다. David Parsons Dance company, Paul Taylor Dance Company, Ballet Arts Academy의 워크샾이였다. 큰 공연에서나 보던 무용수들이 내 눈앞에서 함께 수업을 듣고 뛰었다. 워크샾 마지막 주는 함께 공연도 하였다. 워크샾의 스케쥴은 살인적이였다. 아침 8시부터 수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한 시간의 점심시간이후에 5시까지 계속된 테크닉수업과 안무수업이 이어졌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컴패니의 주인인 안무가들과 함께 대화도하고 그들의 예술철학을 듣기도 했다. 어떻게 매번 창의적인 공연작품들을 쉬지 않고 안무해 내는지 그리고 무용수들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등등 그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쉴새없이 쏟아내어 주었다. Paul Taylor는 현대 무용가의 어머니라고 불리우는 Martha Graham과 함께 파트너로 춤을 췄던 사람이다. 무용을 만나기전 Paul Taylor는 한때 수영선수를 했던 그가 이제는 현대무용가의 아버지라고 불리워진다. 그는 처음무용을 시작해서 얼마 안되어 Martha Graham과의 첫 만남 그리고 그녀의 무용철학을 얘기해주었다.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그녀지만 Paul Taylor에게는 아직 살아있는 댄스 파트너이자 스승인거 같았다.
그리고 Jiri Kylian의 공연을 보았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무용안무가인 그의 작품들은 작품제목을 볼 필요도 없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완벽한 테크닉의 소유자들로 구성된 그의 무용 컴패니는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몸의 언어를 선보였다. 모차르트의 선율을 뚫고 나오는 Jiri Kylian의 무용수들은 완벽했다. 음악이 들리지 않을 만큼의 아름다운 몸의 언어를 나열하면서도 공연의 끝자락에서는 수줍게 인사하고 한없는 아쉬움을 남기는 무용수들이였다. 춤에 있어서 가장 목말라했던 시기의 나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세상을 펼쳐준 무용 단체들이였다.
마지막으로 뉴욕에서 본 공연은 Pina Bausch의 공연으로, 그녀를 추종하는 실험무용의 언더그라운의 단체들이 모여서 펼친 공연으로 무용극을 선보였다. 실험적이면서도 센세이션한 춤의 대가인 독일의 국가대표급 안무가 Pina Bausch의 춤은 나에게 너무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틀에 얽매여있는 모든 것을 부셔버리려는 듯 한 움직임 속에도 그녀만의 정돈된 안무가 썩여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공연을 이해 할 수 있게 배려하며 흐트러 놓은 작은 퍼즐조각 같았다. 그 퍼즐들로 인해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열쇠와도 같았다. 무용과 연극의 혼합체인 그녀의 작품은 난해하다면 난해할 수 있는 장르였기 때문이다. 현대무용의 시초가 발레의 틀을 깨기 위한 몸부림에서 시발되었지만 현대무용에 연극을 혼합하는 과정은 과히 실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실험적인 시도를 Pina Bausch는 무대연출과 음악 그리고 무용수들의 잔상에서 비롯된 그들만의 몸의 언어를 바탕으로 연결고리를 만들고 연극과 혼합시켰다. 그래서 Pina Bausch의 무용수들은 무대 위에서 말도 하고 소리도 지르며 음식을 먹기도 하고 정장차림으로 나타나 한참을 떠들어 대기도한다. 5톤 이상의 카네이션을 무대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뿐만 아니라 특수 무대연출로 1톤 이상의 물을 뿌려대며 몇 시간의 무용공연을 완성시키는 것은 그녀의 공연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그녀의 공연들은 내게 있어서 무용은 한계가 없는 예술이며 그 어떤 예술과도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공연들이였다.
그리고 할 수있는만큼 무용 오디션을 연습 삼아 보러 다녔다. Alvin Aliey dance company, David Parsons Dance company, Paul Taylor Dance Company, 그리고 작은 언더그라운드 댄스 컴패니들의 오디션들은 내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해주었다. 그 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아직도 현역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나에게 주어진 일 년의 비자는 그렇게 끝이 났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미국에서의 나의 모든 유학생활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미국생활을 마친 후 돌아온 나는 한국에서 접한 젊은 무용수들의 안무 공연들과 실험 공연들을 조금 더 폭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그들의 공연에 있어서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 또한 보았다. 비록 외국의 선진문화에서 그 어떠한 경험을 하지 않은 한국의 젊은 무용수들이라고 해서 절대 뒤쳐진다거나 아쉬운 무대를 선보이는 공연은 단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한국의 문화를 바탕으로 그 안에서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그들만의 몸의 언어를 멋지게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어주고 싶었다.
나는 지금도 가끔 생각해본다. 내가 다녀온 유학이 나를 얼마나 폭넓고 유연한 사고를 지닐 수 있게 해주었는지, 그리고 그 것이 내 삶에 있어서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말이다. 이것을 생각해보는 이유는 언젠가는 나또한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날 아이들의 부모가 되는 순간이 올 것이고 우리 부모님들이 하셨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순간이 반드시 다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유학을 다녀온 이로써도 아직도 무엇이 옳은지, 유학을 가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를 생각해 본다는 것은 어쩌면 그에 따른 정답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유학을 가는 목적이 무엇인지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 유학의 과정을 어떠한 의미로 그리고 어떠한 방법으로 한아이의 인생에 스며들지를 고민해 보아야한다는 것이 제일 중요한 부분인거 같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유학이 아이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미리 예측하고 결정한다는 것을 두고 고민하는 부분은 아무리 지나쳐도 과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의 짧은 유학 일기가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이나 부모님들에게 미약하게나마 간접적으로 유학을 접해보면서 진로를 결정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 Idyllwild Arts Academy 무용과 , 중학교 졸업
- Idyllwild Arts Academy 무용과 , 고등학교 졸업
-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무용과, 대학졸업
- 이화여대 대학원 무용학과 졸업
- 현, 대학강의 및 각종 행사/체전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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