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의 정치적 이념을 비판하는 데에 있어 표현의 자유, 명예훼손 성립여부

정치인이나 공인 등에 대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상 등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 어떠한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아여야 할 사항 및 타인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불법행위가 성립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한지 관련 법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甲은 정치인이고 乙은 언론인입니다. 乙은 자신의 SNS계정에 ‘甲은 종북, 주사파’라는 표현을 사용한 글을 올렸고 乙은 이러한 정보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甲은 乙에 대하여 명예훼손에 따른 위자료 청구 및 정정보도 게재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형법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해당 명예훼손을 위해서는 ‘사실의 적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며 명예훼손에 해당할 경우 처벌을 받는 동시에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한 위자료를 배상하여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단순한 의견의 표명은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위와 유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명예훼손과 모욕적 표현은 구분해서 다루어야 하고 그 책임의 인정 여부도 달리함으로써 정치적 논쟁이나 의견 표명과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 표현행위로 인한 명예훼손책임이 인정되려면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명예는 객관적인 사회적 평판을 뜻한다. 누군가를 단순히 ‘종북’이나 ‘주사파’라고 하는 등 부정적인 표현으로 지칭했다고 해서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러한 표현행위로 말미암아 객관적으로 평판이나 명성이 손상되었다는 점까지 증명되어야 명예훼손책임이 인정된다. (중략)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사용된 표현뿐만 아니라 발언자와 그 상대방이 누구이고 어떤 지위에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극우’든 ‘극좌’든, ‘보수우익’이든 ‘종북’이나 ‘주사파’든 그 표현만을 들어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할 수 없고, 그 표현을 한 맥락을 고려하여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피해자의 지위를 고려하는 것은 이른바 공인 이론에 반영되어 있다. 공론의 장에 나선 전면적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그러한 비판에 대해서는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극복해야 한다. 발언자의 지위나 평소 태도도 그 발언으로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판단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타인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중략) 그러나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하는 등으로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의견 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라고 하였습니다.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결국 공인의 경우 단순한 ‘극우’, ‘극좌’, ‘종북’ ‘주사파’든 그 표현만을 들어 명예훼손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이는 정치적 논쟁 등에 있어 표현의 자유가 상당한 중요성을 가지는 동시에 피해자의 지위에 따라 공론을 형성하는 사람에 대한 일정 정도의 비판을 감수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결국 乙의 甲에 대한 표현행위는 의견 표명이나 구체적인 정황 제시가 있는 의혹 제기에 불과하고, 불법행위가 되지 않거나 甲이 공인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물론 위에서 표현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 사실을 왜곡하는 등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도에 해당하지 않는 다면 甲의 乙에 대한 청구는 기각될 것입니다.

변호사 박종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