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적 사고의 세상에서는 다양한 포용적 사고가 경쟁력이다.

사람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상상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특성으로 문화와 문명을 만들었다.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세상일지라도 상상력은 현실 세계보다 더 강력한 믿음으로 창의적인 문명을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국가와 종교 등이 있다. 어느 누구도 국가와 종교를 만지거나 보지도 못했지만, 바위보다 강한 믿음으로 의지하는 실체이다. 사람들 사이의 신념처럼 실존하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이 선순환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역기능으로 작용하면 재앙을 만들기도 한다. 역기능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가짜뉴스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진실이 뒤틀린 경우다. 중상 모략적인 가짜뉴스가 대중의 지지를 얻으면 진실은 사실이 내포하는 의미가 왜곡된다. 
  가짜뉴스는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대개 사람들은 누군가 착한 일을 하면 분명한 증거가 있을지라도 잘 믿으려 하지 않고, 나쁜 일에 대한 소문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확신하려는 습성 때문이다. 착한 일은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다른 사람이 저지른 나쁜 행위는 자신에게 피해만 없다면 특별한 노력 없이도 상대적 우월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성향을 이용하는 언론은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기사를 경쟁적으로 퍼 나른다. 선행보다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둔 의혹성 기사에 대중은 격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가짜뉴스가 관심을 끌게 된다.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은 나에게 이익이 되느냐 아니면 손실이 발생하느냐가 기준이 된다. 이익이 되면 우리 편이고 손해가 발생하면 적이 된다. 이런 판단의 기준은 세상을 이분법적인 보는 사고에서 출발한다. 직접적인 손해가 없을지라도 질투심을 유발하면 적으로 분류된다. 이익이 없다면 손해라는 관점이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고 해석방법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땅과 하늘, 여자와 남자, 밤과 낮, 물과 불, 선과 악, 음과 양처럼 둘로 나누어 생각하는 방법이다. 모든 것 둘로 구분하는 방법은 생각을 감성과 이성으로 보는 데카르트(Descartes)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분법적 사고의 틀은 정신과 몸, 영혼과 물질, 문명과 자연으로 나누고 그 가치를 위계적으로 구분하는 플라톤(Plato)과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시대로부터 내려온 아주 오래된 사고의 틀이었다.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의 틀이 고착되면서 중간지대의 가치나 세상은 없어졌다. 틀린 것과 옳은 것 사이에 다른 것에 대한 가치와 유연함에서 오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포용력에 대한 개념은 자칫 배신자로 낙인찍혀 막대한 사회적 갈등비용을 지불하게 했다. 배신자는 곧 적이 되기 때문이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은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해졌다. 백 사람이 모이면 백 가지의 생각이 있고 천 사람이 모이면 천 가지의 생각이 있게 마련이다. 생각을 유발하는 경우의 수는 무한대에 가깝다는 의미다.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와 캐나다 토론토 어린이환자병원에서 나이 20~30세인 남자로 키가 170센티미터로(cm) 몸무게는 70킬로그램(kg)인 사람의 세포 수는 대략 30조 개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엄청나게 많은 세포를 구성하는 유전자 형질이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로 조합된 상태에서 외부로부터 오는 신호에 자극을 받으면 다양한 생각으로 서로 다르게 반응한다. 세포 수가 대략 30조 개로 구성된 개개인에게 외부로부터 같은 신호가 올지라도 이에 반응하여 떠오르는 생각이 동일할 수 있는 확률은 없다. 다시 말해서 내 생각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사람은 광활한 우주 어디에도 없다. 상황에 따라 보편적 생각이 비슷할 수는 있지만, 내면에서 작용하는 생각은 각기 다르다. 개개인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사결정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생활한다. 과거의 경험을 기준으로 현재를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미래로 흘러 들어가면서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을 추측한다. 만일 미래사회에 대한 기대치를 과거 개인의 경험에서 오는 부정적인 스펙트럼으로 현재 일어나는 일을 바라보면, 과거 훌륭한 행적까지도 부정적으로 투영된다. 여기에 가짜뉴스가 덮어 씌워져 언론에 유포될 경우 미래에 달성할 수도 있을 건전한 기회까지 사라지게 된다. 그 위험한 사선의 최전선에 노출된 사람이 사회지도층 사람이다.
  사회지도자층은 헌신적인 봉사활동으로 대중들의 협력을 이끌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많은 일을 한다. 이들은 일반인과는 다르게 일에 대한 열정이 많고 승부욕도 강한 사람이 많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자신감으로 많은 사람에게 주는 신뢰를 바탕으로 그늘지고 습한 세상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듬어 안아 밝은 세상으로 이끌어내기도 한다.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단결된 모습으로 행동하게 하는 사람을 우리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은 정복욕을 자극하고, 자신의 영토를 확장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굳건히 하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호르몬은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드러내며 영역을 확장하려는 성향을 강화해 간다고 한다. 그런데 이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남성 지도자의 경우 부작용을 만들기도 한다. 여성도 자신의 영향력 확장을 위한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경우이다. 그 결과 평생 이루어놓은 자신의 정체성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훌륭한 사람이 어쩌다 실수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선행이나 훌륭한 일들까지도 모두 가면을 쓴 이중적 인격자로 내몰리면서 기대가 증오로 변하여 기억의 무덤 속으로 사라진다. 오랫동안 자리 잡은 이분법적 사고의 틀 속에서는 이런 부정적 행위가 지탱할 공간이란 없다.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상상으로 만든 강력한 믿음으로 문명사회를 만들기도 했지만, 반대로 확실하지 않은 가짜뉴스로 인하여 과거의 모든 행위가 배신자로 뒤바뀌면서 실제보다 더 혹독하게 가치의 세상에서 퇴출되기도한다.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 다양성과 다름에서 오는 중간지대의 가치가 없는 현실 세계에서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전부터 신중함, 중용, 겸손을 훌륭한 미덕의 가치로 생각하도록 교육받아 왔다. 이는 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수련하고 훈련해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유영태 교수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