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또 한해가 마무리되어 간다.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 보면 언제나 세월이 참 빠르다고 느껴진다. 세월의 흐름을 느끼며 인생무상(人生無常)이란 말을 자주 한다. 세상에는 고정된 것이란 없고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의미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뒤돌아보면 다양한 경험이 인생에 켜켜이 쌓인다. 세월의 변화 속에서 시간이 유수(流水)와 같이 흐른다고 말하기도 한다. 누구나 지나간 시절은 멋진 추억이 되기도 하고 아쉬움이 그림자 되어 주위에 머물기도 한다. 그 어떤 사람도 세월 속의 시간을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져본 사람은 없다. 눈으로 보고나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시간이지만, 시간의 변화는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시간은 한번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시간이 강물처럼 흐른다고 생각하여 유수로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강물처럼 시간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란 관념이 우리 생활에 찾아오면서 삶 속에 질서가 자리 잡았고 과학기술도 급진적으로 발전했다. 서로 만날 시간을 약속하기도 하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계절에 맞추어 씨도 뿌리고, 미리 추위를 대비하면서 삶을 영유하는 지혜가 자리 잡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우리가 친숙하게 사용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시간은 언제부터 생겨났고 시간이 흐른다면 어디로 가는지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호기심만 증폭될 뿐이다. 
 우리는 호기심이 발동하면 그 호기심이 해소되기 전까지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왜 우리는 호기심과 만날 경우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마음이 불편해질까. 자신의 이름처럼 당연히 알아야 할 것 같은 친숙한 것을 망각했을 때는 마음이 더욱 답답하고 불편해진다. 당연히 알고 알아야 할 자신의 이름을 망각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호기심은 알아야만 할 것 같은 것에 대한 관심이다. 호기심이 발동했을 때 그것을 찾아가는 것은 마음의 평정을 찾아가는 여정과 같다. 모든 호기심의 대상은 우리 삶 속에 녹아 있고, 그 삶은 우주 자연 속에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시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호기심을 따라 가보려고 한다. 시간 여행의 시작을 빅뱅이론에 기대여 생각 해보려고 한다. 빅뱅이론으로 우주를 설명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시공간이란 말을 자주 한다. 시간과 공간은 서로 얽혀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대화하면서 특정한 시간을 말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상상은 특정한 시간 때에 특정한 공간에서 있었던 모습이나 경험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다닐 때, 또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라고 특정 시간을 말하지만, 우리의 상상은 당시 경험했던 공간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의 교정과 풍경, 함께한 사람들이 생각난다. 시간과 공간을 분리해서 따로따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초의 광활한 우주에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는 절대적 무(無)의 상태에서 출발한 빅뱅으로부터 시간과 공간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빅뱅 이후 급팽창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과정이 우주 탄생이고 지금도 우주의 팽창이 진행 중이라면 우주는 매우 빠른 속도로 새로운 공간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는 것이 된다. 우주가 빅뱅의 여파로 팽창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있다면 변화하는 우주의 모습은 시간의 변화가 된다. 시간과 공간은 우주의 모양을 설명하는 서로 다른 표현이 된다는 의미다. 시간과 공간이 서로 얽혀 있는 것이라면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생겨나는 것이 된다. 쉽게 말해서 시간은 공간의 또 다른 표현이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롭게 생겨나서 쌓여가는 것이 된다. 
 빅뱅은 약 138억 년 전에 있었다고 한다. 빅뱅이 일어난 후 물리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최소의 시간 단위를 프랑크 시간이라고 하는 데 이 시기를 프랑크 시대라고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우주 공간의 급격한 변화가 생긴 시간이기 때문에 시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 기간은 초이다. 우리는 시간을 0.001초라고 해도 짧은 시간으로 인식하는 데 이 시간은 0.00···으로 표현해서 소수점 아래로 43개를 써야 하는 시간으로 터무니없이 작은 시간이다. 이때 우주의 크기 또한 너무 작아서 정도 이였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 시기에 물리적으로 가장 중요한 힘인 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이 모두 통합되어 존재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빅뱅 후 초를 급팽창 시대라 하고 네 가지 힘 중에서 중력은 프랑크 시대가 끝나갈 무렵 분리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빅뱅 후 1초를 쿼크 시대라 하고 전자기력과 약력이 분리하면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가 질량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빅뱅 후 수소의 핵융합으로 새로운 별이 탄생하면서 수많은 원소를 우주 공간에 채우며 92억 년이 흐른 후 태양계 안에 원시의 우리 우주가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면 지구 나이는 46억 년이 된다. 우리가 날마다 보는 태양이 속해 있는 은하계를 우리 은하계라 하는데 그 크기는 1초에 30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는 빛의 속도로 달렸을 때 13만 년이 걸리고 태양계가 은하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 데 약 2억5천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런 은하계가 우주에는 너무너무 많아 셀 수조차 없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이 빅뱅으로부터 발생한 것이고 지금도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빅뱅이론이다. 
 현생인류는 태양이 뜨고 지는 현상을 관찰하여 밤과 낮으로 구분하는 하루를 24시간으로 하고 60으로 나누는 방법으로 시간을 더 정교하게 표현하였고, 1초 이하는 1000의 배수로 나눈 방법으로 세분화하였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계절의 변화로 인지하였다. 빅뱅으로부터 출발한 우주는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며 끊임없이 팽창하는 과정에 따라 늘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간다. 이렇게 생각하면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생겨나는 것이 된다. 끊임없이 새롭게 생겨난 시간은 과거 시간을 뒤로하고 우주가 팽창하는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만일 시간을 과거로 거슬러 간다면 그것은 우주가 지금의 모양으로 팽창하기 이전에 우주로 가는 것과 같게 된다. 우주의 팽창으로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지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간도 새롭게 생겨난다. 시간과 얽혀진 공간 속에 지식과 경험은 기억이란 형태의 공간적 모양으로 저장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진 시간과 만난다는 의미가 된다. 시간이 우주가 팽창하면서 새롭게 만들진 공간의 모습이라면 우리는 날마다 공간적으로 변화된 모습으로 새롭게 살아가는 것이 된다. 새롭게 맞이하는 시간은 새롭게 바뀐 우주로 여행하는 것과 같아서 날마다 새롭게 변화된 모습으로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시간에 따라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공간에 사는 것이 된다. 

유영태 교수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