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을 포기하는 조항의 효력

 간혹 작은 규모의 사업체, 법인, 개인사업자 밑에서 일하는 경우에 노동법에 대한 무지로 인해 사업주가 퇴직 전 근로자의 과실을 주장하면서 퇴직금을 포기하는 확약서 등을 작성하게끔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이러한 퇴직금을 포기하는 합의 또는 약정이 유효한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甲은 A사업체의 대표이고, 乙은 甲에게 고용되어 일 하는 사람입니다. 乙은 甲의 강권으로 인해 지금까지 발생한 퇴직금을 포기하는 것과 이에 대해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약정을 하였는데, 해당 약정 이후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퇴직하였습니다. 이 경우 乙은 甲에게 퇴직금을 청구하려고 합니다. 甲은 이미 퇴직금을 포기하였기에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퇴직금은 사용자가 일정기간을 계속근로하고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그 계속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하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띤 금원으로서 구체적인 퇴직금청구권은 계속근로가 끝나는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하여 발생되는 것인바, 최종 퇴직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사전에 그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5호로 폐지되기 전의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9732 판결]

다만, 대법원은 “퇴직금은 사용자가 일정 기간을 계속근로하고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계속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하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띤 금원으로서 구체적인 퇴직금청구권은 근로관계가 끝나는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발생한다.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그러나 근로자가 퇴직하여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 시 발생한 퇴직금청구권을 나중에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고, 이러한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다21821,25502 판결]

 위 대법원의 해석을 하자면 퇴직금은 근로관계가 종료할 때 발생하는 것인데, 퇴직금 청구권이 발생하기도 전에 이를 사전에 포기하거나 사전에 그에 관하여 민사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하는 것은 발생도 하지 않은 것을 포기하는 것이기에 불가능하며,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등에 위반된다고 할 것입니다. 결국 乙은 甲을 퇴직금 체불 등으로 노동청 등에 고소할 수 있는 동시에 민사상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乙이 퇴사 후 甲에 대하여 퇴직금을 포기하기로 하는 약정을 한 경우에는 이러한 약정이 유효합니다. 이 경우에는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어서 근로자의 경우 주의를 요합니다.

변호사 박종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