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본존이다’,‘보살행이 정토다’ 창교(創敎) 이념 삼다”
쉬운 이행(易行), 생활 불교 실천하는 ‘진언불교(眞言佛敎)’

COVER STORY 향기로운 삶, 구도자 ‘도성(道省) 큰스님’

도성스님

불교에서 밀교(密敎)를 말하면 금강승(金剛乘)을 떠올린다. 대일여래(大日如來)의 가르침이 금강과 같이 견고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금강승을 비밀한 법(秘佛)이라 말하는 이유는 그 가르침 자체에 허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작은 소승 근기의 사람들에게 비밀로 하라 하였기 때문이다.< 눈빛과 마음, 마음과 마음으로 말하라.> 그런데 이를 잘못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다시 말해 비로자나 부처님의 가르침이 심오하고 비오(祕奧)해 그렇게 불려지는 것이지, 이를 교파나 종파로 구분 짓는 건 근기에서 볼 때 큰 의미는 없다. 본래부터 석가의 가르침에 없었던 것들이다. 이에 월간한국인이 진언불교(眞言佛敎) ‘도성(道省) 큰스님을 만나 구도자 삶 속에 우리 밀교 정립을 위해 어떤 철학을 펼쳐가는지 여러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취재·홍기인 기자

천 년의 잠에서 깨어나 생활 불교로 부흥한 ‘밀교(密敎)’

우리의 불교인 밀교(密敎)가 들어온 것은 신라시대 선덕여왕(善德女王) 때 명랑법사(明朗法師)가 당나라에서 귀국하면서부터다. 명랑법사는 자장(慈藏)율사의 생질로 선덕여왕 원년(632)에 당나라에 들어갔다가 4년 후 귀국할 때 신인비법(神印秘法) 즉 문두루비법(文頭婁秘法)이라는 방위신(方位神)을 신앙 대상으로 삼는 주술적인 신앙을 들여왔다. 이 시기에 밀교는 대승불교를 난숙하게 발달시켜 타력신앙(他力信仰)을 강조하다 파생된 신앙형태로, 주술을 통해 병귀(病鬼)와 악귀를 쫓고 초자연적 힘을 구사하여 외적을 물리치는 등 실리적 효과를 목적으로 삼았다. 명랑은 이러한 밀교를 신라에 처음 전래하여 신인종(神印宗)의 종조가 되었고, 같은 시대의 밀본(密本)도 비밀법(秘密法)을 통해 선덕여왕의 질병을 치유하여 밀교 전파에 공헌하였다. 그 후 혜통(惠通)이 당나라에서 인도 밀교승 선무외(善無畏)에게 밀교 교의를 배운 다음 문무왕 5년(665)에 귀국하여 크게 교풍(敎風)을 일으켰다. 후대에 혜통을 조사로 삼을 정도로 밀교 전파에 공로가 컸다. 이전까지 주술적인 면이 강조된 반면, 혜통은 영묘사승(靈妙沙僧) 불가사의(不可思議)의 순밀교(純密敎)를 처음 신라에 전하여 태장법(胎藏法)과 금강법(金剛法)에 의해 불교의 오의(奧義)를 터득하는 길을 열었다. 이는 신라의 강한 밀교적인 흐름이 마침내 본격적인 밀교를 구체적인 형태로 탄생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삼국유사 신주(神呪) 편에는 밀본(선덕왕대), 명랑(문무왕대), 혜통(효소왕대) 등 3인의 치병(治病). 제액(除厄)적인 주술불교(呪術佛敎)를 신라 초기 밀교로 부각시키고 있다.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저자로 유명한 혜초도 이에 해당한다. 그 역시 당나라에 들어가 당시 인도에서 나와 있던 고승 금강지(金剛智)에게서 사사(師事)하다가 인도로 들어가는 등 세계 밀교의 순례자로 환국 할아버지 자손이었다. 그리고 혜숙(진평왕대)은 불교 대중화를 이끈 참 밀교의 선구자다. 혜숙은 화랑이었으나 자신이 모시던 국선이 물러나자 그만두고 대중 속에서 수행과 교화를 하는 등 학문 수준도 경지에 올랐던 승려였다. 이렇듯 신라시대엔 명랑, 혜통, 혜초, 혜숙 등 밀교승이 많았다. 삼국 중 가장 늦게 불교를 받아들였지만 국교로 녹아들어 갔고 밀교의 역할은 지대했다.

“준제를 하였더니 허공에서 나를 보더라”   … 스승님 말씀 실천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환인밀교를 주창하는 분이 진언불교(眞言佛敎) ‘도성(道省) 큰스님’이다. 스님이 ‘진언불교’를 이룩한 것은 한국의 정통 밀교를 정립하겠다는 발원에서 비롯되었다. 스님의 행장을 거슬러 올라가면 정신적 지주로 여럿의 스승(師)이 등장한다. 어머니, 도명, 회당, 청호, 원정 이렇게 다섯 분이 있었다. 첫째로 어머니(법명:법연혜(法然慧))는 각별했던 사랑과 정성을 기울여 주셨다. 어린 시절 아팠을 때 당숙모와 함께 처음으로 절에 데려가 자연스레 인식시켜 주신 분이 바로 어머니였다. 그 다음은 당숙인 도명거사(道明居士)다. 도성스님은 어릴 적에 당숙 어른에게 천자문을 배웠는데, 그분은 “‘옴마니반메훔’ 은 너의 공부다”고 말씀해 주셨다. 당숙은 당시에 역리학에 능통했고 지금으로 치면 학자였다. 셋째는 회당스님이다. 도성스님은 포항 보정심인당 자성학교(自性學敎)에 다닐 때 회당스님으로부터 염송 표상 받고 법설을 듣고 “나도 장차 저렇게 하리라” 다짐했다. 이때가 구법정진 하던 소년 시절로 ‘물관정동’(物觀精動:마음이 물질을 쉬지 않고 관찰하는 것)이란 글을 책상머리에 붙여놓고 늘 깊은 사유를 같이한 시기였다. 회당스님은 1963년 입적하셨다. 이로 인해 도성스님이 홀로 정진에 들어갔는데 회향하는 날 새벽에 회당님이 오셨다고 한다. 흰 장삼을 입고 흰 종이 두루마리를 든 몸으로 나타나셨는데 두루마리에는 ‘현정파사(顯正破邪), 외도원리’(外道遠離:바른 것을 세우면 헛된 것은 사라진다. 도 닦는 길 외에는 멀리하여라) 여덟 글자가 쓰여 있었다. 도성스님이 이 뜻을 품은 것이 청년기인 19-29세 무렵이었다. 그리고 넷째 스승인 청호스님을 만났다. 운제산 오어사를 찾아 처음 보았는데 청호스님은 도성스님을 보더니 “‘비속비승(非俗非僧)이 온다더니 찾아 왔구나’ 하며 득도의 길을 열어 제자로 받아 주신 분이다. 다만 처음에 도성스님에게 “무슨 공부를 하였기에 여기에 찾아 왔느냐?”묻기에 도성스님은 “‘보리심론’과 ‘옴마니반메훔’을 가져 왔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청호스님은 준제결인을 보이면서 “준제를 하였더니 허공(虛空)에서 나를 보더라”하셨다. 도성스님은 이후에 스승님 조언으로 만행(수행자가 지켜야 할 고행, 수행정진 등 모든 행업(行業)) 길에 올랐고, 9년 후 준제진언(准提眞言) 지송의궤(持誦儀軌) 등을 체계화해 다시 찾아 기쁘게 해드렸다. “제자가 되었기에 내 일생에 주신 화두를 깨우치고 행동으로 옮기며 살아가는 것이 나를 영원히 구하는 길이었습니다. 왜 인간은 태어나서 죽음이 있는 것인가? 의문점을 가지고 보리심을 내고, 스승을 찾고, 그 길을 물으며 일생에서 영원한 자아를 발견했던 셈이었지요” 도성스님은 지난 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다섯 째는 진각종 초대총인 원정스님이다. 도성스님이 운제산에서 만행을 떠난 길에 원정스님이 총지종을 창종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주 국광사에서 뵙고 청주 혜정사의 주교로 임명받아 7년간 섬겼던 분이다.

현엄사를 비롯 신도들 위한 수도원과 마음교실 등 건립

도성(道省) 큰스님이 30-37세 무렵인 1979년(기미년) 12월 4일은 일생에서 매우 중요한 기별(記別)을 얻은 날이었다. 새벽에 삼밀선정(三密禪定)에 들어간 스님 앞에 밝은 태양이 변해 비로자나 부처님으로 나타난 것이다. 도성스님이 합장하며 “대체 이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법을 묻자 비로자나 부처님이 “내가 너의 본존이다”를 세 번 말씀하셨다. 이에 스님이 절과 합장을 하고 “서방정토로 가 보겠습니다” 하니 “가 보아라” 하셨다. 그래서 서방정토를 가는 데 소나무 숲에서 용수보살이 나타나 소맷자락을 세 번이나 당기며 “보살행이 정토다. 가시더라도 돌아오시게. 반드시 꼭 돌아오시게”라며 사라졌다고 한다. 이로 말미암아 ‘내가 너의 본존이다’ 3설과 ‘보살행이 정토다’는 진언불교의 진정한 창교 이념이 되었고, 1986년(병인년) 7월 6일 부산에 현엄사(顯奄寺)를 창건하게 된 것이다. 현엄사는 5여래 3목 18비수 본존(本尊)과 준제보살(准提菩薩),진언(眞言),지송의궤(持誦儀軌)를 완성해 도성스님이 청호스승님을 찾아 모시고 점안식을 한 도량이다. 도성스님은 이에 머무르지 않았다. 현엄사를 근본 도량으로 세상 사람에게 널리 포교하기 위해 대일여래(大日如來)를 모셔야 한다는 큰 뜻을 품었다. 100일 정진에 들어갔고, 터를 구하러 다니던 중 어떤 이가 사진으로 소개해 충북 단양군 가곡면 사평 144번지로 갔다. 소백산에서 북서쪽 한강 변에 솟은 단양 용산봉이 아름다운 이 터에 비닐로 움막을 치고 공부에 전념하고, 밤에는 불을 지펴 놓고 정진했다. 회향하는 날 몽수현현해 헌 집을 허물고 황금불상 대불을 모셨다. 그렇게 완성된 불사가 불모(佛母)수도원 '법화사'다. 영천에도 총덕사를 세워 법회장과 마음교실 등을 증축해 신도들이 설법을 듣고 명상하는 장소로 만들었다. 특히 경주 남산 일대는 신라시대 불교 유적지로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이다. 도성스님은 탑동 남산 남간(南澗)마을에 조사성전(祖師聖殿)도 조성했다. 여기에는 밀교를 전승한 대일여래, 금강수보살, 용수보살, 용지보살, 금강지삼장, 선무외삼장, 신라 밀교를 일깨운 혜초, 명랑, 혜통, 혜숙 등을 기리는 보살님과 조사님이 모셔졌다. 이곳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명랑대사가 창건한 금광사지와 나정이 있고, 서쪽 기슭에는 혜통스님이 자라면서 승려가 되기로 결심한 은천동이 나온다. 혜통의 수달피 살생이 전해져 불교 연구에 중요한 은천동 사적에는 도성스님 수행 토굴도 있으며, 행장에는 그 자리를 얻고 이룩한 기록도 새겨져 있다. 비교적 낮은 산세에 위치한 불교 순례지로 신도들은 야외 마음 교실을 찾고 힐링 장소로 삼기도 한다.

‘현정파사(顯正破邪) 외도원리(外道遠離)’ 철학 지향

진언불교(眞言佛敎)는 진언으로 삼밀관행(三密觀行) 수행하는 불교다. ‘진언(眞言)’은 우리 말로 인도에서는 ‘다라니’라 하며 중국에선 ‘총지’, ‘능지’ 라고도 한다. 진언불교는 준제회상 준제진언 지송의궤로 인간이 가진 무한한 능력과 생명의 심비(深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명상하고 다진다. 사람마다 가지는 몸과 입과 뜻으로 하는 세 가지 활동을 전인적으로 유지해 마음이 깨달아지면 부처님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도성(道省) 큰스님은 “정신세계가 물질세계를 끊임없이 관찰하는 물관정동(物觀精動)으로 오늘날 삼밀관행의 도를 얻게 해 본무생(本無生)의 진리를 보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스님은 "깨닫기로 마음을 일으켜 삼밀관행 수습하면 해탈 즉 부처가 되고, 탐진치(貪瞋癡:욕심,성냄,어리석음)를 사용하면 범부가 된다. 나고 죽음 윤회가 나타나는 생각을 놓지 못해 마음 고뇌의 연속이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도자인 도성스님은 수행으로 찾은 지송의궤를 생활 불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원력을 다했다. 불교 원전을 통한 공부와 보급의 중요성을 알고 제대로 된 것을 찾으려 국내외로 숱한 발걸음을 옮겼다. 달라이 라마 친견, 태국왕사 만남, 스리랑카 방문, 세계불교를 알기 위해 인도와 티벳 불교를 접하고 금강계, 태장계, 만다라 등 귀한 사료들도 수집했다. 수행에 지송의궤가 관상법과 함께 수습도 하지만 만다라 친견을 하지 않고는 다라니를 얻지 못한다는 뜻에서 이 또한 중요하게 여겼다. 모두가 불교의 진리를 전파하는 큰 뜻을 펼치기 위함이었다. 진언불교는 때와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생활 가운데 실천하며 누구나 쉽게 접해 수행법에 따라 마음의 실상을 찾도록 촛점을 둔다. 스님의 철학 기틀은 ‘현정파사(顯正破邪), 외도원리(外道遠離)’다. 도성 큰스님은 “불교는 신을 숭배해 자아를 잃어버리는 모순의 종교가 아니다. 석가는 시작부터 인간의 고통과 불안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샤머니즘을 가르치지 않았다. 각각 마음 생명의 본성이 본래부터 무생멸(無生滅)이므로 참 자아를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며 “붓다 본래가 종교 심리로 종파나 교파를 구분 짓지 않은 가르침을 사람들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아름답고 바르게 전파하고자 하는 내 뜻도 잘 전달되었으면 한다”고 말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