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와 실패는 뜨거운 가슴으로 성공 서사시를 쓰게 한다.

유영태교수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우리는 과거 압축성장 과정에서 실수하거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세상을 살았다. 가난의 질곡에서 신속하게 선진국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실수하면 무능한 사람으로 내몰리고 실패하면 낙오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절박함으로 생활했다. 실패와 실수의 결과가 몰고 올 두려움으로 자신감보다 조심스러운 마음 때문에 창의적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도 못했다. 그 결과 너나 할 것 없이 평범한 삶이 삶의 표본이 되어갔다. 평범한 삶의 표본이란 다른 사람과 다르면 안 된다는 인식이었다. 암묵적으로 조성된 삶의 표본과 비교하면서 우월감을 갖기도 하고 때로는 열등감도 느끼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1970년도 1인당 GDP가 미국 화폐 기준 250달러였던 우리나라가 2019년 3만1838달러라고 통계청은 발표했다. 이는 인구 5천만 명 이상 되는 국가를 기준을 했을 때 7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제적 환경에서는 모방보다 창의적인 생각이 중요해졌다. 모방의 대상이 사라지면서 처음 도전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처음 하는 일에는 실수하고 실패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수용하게 된 것이다. 실수하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의 이면에는 실패와 실수가 발판이 되어 또 다른 방법으로 도약할 수 있는 내부 자산이 축적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는 생각만 하고 실패와 실수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다. 다음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경우는 실수와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경우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고 도전한 경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깊은 고민 없이 도전한 경우다. 준비 없이 그냥 해보는 것은 바보나 다름없는 행위다. 세심한 준비나 고민에 찬 훈련 없이 도전해서 실패하거나 실수하면 또 다른 성장잠재력이 남지 않는다. 세심하게 준비하고 다양한 고민과 번민을 극복하면서 도전하였지만 실패할 경우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교훈의 서사시가 남는다. 뜨거운 가슴으로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는 서사시가 함께 할 사람을 불러모은다. 실수와 실패는 포기하라는 신호가 아니라 좀 더 준비해서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보라는 신호이다. 학습이자 훈련이고 번뇌를 이겨내는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뜨거운 가슴으로 노래할 서사시가 남는다. 도전하여 최고가 되지 않아도 세상은 충분히 멋진 세상이다. 최고들만 모여서 사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다양하게 모여 살아야 할 세상이기 때문이다. 힘들면 내려놓았다 시간이 흐른 후 생각이 다시 떠오르거든 그때 들어 올려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인정받지 못하고 비난받아도 괜찮다. 인생 살아가는 방법이 사람마다 전부 다른 것이 내 책임은 아니다. 사는 방법이 매우 다양해서 세상살이다. 사람마다 다르게 사는 것을 존중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창의적인 경험으로 자기만의 서사시를 쓸 수 있는 토양이 세상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른 사람과 같아지기 위해 사는 세상이 아니라 독특하고 다르게 사는 세상이 창의적인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는 처음 하는 일이 많아지고, 처음 하는 일이 많아지면 실수도 하고 실패도 많아진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더 창의적인 생각을 요구한다. 창의적인 생각은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일어나지 않는 생각이다. 하지만 실수하거나 실패했을 때 자신감 상실이라는 부작용도 있다. 자신감 상실은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나타나는 심리적 위축 현상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준비하고 고민하면서 도전한 일에 실패했을 때 나타나는 깊은 심리적 상실감을 극복하면 뜨거운 가슴으로 부르고 싶은 서사시를 쓸 수 있게 한다. 서사시에는 실패란 없고 성공을 위한 다양한 방법과 교훈을 남긴다. 실패와 실수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세계에 있는 지독한 기억의 형태일 뿐이다. 기억 속에 있는 실패와 실수에 발목 잡히지 않고 그것을 발판 삼아 다시 도약하게 하는 것이 창의적인 의지이다. 그러면 새로운 마음의 평화가 다가온다.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면 세상도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편안한 세상의 모습은 조급증에서 벗어나 주변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게 한다. 멀리 있다고 느껴졌던 훌륭한 동료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면 결과도 좋아진다.
  다양한 가치에서 오는 자존감이 타인과 비교하면 열등감으로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도 있다. 타인은 타인이고 나는 나인데 타인과 비교하면 때로는 자존감이 상처받는다. 자존감 상실로 다른 사람 흉내 내면 삶을 짝퉁으로 사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세상 누구도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이 세상 누구도 될 수 없다는 생각을 놓아버린 경우다. 우리 모두는 개인에게 부여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명품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잃어버리는 경우다. 나무는 나무로서 든든함이 있고 들풀은 들풀의 귀여움이 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는 남들의 관점일 뿐이다. 어쩌면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는 것은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걱정 때문일 수 있다. 실패와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작은 것부터 성공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괜찮다. 작은 성공도 이어지면 자신감이 자리 잡는다. 자신감이 지나쳐 경솔함이란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실수하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작고 사소한 성공에 익숙해져도 괜찮다. 가장 좋지 않은 경우는 준비 없이 경솔하게 도전하여 치명적인 자존감 상실이란 블랙홀에 빠져드는 재앙이다. 가치 있는 일이란 언제나 그 가치만큼 대가를 요구한다. 일이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면 함정 근처에 있지 않나 주위를 둘러볼 필요도 있다. 유혹이 함정의 가장자리에서 위태롭게 맴돌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혹에 말려드는 이유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 하지 않고 가치 있는 것을 소유하려는 욕망 때문이다. 대표적인 유혹은 도박, 마약, 사기, 절도, 뇌물수수, 횡령, 환락과 같은 불로소득 성격의 행위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유혹은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피하는 것이다. 유혹의 언저리에 있다가는 순식간에 유혹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인생의 가치가 사소한 유혹 때문에 어처구니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 실수하거나 실패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성취하려면 유혹에 도전하지 말고 피해야 하는 이유다. 유혹이 유혹인 이유는 그것이 유혹인지 모른 상태에서 순식간에 몸을 휘감아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달리기 시합에서 계속 선두에서 달리는 사람 보다 넘어졌다가 다시 벌떡 일어나 무서운 속도로 추월하여 승리하는 사람에게 더 열광적으로 더 많은 박수를 보내고 환호한다는 것을.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 잘 사는 사람에게 환호와 찬사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자신감을 정비하고 도전하여 성공한 사람에게 우리는 박수를 보내고 환호한다. 이들에게는 뜨거운 가슴으로 써 내려갈 감동의 서사시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