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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멈추면 도태됩니다세상은 많이 바뀌었고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 이론도 더욱 다양해
박순태 기자  |  kore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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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4.01  17: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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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멈추면 도태됩니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고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 이론도 더욱 다양해

 

 

   
포천 관음사  지수 주지스님

 움찔움찔 봄 기운이 느껴지는 3월에 경기도 포천의 관음사를 찾아봅니다. 당시 주지였던 보화스님과는 2018년 처음 뵙고 좋은 기사를 얻어 인연을 시작했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건강하신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인류 역사 이래 최악으로 기록될 코로나19 때문에 일부 위축은 피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스님의 기상만큼은 오히려 진일보하여 더욱 반가운 얘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보화스님께서는 후일을 대비하기 위해 주지를 상좌인 지수스님에게 넘기고, 학문에 더욱 정진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새로운 주지인 지수스님은 아직 젊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지만 이제 새로운 시대에 맞춰 더욱 능동적으로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할 수도 있다고 느껴지는 발언이지만, 월간한국인의 다양한 독자님들 중에서는 지수스님과 궤를 함께하는 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과 함께 인터뷰를 옮깁니다.

이제 최대의 화두는 정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분위기이고, 누가 누구를 뽑았든간에 새로운 대통령도 모셔졌습니다. 서로 화합하고 발전시켜야할 일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사회를 구성해서 사는 동안은 '정치'를 외면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동안 정치와는 무관하게 살아왔습니다. 우리 신도님들이 하는 소리와 같이, '어차피 그놈이 그놈인데, 누구를 뽑아도 똑같아요.'라고 볼멘소리를 하던, 우악스런 신도님들처럼 저도 그렇게 정치와는 무관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이 나이에 이르러 또 새롭게 배우는 것 같습니다. '아, 이것도 관심을 두고 학문처럼 배워야 하는 분야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양의 누가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정치란 '최선'도 아니요, '차선'도 아닌, '차악'을 택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500년이나 묵은 마키아벨리 철학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이게 적절한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각자가 최악을 회피하고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선택을 할 때, 우리는 최소한 '최악'을 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해야할까요?
  선거 기간 동안 선거운동한다고 우리 절에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는데, 제가 좀 미안하긴 하지만... 제가 투표에 참여하라는 소리는 해도, 누구누구를 지지해달라는 말은 하지 못합니다. 제가 누구누구를 지지해달라는 것은 '최소한의 행위'가 아닌 '속세 사업으로의 적극적인 개입'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지만 저도 투표는 했습니다. 조금 걱정되기도 합니다. 스님이 추구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는 부처님이 남겨주신 말씀을 공부하고, 헛된 망상을 없애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거꾸로 속세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다니요... 비난한다면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임진왜란 때 우리 승병들의 활약이 대단했다고 하잖아요. 속된 말로 '승병은 자식도 없고, 처도 없고, 잃을 것도 없으니 이판사판으로 덤벼들어서 악귀 같았다.'라고 하더라고요. 선지식인으로서 국난이야 당연히 나서야 하는 일이지만, 대통령 선거도 국가의 대사이니 이것은 '국가의 은덕을 입는 입장에서 최소한의 의무'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우주만물에는 그 운행의 이치가 있습니다. 질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안전한 삶을 영위하게 해주는 국가도 질서가 필요합니다. 학문은 질서가 있어야 쌓일 수 있습니다. 저의 투표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무라고 판단합니다.
  대선은 끝났지만, 이제 또 총선이 돌아옵니다. 총선까지 끝나면 이제 대한민국이 어떻게 발전해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입니다. 투표권자도, 스님도, 모두 이 대한민국이라는 큰 판에서는 작은 바둑알 하나입니다. 우리 바둑알 하나하나는 서로서로 부딪치고, 떠들고, 또 화합하면서 큰 그림을 그려나갈 것입니다. 정치가 유화물감을 준비하면 유화가 될 것이요, 수채물감을 준비하면 수채화가 되겠지요. 어떤 그림이든, 우리 모두 동참해서 박장대소하며, 그 끝에는 아주 좋은 그림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세상은 더욱 격하게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생각을 멈추면 도태됩니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 이론도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어색한 가치관과 예절교양이 등장합니다. 저는 매우 혼란스러운 과도기를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전통 미풍양속이 전부인 것도 아니고, 유학과 불학만이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도 아닙니다. 하루하루 새롭게 바뀌는 현실에서 더욱 진보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생각을 멈추면 도태됩니다. 선지식인과 부처님의 말씀들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바다로 이어지는 큰 강물이고 하이레벨입니다. 그러나 당장 이 복잡한 현실에서 생존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는 로우레벨에서의 방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못도 필요하고, 도랑도 필요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저는 저희 절에 와서 백팔배를 하고, 경을 읽는 등, 다른 절에서 하는 그러한 것들을 여기서는 하지 말라고 합니다. 각자 가서 할 일을 하라고 합니다. '가서 집안일을 하고, 밖에 나가서 일을 하고, 서로 보듬고, 돈을 버십시오.'라고 합니다. 신도님들이 각자 자기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게 되고, 또 그 할 일을 하는 것은 우리가 불도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의 또 다른 형태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행에 들어서는 시기가 다르고, 또 수행하는 모습도 다 다릅니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깨달음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누구라도 그 도를, 깨달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스님이라고, 유학자라고, 선지식인이라고, 혹은 저만 유일하게 그 도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이 각자의 자리에서 항상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희 신도님들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교환합니다. 수많은 간접경험을 합니다. 저는 신도님들이 겪는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주저앉아 있음은 신도님의 의지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그것은 언제고 겪을 수 있는 망상이고, 실제가 아닌 허상임을 알려드립니다. 인연송의 내용과 같이, 인생살이 자체가 수행이고, 살아있는 지금이 서방정토 천국에 있는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부모님을 잘 모시고, 자손을 잘 양육하고, 사회와 국가에 충실하고,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합니다. 재물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니 항시 조심하고, 본연의 할 일은 성실히 이룰 것을 가르쳐드립니다."

  지수스님의 견해는 본인만의 의견일뿐, 불법이나 여타 스님과는 관계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격변하는 현실속에서 종교계에 필요한 화두는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Q & A

Q.부처님의 말씀을 옮길 때 우리가 가장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A.망상과 망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망식은 구별하고 차별하는 마음입니다. 또 집착하는 마음입니다. 망상은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입니다만, 좁게 하나만이라도 알게끔 정의하자면 쓸데없는 생각, 부질없는 생각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부처님과 선지식인들이 뭐라고 했는지 공부하기 어렵다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이 망상과 망식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행자로 존경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Q.부처님의 말씀 외로 우리가 또 노력해야할 부분이 있을까요?
A.우리는 현대의 지식을 하나도 빠지지 말고 탐구해야 합니다.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하루밤만 지나도 수많은 IT뉴스와 논문이 올라옵니다. 모르는 상태에서는 깨달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는만큼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우리가 육체만을 편하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든가, 혹은 반대로 정신상태만 편하게 하거나 불편하게 한다고 해서 깨달음의 상태에 도달할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배울 수 있듯이, 그건 절반의 수행입니다. 
  우리 생활의 기반이 되는 유학과 미풍양속에 대해서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주변 이웃과 잘 화합하고, 부모님을 잘 모시고, 자녀를 잘 양육하고, 사회와 국가에 충실히 하는 것 등입니다. 지금도 잘 하고 있는 것들인데, 서로 조금만 더 신경써도 우리는 더욱 큰 즐거움을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마지막으로, 질문은 아닌데, 우리 월간한국인 독자님들에게도 좋은 가르침을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A.지금까지의 인터뷰 내용만 다시 들어봐도 아실텐데... 저는 '가르침'을 논할만한 공부가 안되어 있습니다. 제가 감히 그런 일을 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그냥 제 수준에서 논한다면... 총선 투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시고, 남의 말을 옮기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주의하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저도 시행착오의 연속인데, 대부분은 남의 말에 휘둘려 다니고, 고작 투페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제일 심하게 아프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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