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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이 삶을 예술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유영태 교수  |  kore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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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5.09  1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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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이 삶을 예술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유영태 교수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무엇인가를 정교하게 잘 만든 것을 보고 우리는 예술적이라며 찬사를 보낸다. 무언가 하는 일이 예술적 경지에 다다른 사람은 잘하는 단계를 넘어 즐기는 단계에 도달한 사람이라야 가능하다고 한다. 감탄을 자아내는 예술적 경지에 이르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무언가 배우며 익히는 단계로부터 시작한다. 일상으로 하는 일이라도 단순히 알고 있는 단계를 넘어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 예술의 경지에 이른다는 이야기이다. 일반인의 생각으로는 지루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반복하면 더 정교하고 완벽에 가깝게 마무리하는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행동의 이면에는 자발성이 전제되어 있다. 자발성은 어떤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의미가 있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발적으로 하는 대표적인 행위가 있다면 그것은 사랑일 것이다. 사람들이 사랑이란 말을 쉽게 이야기하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그 속성을 한마디로 말하기란 쉽지 않다. 그 한 마디로 설명하기에 어려운 것이 사랑이라지만, 많은 해석 중에 소중하게 아끼는 마음도 사랑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아끼는 마음의 한 가운데에는 존중한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아끼고 존중하는 사람이 행여 힘들어할까 봐 자발적으로 힘이 되어 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모든 일은 즐겁고 힘든 줄도 모르고 지치지도 않는다. 날마다 즐거움이 새롭기만 하다. 
하지만 좋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일에도 조심하고 신중하게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경우다. 아끼고 사랑하며 존중하기 때문에 도와주는 것이라지만 도움받는 사람의 마음을 거북하게 하거나 자존심을 자극하면 오히려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도와주는 행위도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도와준다고 하지만 도와주는 기술이 어설프면 자칫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가 되어 오래도록 흉터로 남아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릴 수도 있다. 
아끼는 마음으로 내밀었던 도움의 손길이 마음의 상처가 되어 내밀었던 도움의 손이 부끄러워지는 일도 있다. 도움의 손길에서 겸손이 빠졌기 때문이다. 외관적으로 보았을 때는 도움을 받아야 할 것처럼 다소 몸이 불편하고,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을지라도 인간으로서 자존감이나 존엄성까지 취약해진 것은 아니다. 비록 도움을 받아야만 할 것 같은 상황일지라도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이나 존엄성이 침해되었다고 생각하면 거부감이 발동하여 내밀었던 도움의 손길을 매몰차게 뿌리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 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의 판단으로만 좋은 일이고 정작 상대방에게는 불편한 일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심각한 딜레마가 부모와 자녀 간에 자주 발생한다. 부모가 자녀를 아끼는 마음으로 의견을 표현하지만, 경험이 적은 자녀는 그것을 간섭으로 생각하며 저항하는 경우다. 관심과 간섭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것이다. 생활하면서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신념으로 하는 일도 이와 비슷한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정의로운 신념이 저항에 부딪치지 않으려면 겸손이 습관화되어 있어야 한다. 날마다 하는 일상적인 일일지라도 주변환경과 사람의 마음이 날마다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에 겸손하게 행동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 겸손의 시작은 상대방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괜찮았다는 생각에 습관적으로 행동할 경우 뜻밖의 갈등을 촉발할 수도 있다. 오늘 해가 새롭게 뜨면 새로운 날인 것처럼 과거에 있었던 지나간 일은 오늘의 일의 아니기 때문이다. 
볼품없는 커다란 바위를 조금씩 조각하여 바위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조각상을 만드는 예술가는 조각하는 도구에 망치로 과격하게 가격하지 않는다. 바위에 가격하는 힘과 방향은 본래 바위가 가지고 있는 성질을 거스르지 않도록 바위의 특성에 따라 조심스럽게 조각하여 예술품을 만들어낸다. 바위의 성질을 무시하고 함부로 가격한 한 번의 잘못으로 바위가 잘려나가면 다시는 원상태로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바위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질을 세심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조각할 때 아름다운 조각상이 바위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바위가 겸손해서 아름다운 조각상이 드러난 것이 아니라 조각하는 사람이 바위의 특성에 맞추어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세심하게 작업했기 때문에 예술적인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아는 것이 많고 힘 있는 사람의 미덕이 겸손이다. 사슴이 겸손하여 사자의 먹이가 되어 주는 것이 아니라 사자의 미덕으로 사슴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겸손은 강자가 포용하고 베풀 때는 미덕이지만 약자가 강자에게 겸손하게 행동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으로 보인다. 배우고 익히며 기술을 연마하는 것은 겸손의 범위와 폭을 넓혀가는 일종의 삶의 수련 과정이다. 
현명한 사람은 행여 겸손의 미덕이 자신의 몸에서 떠날까 염려하여 강력한 적을 옆에 두고 살얼음으로 된 강을 건너듯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교만이란 지옥의 문으로 성큼 들어서지 않기 위해서다. 겸손이 사라지면 하는 일이 거칠어지면서 중요한 사안이 옆문으로 황급히 빠져나간다. 영향력 있는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위대한 일을 시작하면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주변에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그 위대한 일은 세밀하고 정교하며 예술적으로 진행해야 완성도가 높아진다. 그 가운데에는 함께 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겸손함이 있어야 한다. 태산은 모래 한 톨까지도 포용하여 태산이 되었고 바다는 이물 저물 구별하지 않고 모든 물을 받아들여 바다가 된 것처럼 사람들 사이의 일에도 모두를 존중하는 겸손한 마음이 일을 예술적인 경지에 도달하게 하며 아름다움으로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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