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많은 삼성전자, 무역결제 받아줄 은행 ‘어디없소?’

매입외환 늘려달라는 요구에 국내은행 ‘벙어리 냉가슴’

거대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하고 있는 ‘Made in Korea’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수출 규모가 늘어날수록 국내 금융권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게 된다. 얼핏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수출이 많다는 것은 기업이 탄탄해지고 나아가 국가 재정에 상당한 버팀목으로 자리하게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삼성계열사로 인해 국내 은행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삼성전자의 수출 규모가 늘면 늘수록 매입외환의 규모도 같이 커지기 때문이다. 매입외환은 수출하는 삼성전자에게 수입하는 업체 대신 돈을 미리 지급하는 것으로 수입업체로부터 은행이 따로 상환 받는 방식의 여신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삼성전자는 매번 은행측에 매입외환을 늘려달라고 요청하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은 동일인 여신한도가 이미 차서 늘릴 수 없는 입장에 있는 것이다. 동일인 여신한도는 동일한 기업인이나 법인에 은행들이 빌려줄 수 있는 여신의 한도를 뜻하는 것으로 한 기업이나 기업인에게 편중되는 부분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들의 여신한도는 은행 자기자본의 25%이며, 개인과 개별 회사는 20%로 한정돼 있다.

이러한 제도로 인해 시중은행들의 기업 여신담당자들은 삼성측 요구를 들어주기 어려워 결국 다른 은행이나 외국계 은행을 추천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은행 무역금융 능력의 한계 드러나

만약 제도를 바꿔서 한도를 늘린다면 문제는 해결될까? 사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여신한도를 늘린다 하더라도 은행의 자기자본이 지난 몇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한 관계로 여신을 줄 수 있는 형편이 안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만 보더라도 국내 은행 자기자본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계열사를 포함, 현대자동차, SK 등과 같은 글로벌기업들이 가세할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이 선뜻 여신을 늘려줄 형편이 안돼 결국 외국계 은행의 문을 두드리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수출액이 늘어나는 반면에 국내 은행들은 소매금융만으로 장사를 하다보니 자기자본을 늘리지 못하고 거의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 국내 은행 자기자본은 약 180조원인 반면에 삼성전자는 141조원에 달하면서 삼성전자를 국내 은행이 감당하기에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실정이 이러다 보니 국내 은행들은 무역금융을 통해 외화자금 확보가 손쉽기는 하지만 부담스럽다보니 외국계 은행에 자리를 양보하는 경우도 발생되는데 이로 인해 외화자금이 고스란히 흘러들어가 결국 확보할 수 있는 외화자금이 줄어드는 사태까지 발생되는 것에 많은 전문가들은 외화자금 경색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 효자기업들도 자유롭지 못해

경제전문가들이 대체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은 여신한도가 낮아 앞으로 2-3년 내에 외국계 은행들에 기대는 국내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 잠식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수출액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SK, LG, GS 등 글로벌기업들의 수출액도 대폭 증가하고 있어 외화자금의 외국계 금융으로의 유출 규모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업계는 여신한도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제안했다. 삼성전자와 같이 우량기업들은 한 달이면 매입외환 금액을 상환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금액 전체를 동일인 여신한도로 묶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자기자본에 대한 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외국계 은행으로 러시가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은행들의 방안 제시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의 자기자본 기준 강화로 동일인 여신한도의 기준이 되는 자기자본은 보완자본과 기본자본 중 오는 2019년부터 보완자본을 제외키로 한 것이다. 국내 은행의 경우 자기자본이 180조원으로 이중 18% 가량이 보완자본인데 이를 제외할 경우 삼성그룹은 물론 현대자동차와 SK, LG 등 동일인 여신한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내 은행업계의 주장에 대해 감독 당국도 뜻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국은 국내 대기업들의 동일인 여신한도 실태를 파악하여 국내 은행들의 애로사항을 들어보고 이에 따른 방안을 내 놓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어 실질적인 정책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시기는 언제가 될 지는 아직까지는 불분명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