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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말이 영글어가는 시간이다
유영태 교수  |  kore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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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6.07  11: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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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말이 영글어가는 시간이다

 

교수 유영태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 

 

 

소중한 일에 침묵이란 기다림의 미학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때가 있다. 개인마다 자신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 만남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순간에도 침묵이 많은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침묵은 어색하리만큼 말이 많아지고 싶은 분위기를 견디게 해주는 힘이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협상에서도 마찬가지다. 협상 과정에서 지나치게 말이 많아지면 결렬될 되는 경우도 있다. 말이 많아지는 현상은 초조함으로 무언가 감추려는 듯한 의구심이 들게 하기도 하고, 말이 많아지면서 의미 있는 말이 적어져 신뢰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일이란 게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그 신호가 혼란스럽게 섞여서 오는 경우가 많다. 이 장·단점이란 것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단점이 강력한 전략이 될 수도 있고 강점이 몰락의 함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같은 사안일지라도 어떻게 해석하여 접근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이는 돈도 마찬가지다. 돈은 선하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돈은 사용하는 방법과 돈을 버는 방법에 따라 돈이 나쁘기도 하고 선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돈 버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부자들이 많다. 가난한 사람은 생존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지만, 부자는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권력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돈에 의한 영향력으로 작동되는 권력의 범위에는 한계점이 없다는 데 있다. 인간의 강력한 욕망 중 하나인 권력의 형태로 돈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돈을 버는 목적과 관점이 달라 돈을 사용하는 방법도 다르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최소한의 노력과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행위는 동일하다. 사람은 누구나 효율성을 기반으로 의사결정하여 행동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최소 비용과 공짜는 다른 이야기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달성한다는 생각은 경제적 관점이지만, 비용을 전혀 투입하지 않는 공짜점심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는 해석의 차이가 많이 발생한다. 공짜점심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옳지 않은 생각이라고 설득하려 하면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공짜점심에 타성이 젖으면 당연히 자신 받아야 할 권리를 빼앗겼다고 착각하는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그래서 공짜점심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침묵하는 것이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다. 사실 공짜점심에 길들여지게 하는 행위는 하늘을 높게 날아야할 독수리의 날개를 퇴화시켜 날지 못하게 하는 일과 같을 수 있다. 그래서 공짜점심도 조심스럽게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능력이라는 것은 스스로 도전하고 자신이 직접 심은 것만 자신의 것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 것은 자립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냉정하게 눈을 돌리라는 것은 아니다. 작은 도움으로 큰 부자는 될 수는 없지만,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든든한 믿음의 버팀목이 되어 주라는 의미다. 손잡아 준다고 넘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도움에는 버팀목처럼 침묵해야 한다. 때로는 침묵이 백 마디의 말보다 더 깊은 믿음을 주기도 한다. 말없이 손잡아 주는 침묵이 마음을 편하게 하여 세상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침묵의 도움을 받아들이거나 거절하는 것은 상대방이 선택할 문제이다. 그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도와준 것을 알아주지 않아 서운하다고 말해버리면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의 상승으로 주위와 충돌하면서 순수하게 시작한 도움의 손길이 상처받을 수도 있다. 
부자는 주변 사람에게 세상을 순수하게 바라보라고 강요하지만, 그들은 순수하게 살지 않았다. 세상을 순수하게 생각해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다. 부자는 정치도 잘한다. 정치는 누구에게 이익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 사이의 역학관계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의사결정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부자가 된 것이다. 큰 부자는 자신의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주변 사람을 흡수하면서 그 영향력의 질량을 키워간다. 마치 막강한 중력에 의해 주변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를 흡수하는 블랙홀처럼 흡수하여 실체가 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추상적인 사랑이나 선한 의지로 사람 관계가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로 연결되어 확장하기 하고 축소되기도 하면서 작동하는 것이 세상 이야기다. 하루하루 일상의 선택이 정치적 선택일 수 있고 한편으로는 삶의 정의에 기반한 헌신적인 선택이 작동되기도 한다. 그 많은 순간의 선택이 공공의 가치를 위한 것이라 주장하지만 사실은 이것마저도 자기만족을 위한 선택이다. 희생이라는 행위도 자기만족이란 가치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자기만족을 위한 선택에서 주변 사람과 충돌이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때로는 침묵이 최고의 선택일 수 있다. 침묵하면 마음이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 마음의 상처를 자연스럽게 치유하기도 한다. 몰라서 말하지 못하는 것을 침묵이라고 하지 않는다. 장소와 시기가 적절하지 않아 하고 싶은 말을 억누르는 것을 침묵이라 한다. 아직은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스스로 드러나길 기다리는 것이 침묵이다. 


나약한 사람은 소란스러울 정도로 말이 많고 지혜가 많은 사람은 바위처럼 묵직한 침묵이 주변을 감싸고 있다. 말을 해서 실수할 수 있지만, 침묵으로는 실수하지 않는다.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강하게 억누르며 침묵할 때 말에 힘이 실린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말일수록 급하게 튀어나오려는 말을 잘 관리해야 효력이 있다. 듣는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말은 스쳐 지나가는 단 한 번의 이야기도 귀에 꽂히고 중요하지 않으면 백번을 이야기해도 마음에 닿지 않는다. 그래서 중요한 말일수록 한 번만 말해도 충분하다. 그리고 그 말이 영글 때까지 기다리는 행위가 침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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