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생활의 지혜)  

 

『사랑하는 마음』

 

조성민 명예교수/한양대학교 로스쿨

 

▲공생하는 연리목

 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진 숲에는 공간이 부족해 나무들이 서로가 부딪치면서 맞닿기 마련이다. 혼자만 살겠다고 발버둥 치지만 나뭇가지가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 지나다보면 협조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이치를 깨달은 나무들은 좁은 공간에서도 가지를 서로 다른 곳으로 뻗으며 잘 자란다. 그런데 뿌리가 다른 두 그루의 나무가 자라면서 나무 몸통과 몸통이 하나로 합쳐져서,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자라는 특이한 나무가 있다. 이러한 나무를 연리목(連理木)이라고 한다. 

 이 연리목은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나갈 수 있도록 아예 몸을 하나로 합쳐 자란다하여, 남녀 간의 애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연리목을 사랑나무라고도 부른다. 이 사랑나무는 서로 의지하면서 공생하는 지혜를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공멸하는 해초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아래에 몬트레이가 있다. 아름다운 태평양과 잘 다듬어진 거리를 자랑하기 때문에 미국서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이다. 특히 해안선을 따라 나 있는 17마일 해안도로(17 Mile Drive)는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이 도로에는 큰 나무들이 해변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그런데 탐스런 잎을 가진 나무들 사이에 쓰러질듯 한 커다란 고사목을 군데군데 볼 수 있다. 이 고사목은 해초 때문에 생긴다. 바다의 해초가 바람에 날리어 나뭇가지에 큰 수염처럼 걸친 후, 나뭇잎의 영양분을 차츰차츰 빨아 먹는다. 영양분이 고갈되면 나뭇잎이 말라 죽고, 이어서 나뭇가지가 죽고, 나중에는 나무 몸통이 죽어 버린다. 나무가 고사하면 결국에는 해초도 수명을 다한다. 이 해초는 나무와 공생하는 것이 하니라 기생하면서 자기의 생명줄이었던 나무를 죽이고, 결국에는 그 자신도 죽는다.

 

▲사랑의 노래

 충청북도 제천의 청풍호에 두 나무 몸통이 중간에서 하나로 합쳐졌다가 다시 두 줄기로 뻗어 올라가는 연리목이 있다. 너무나 신기하고 희귀한 나무를 넋을 잃고 쳐다보다가, 다음과 같이 시를 지었다.

 사랑은 열린 문이다/ 사랑한다는 말 하지 않아도/ 쑥쑥 자라는 나무/ 한 몸이 되어/ 세월은 열매를 맺고/ 우리들 어깨 위로 노을이 번지면/ 나무는 커다란 키를 흔들며/ 출렁이는 서녘 빛이 된다.

 

 

▲빛이 되는 사랑의 실천 

 이태석(1962.9-2010.1)은 부산에서 10남매 중 아홉 번째로 태어나 9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자갈치 시장에서 삯바느질로 자식들을 키웠다. 1987년 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가톨릭 신부가 되겠다는 뜻을 품었다.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2001년 6월에 사제서품을 받고 아프리카 남부 수단의 톤즈 마을에 선교사로 부임했다. 톤즈 마을은 전화를 걸려면 헬리콥터로 4시간을 날아가야 하고, 1년 내내 50°C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열대지방으로 전기는커녕 당시에는 내전의 총성이 그칠 날 없는 위험한 오지였다. 그곳에서 그는 가난과 기아, 질병 등으로 도탄에 빠진 마을의 참상을 보고 자신의 일생을 바칠 것을 결심했다.

 신부는 그 마을에서 선교활동을 겸한 의료봉사활동과 구호운동에 헌신하기 위하여 병실 12개짜리 진료소를 만들었다. 하루 200-300명의 환자를 돌보며 인근 80여개 마을의 순회 진료와 예방접종도 하였다. 그는 학교를 세우고 초, 중, 고교 11년 과정을 꾸려 수학과 음악도 가르쳤다. 또 기숙사를 짓고 톤즈 브라스밴드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악기도 가르쳤다. 이렇게 그는 사제라는 신분을 넘어서서 평범한 이웃의 한 사람으로, 아픈 곳을 살피고 치료해 주는 의사로, 다양한 악기와 즐거운 노래를 가르치는 음악 선생님으로 가난한 이들의 친구로 살아갔다.

 2008년 11월에 신부가 휴가차 한국에 입국했을 때 대장암 4기를 진단받고 투병 끝에 2010년 1월에 서울에서 선종했다. 2010년 9월에 이태석 신부의 헌신적 삶을 그린 기록영화 「울지마 톤즈」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한 종교인의 이야기이지만 종교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가 조계종 스님들 앞에서 상영되었고, 개신교 목사와 신자들을 대상으로 상영되었다. 종교를 초월한 이 세상의 빛이 되는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울지마 톤즈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①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일깨워줌

 신부는 아프리카 톤즈 마을의 한센병을 앓고 있는 한센인들이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것을 보았다. 그는 문명사회에는 가까운 곳에 마실 물이 있고, 스위치를 누르면 전등을 켜고 어느 곳에서나 식료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하면서, 조그만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바다도 작은 물방울에서 시작되듯이 사소하고 작아 보이는 것에 감사하면 큰 감사거리를 만나게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깨우쳐주었다. 

  ② 낮은 곳으로 향하는 마음을 일깨워줌

 신부의 삶은 언제나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에게로 향해 있었다. 이해한다는 뜻을 가진 “understand"는 ”상대방보다 아래에(under) 서있다(stand)“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신부는 ”교만이 가득하면 망하고 겸허하면 존경받는다. 스스로 높다고 여기면 남이 끌어내리고, 스스로 낮다고 여기면 남이 끌어올린다.“는 것을 실천했다. 신부의 삶에서 우리는 겸손한 사람은 이타적이고 너그러우며 호감이 가고 타인의 호의에 감사할 줄 알며 협조적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성숙한 마음은 겸손한 마음이고, 겸손한 마음으로 스스로 낮추는 자는 아름답다는 것도 깨닫게 해준다.    

③ 나눔의 마음을 일깨워줌

 그는 나눔을 통해 풍요로움을 느끼고, “나눔은 신기한 요술항아리”라고 했다. 나눔은 마음의 기쁨과 행복을 선물로 주고, 나눔은 행복으로 이끄는 비밀열쇠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우리는 누구나 풍요로움을 원한다. 그러나 그 풍요로움은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또 나보다 어려운 사람의 궁핍함과 소외됨을 외면한 채, 자신의 성공에만 열중한다고 해서 채워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세상은 나 혼자만이 아닌 모두가 풍요와 행복을 누리는 세상이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친 풍요가 아니라 모두가 공평한 가치를 갖고 차별받지 않으며 서로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며 사는 세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사랑을 실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함

 우리가 사회생활을 할 때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사랑나무가 될 것이냐,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몬트레이 해안의 해초와 같은 존재가 될 것이냐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우리주위에 사랑나무와 같은 사람이 많으면 즐겁고 재미있는 삶이 될 것이고, 캘리포니아 몬트레이 해안의 해초와 같은 성품을 가진 사람이 많으면 고통스럽고 고단한 삶이 될 것이다. 초여름을 맞이하여 사랑나무와 같이 상생하는 지혜로운 마음으로 여유를 찾으며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 성 민 교수

한양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법학박사)

대륙문인협회 이사장(시인/수필가)

전)한양대 학생처장/대외협력처장

전)국가경찰위원회 위원

전)성산효대학원대학교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