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마음을 두드리는 아름다운 전통의 북춤

한울북춤연구원 / 황보 영 원장

쿵쾅거리는 소음 속에서 365일 ‘공사 중’인 대한민국, 마치 오래된 것들은 모조리 허물고 뜯어내어야만 선진국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듯하다. 문제는 무분별한 도시화 작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돌보지 않는 사이, 현대화라는 미명하에 우리의 고유하고도 우수한 전통 문화는 설 자리를 잃어버렸고, 후대로 전승되지 못할 위기에 봉착했다. 이런 시점에서 외로이 우리나라 전통의 북춤을 계승하며 독창적인 ‘한울북춤’으로 발전시켜 온 ‘중보 황보 영’의 북소리는 우리들에게 현대인의 무모함을 꾸짖고 우리 선조들의 바람을 일깨우는 듯하다.

취재 : 배준철 기자 (teen21@nate.com)

인쇄·출판업 대표에서 ‘한울북춤’의 창시자가 되기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북춤의 대가 황보 영 원장은 40년째 인쇄·출판업을 운영하고 있는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1980년 8월부터 우연한 기회에 취미 생활로, 지금은 고인이 된 김수배 옹에게 북을 사사 받고, 남도 소리와 전통 무용을 접하게 된 그는 20여 년 전 ‘북’이라는 타악기에 매료되어 오현숙 선생님께 북춤을 전수 받아 자신만의 독보적인 ‘한울북춤’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한울북춤의 의미는 한민족의 울림, 북소리를 뜻합니다. 경상도에서 쓰이는 ‘메나리 토리’라는 용어의 어원이 메아리라고 추정되는데, 실제로 북소리는 산의 울림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저는 마치 메아리가 건너편의 사람에게 다다르듯 저의 북소리도 이웃과 이웃을 연결하고 대한민국과 세계를 연결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013년도에는 지난 5년간의 자료조사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예술의 힘, 북춤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저서를 출간했다. 그의 저서에는 북의 기원과 변천, 기능, 북의 종류 등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고, 상고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우리나라 전통 북춤과 전국의 북과 관련된 명무(名舞)를 소개하고 있다. “전통의 북춤을 ‘한울북춤’이라는 이름으로 체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한울북춤’의 근간이 되는 북의 장단을 1박자에서 12박자까지 의미를 정의하고, 36가지 춤동작에 일일이 이름을 부여했으며 ‘한울북춤’의 전체 마당을 4개의 마당, 즉 만남, 기반 다지기, 도약, 화합의 순으로 나누어 집대성했습니다.” 황보 영 원장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환경부장관상, 국위 선양상, (사)국제 키와니스 한국지구 총재상을 비롯해 제7회 진해 전국 국악대전 개인명무부 종합대상(문화관광부장관상), 제19회 대구국악제 전국 국악경연대회 종합대상(국무총리상)을 수상하였으며, 제13회 한밭국악 전국대회에서는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한울북춤연구원’을 통해 전통의 문화를 계승·발전

2004년부터 한울북춤연구원의 원장직을 맡고 있는 황보 영 원장은 전통의 북춤을 계승하며 현 세대들과의 원만한 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왔는데, 가장 차별화한 부분은 북춤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더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흥 영남의 북춤’, ‘가자 아라리라’ 기획 공연과 ‘정학이 열사 탄신 10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한울북춤’을 탈춤, 살풀이춤 등의 전통 춤사위와 접목했으며, 영남의 소리(토속민요), 동부민요, 농악, 택견 등, 우리 민족 고유의 생활문화와 접점을 찾는데도 성공했다. “무엇보다 각 분야 최고의 예술인들이 한 무대에서 어우러질 수 있는 화합의 장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지역민들이 더 폭넓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며, 대구경북 문화의 우수성을 더 널리 알려나가는 데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현재 황보 영 원장은 ‘일일디지털인쇄’의 확장 이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공무원이었던 자녀들이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인쇄분야에 힘을 보태고 있다. 디지털 혁명 속에서 아날로그적 가치가 폄하되고 전통 문화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시대에, 황보 영 원장은 우리가 놓쳐버린 생활문화의 이치와 가치의 중요성을 깨우쳐주고 있다. 우리 선조의 ‘일이 문화요, 문화가 놀이’인 여러 장르를 세계인들과 함께 공유한다면 오고 싶고, 하고 싶은 격이 높은 문화가 탄생되고, 전통문화에 많은 일자리까지 생겨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지켜나가고 있는 황보 영 원장에게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을 전하며 우리 전통의 북춤, ‘한울북춤’이 후대에 길이 빛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