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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질서와 베토벤 교향곡 9번
유영태 교수  |  kore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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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7.07  09: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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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질서와 베토벤 교향곡 9번

 

유영태교수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우리는 대단히 특별한 사람을 역사적 기록에서 만난다. 그중에는 쉴라와 베토벤도 있다. 쉴라와 베토벤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지창조 이전의 우주를 바라본 영적으로 매우 뛰어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기독교의 위대한 선각자 모세가 구약성경의 창세기에서 말하는 천지창조와 쉴라가 설명하는 사고의 지평선 저 너머에 있는 우주의 운행과 비교하면 모세의 천지창조는 동네 이야기에 불과한 협소한 공간이다. 모세는 우주에서 티끌보다 더 작은 지구라는 세상을 유대교의 관점에서 설명했을 뿐이다. 쉴라는 우주의 탄생 이전의 우주를 관장하는 관점에서의 이미지를 서사로 노래했고, 베토벤은 이것에 감동의 음률을 붙여 사람들의 생각을 광활한 우주로 확장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위대한 곡이 교향곡 9번이다.
우주가 얼마나 광활한지 우리는 짐작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주는 미세한 먼지로 된 구름이 모여 별이 되기도 하고 서로 충돌하면서 더 큰 별로 태어나기도 한다. 강력한 에너지의 융합으로 생겨난 거대한 별은 자기 힘에 겨워 폭발하여 사라지기도 하지만 또 다른 형태의 광활한 별들의 집단을 만들기도 한다. 극도로 혼란스런 과정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하는 별들이 무구한 세월과 함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별들의 세계가 두렵기까지 한 감동의 모습으로 드러낸다. 냉혹한 삶의 현장에서 극단적인 대립으로 가혹하기까지 한 현실이 우리를 서로 갈라놓았을지라도 별들이 혼란 속에서도 아름답게 자신을 드러내듯이 우리도 형제애로 포옹해야 할 이유를 환희에 찬 감동의 선율로 교향곡은 선물한다. 다양한 현실적인 이유로 마음의 상처가 깊어질지라도 절대적 우주의 질서가 작동하는 사랑의 날개 아래에서 환희에 찬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삶이 비록 힘들고 상처받았다 할지라도 별들의 세상에서 또 다른 별을 보는 것처럼 세상을 웅대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우리 눈에는 언제나 한 장소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는 태양도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자신의 길을 따라 여행하는 모습도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는 둘레가 대략 4만km인 지구라는 행성에 올라타 우주를 여행하고 있다. 하루에 한 번 회전하는 자전 속도를 기준으로 지구 회전 속도를 계산하면 1초에 대략 462m를 회전해야 한다. 이 속도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리 속도인 340m보다 빠른 속도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속도는 1초에 대략 298,000m라는 엄청난 속도로 우리는 우주를 여행하고 있다. 지구를 포함하여 9개의 행성을 거느리는 태양계는 우리가 밤하늘에 보는 우리 은하계의 가장자리에 있다. 1초에 30만km를 가는 빛의 속도는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갈 만큼 빠른 속도이다. 이 빛의 속도로 우리가 속해 있는 은하의 크기를 측정하면 약 13만 년이나 여행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그리고 우리가 속해 있는 태양계가 우리 은하를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2억 5천만 년이 소요되는 광활한 우리 은하도 우주에서는 수천억 개가 넘는 은하 중 한 개 불과할 만큼 우주는 터무니없이 광활한 공간이다.
 이 광활한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빅뱅 이전의 절대적 의지의 섭리를 쉴라는 서사시로 그림을 그렸고 여기에 베토벤은 곡을 붙여 장엄한 교향곡으로 우리의 생각을 우주로 멀리멀리 확장시키고 있다. 베토벤이 22세에 쉴라의 서사시를 만나 우주를 보았고 교향곡을 작곡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 영감이 마음에 자리 잡은 후 많은 우여곡절을 견디며 32년 만에 완성된 곡이 교향곡 9번이다. 교향곡 9번을 발표할 때 그는 이미 청각장애가 심해서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일면 추측해보면 베토벤은 일반인이 들을 수 없는 우주와 자연의 소리를 듣고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바꾼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 많은 별들과 행성들의 삶터인 은하 세계에서 벌어지는 별들의 이야기 저편 뒤에서 절대자가 주관하는 우주의 생생한 소리를 베토벤은 들었는지도 모른다.
 삶을 엮어가기 위해 사람들이 걸어야 할 길을 베토벤은 교향곡 9번으로 우리에게 말하는 듯하다. 우주에서 희미하게 부유하는 티끌이 모여 별이 되고 은하가 되듯이 때로는 숨죽이듯 고요하게 다가오다가 경쾌하고 역동적이면서 강렬한 폭풍처럼 삶을 크게 바라보고 포용하라고 몰아붙이듯 교향곡이 연주된다. 원시림의 숲에도 길은 있고 바다에도 항해하는 뱃길이 있다. 하늘에 하늘길이 있는 것처럼 광활한 우주에도 별들의 길이 있는 것과 같이 혹독한 삶 속에도 환희에 찬 인생길이 있다고 암시한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무수히 많은 별들이 다이아몬드처럼 촘촘히 박혀 있다. 평화롭게만 보이는 이 아름다운 별들의 세계도 시시각각으로 폭발하고 충돌하면서 흩어지며 어디론가 흡수되기도 하는 격동하는 공간이다. 우리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로 주장하며 대립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격동적인 삶의 터전도 우리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듯이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 지구에는 아무 일 없는 듯이 고요하게 우주를 여행한다. 삶의 고통이 휘몰아치는 소용돌이에 휘말렸을지라도 멀리서 바라보면 밤하늘의 별처럼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다. 우주 공간에서 격동하는 수 많은 별들의 이야기나 우리가 사는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우주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똑같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청각 장애인 베토벤은 우리가 들을 수 없는 별들의 이야기와 세상 이야기를 모두 들었을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가까이에서 보면 혼돈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아름답기까지 한 우주의 질서를 교향곡의 형태로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세상 소리를 듣지 못한 청각 장애인 베토벤은 절망 대신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자연과 우주의 소리를 우리가 들을 수 있도록 교향곡 9번으로 변환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음악가에게 청각장애라는 절대적 절망 상태에서도 베토벤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사람에게 세상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 선물을 마음으로 받으면 그냥 우리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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