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과 선한 의지로만 사회정의가 구현되지 않는다.

유영태 교수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우리는 때때로 사람들의 선한 의지를 믿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누가 감시하지 않아도 교통법규 잘 지키고, 주차장에 은근슬쩍 쓰레기 버리지 않고, 정당한 대가가 아니면 검은돈을 요구하거나 받지 않고 공정하게 일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바람과 달리 선한 의지와 양심에만 의지해서는 사회정의를 바탕으로 하는 질서가 확립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오히려 개인적인 욕망의 덫에 걸려 범법자가 되기 쉽다.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란 것을 사람을 만나면서 깨닫게 된다. 사람은 본래 태어나기를 선하게 태어났다며 맹자는 성선설을 이야기했고 순자는 그 반대 방향에서 성악설을 주장기도 했다.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정의에 대한 신뢰란 언제나 흔들릴 수 있고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선택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한비자와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신하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하여 잔인하게 설파하였다. 때로는 약삭빠른 사람이 잘사는 경우도 많고 반칙을 일삼는 사람이 떵떵거리며 부자로 사는 경우도 있다. 공공의 정의를 기반으로 공정의 가치를 내세우며 법률과 제도를 만들어 질서를 지키도록 강제하지만 이마저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막강한 권력을 거머쥐는 때도 있다. 이를 비아냥거리는 말로 법꾸라지라는 말도 생겨났다.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요리조리 교묘하게 잘 빠져나간다는 뜻에서 자조적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힘없는 일반 시민은 작은 범죄행위에도 가혹하리만큼 엄격하게 처벌을 받는 데 소위 권력자들은 법을 이리저리 피해 법망으로는 잡을 수 없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부동산 투기만 해도 그렇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이용하여 은행에 담보물로 제공하여 쉽게 대출을 받아 집을 매입하고 그 매입한 집을 전세 내주는 방법으로 집을 늘려갔다. 이런 방법으로 여러 채의 집을 소유하여 임대수입으로 일하지 않고도 편안하게 사는 방법이 법적으로 문제 될 일은 없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집을 사들여 부자가 된 사람이 전횡하면서 주거를 목적으로 꼭 집이 필요한 사람은 주택을 구입할 수가 없다. 부자들이 임대수익을 위해 사들인 집 때문에 매물이 없어 집값이 계속 폭등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상의 심각성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욕을 상실하게도 한다는 데 있다. 어렵게 자금을 투자하여 기술개발한 제품을 영업해서 얻은 이익보다 부동산에 투자해서 부자 되는 방법이 쉽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가의 산업경쟁력은 자연스럽게 후퇴하게 된다. 기술개발 생태계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그 확실한 본보기를 보여주었던 국가가 일본이다. 일본은 부동산 경기의 활황으로 많은 사람들의 돈이 부동산에 몰리면서 형성되었던 거품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30년이라며 국가 성장동력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술개발보다 손쉬운 부동산 투기로 돈 버는 방법에 익숙해지면서 일본의 잠재 기술력이 정체된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와 1인당 소득격차가 거의 없어지게 되었다. 일본이 우리나라와 무역분쟁을 일으켜 반도체 핵심소재를 우리나라에 수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하였지만, 우리나라에서 곧바로 독자 기술개발로 생산하면서 무역이란 무기가 무력화된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본의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 분위기의 약화는 장기적인 산업경제력 상실로 이어졌고, 요즘은 세금을 납부하고 난 다음 소득인 가처분소득이 우리나라 국민이 더 많다는 말을 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었던 일본 경제의 후유증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처럼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대립되면 개인의 이익에 우선하여 의사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들의 당연한 심리이다. 이는 개인의 선한 의지와 양심에 의지해서만 공공의 선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공공의 선이 작동하도록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일치하는 제도적 틀이 필요한 이유다. 사회적으로는 가치에 대한 다양성이 공유되고 법률에 의한 공정의 가치가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가능하다. 법률의 적용이란 게 그간 많이 배운 법꾸라지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여러 번 언론을 통해 접해 왔다. 이런 현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기술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사회전체 구석구석 모든 행정적 이행 절차가 지문처럼 기록되고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기반시설을 정비해야 한다.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은 존경을 받고 공정의 가치를 훼손 한 사람은 모두에게 공개되어 스스로 책임지도록 사회기반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공공의 가치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라며 자랑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사안도 사회의 투명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르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기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공공의 가치를 훼손한 사람도 역시 지워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아 누구나 확인할 수 있어 삶의 터전이 투명해지도록 인프라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우발적인 범죄를 제외한 범법자의 기본 심리는 들키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범법행위를 하면 반드시 적발되는 사회시스템을 구축하되 개인의 인권과 생명이 절대적으로 존중받고 보호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사생활은 침해하지 않으면서 개인의 권리는 보장하고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행위는 투명하게 공개되면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의 선한 의지와 양심에 호소하는 시스템에서 개인 욕망의 덫에 걸려 범죄자를 양성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