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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거나, 도망치거나
김다은 대표 이화필라테스  |  kore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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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5.09  16: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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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거나, 도망치거나

“Fight of Flight” 파이트 오어 플라이트라는 표현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외부 상황에 대해 ‘저절로 반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이 “위험”이나 “경계”라고 느끼면, 자율신경계는 즉시 우리 몸의 시스템 중 <교감신경>을 활성화합니다(쉬운 예로, 길을 걷다가 맹수와 마주쳤다고 상상해 보면 됩니다).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동공은 확장되고,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호흡이 가빠집니다. 혈액이 전신의 근육으로 신속하게 산소를 배송하면서, 우리 몸은 싸우거나 도망칠 준비를 하는 것이죠. 그래서 교감신경 반응을 두고 관용적 표현으로 “Fight or Flight”라고 부릅니다. 이 반응은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일어나므로 짧게는 수 초, 길어야 수 분 내에 최고조에 이르게 됩니다.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 배고픔은 느낄 필요가 없으므로, 소화기관의 기능은 급격히 저하됩니다. 사실 모든 혈액이 근육으로 향해도 모자라기 때문에 소화기관에 보내줄 혈액 따위 있을 리 없습니다. 변의 혹은 요의 역시, 지금은 느끼면 곤란한 상황이니 생각조차 나지 않지요. 성적 욕구나 생식기관의 기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몸은 1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것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합니다. 농업혁명은 불과 1만 년 전이니, 우리 몸은 수렵채집인의 그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지요. 수렵채집인에게, <교감신경 활성화>는 일상에서 ‘가끔 일어났다가 금방 해결되는 일’이었습니다. 어쩌다 길을 잃어 무리에서 뒤처졌다거나, 며칠에 한 번 사냥을 나갔을 때나 느낄 법한 일이었죠. 막상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해결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도망에 성공했다면 다시 편안해졌을 테고, 실패했다면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테니까요. 
  매일매일, 일어나서 잘 때까지, 끊임없이 교감신경 활성화 버튼이 눌러지는 날은, 아마 평생 단 하루도 경험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 같은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2024년의 우리는 너무 자주 교감신경 활성화를 경험합니다. 아침부터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빠른 걸음으로 전투적으로 출근해 책상에 앉자마자 상사, 동료들과 불편한 회의를 해야 합니다. 이제 한숨 돌리려나 했는데 전화로 불만 고객에게 쓴소리를 들으며 연신 사과를 드려야 합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어제 제출한 기획안이 반려되어 돌아와 있습니다. 오늘 내로 완성하여 다시 보내야 합니다. 내일이 마감인 업무가 두 개나 남았는데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아직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긴장의 연속입니다.
  만약, 무엇을 먹어도 소화가 잘 안되는 느낌이 들고, 별일도 없는데 숙면을 취하기가 어렵고, 집에 와서도 왠지 긴장이 풀리지 않는 기분이 계속된다면,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된 상태로 너무 오래 지내온 것은 아닌지, 한 번 점검을 해보는 게 필요합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불안하고 왠지 모르게 초조한 마음이 든다면, 얼른 다른 생각으로 그걸 덮어버리기보다는, 그 감정과 가만히 머물러 대면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심리학에서는 모든 감정의 기저에는 욕구(Desire)가 있다고 봅니다. 감정과 대면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자기 내면의 욕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쉼에 대한 욕구, 인정에 대한 욕구, 우월감에 대한 욕구, 안정감과 소속감 욕구... 이런 너무나 원초적이고 중요한 것을 돌보지 않을 때, 우리의 몸은 속부터 병들어 갑니다,
  이렇게 스스로 마음을 돌보는 게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면, 몸을 돌보는 것 또한 도움이 됩니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가 조금 망가졌더라도 다른 하나를 바로 세우면 회복력이 좋아집니다. 하루에 20분 정도 햇볕을 쬐고,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서 먹고, 살짝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향기가 나는 제품으로 느긋하게 샤워를 하는 겁니다. 그러는 사이, 교감신경과 길항작용을 하는 부교감신경이 자율적으로 활성화됩니다. 오늘 밤은 꿀잠 예약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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