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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압두나 카사’를 소개하다.
김윤희 기자  |  kore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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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6.07  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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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압두나 카사’를 소개하다.

 갤러리통큰  정해광 대표

   
갤러리통큰  정해광 대표

아프리카미술은 다양성과 창의성으로 가득한 예술 형식이라 말할 수 있다. 아프리카 지역의 민족들은 다른 문화적 배경과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은 이를 그림과 조각 등의 형태로 표현한다. 아프리카미술은 복잡한 디자인, 생생한 색상과 질감, 독특한 기호 체계를 특징으로 하며, 그들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사회적 의미를 반영한다. 아프리카미술은 약 40,000년 전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시기 이후로도 계속해서 발전해오고 있다. 아프리카미술은 어떤 형태로든 사회와의 관계를 반영합니다. 인종차별이나 혐오와 같은 문제, 정치적 불안정, 전통적인 가치관의 충돌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은 작품에 시각적으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며, 사회 변화를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갤러리 통큰 정해광 대표는 아프리카 작가를 발굴하고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어 이색적인 아프리카 미술가를 소개하고 있다. 

   
 

갤러리 통큰 정해광 대표가 압두나 카사를 만나게 된 것도 우연치고 필연같은 만남이었다. 우연히 들린 갤러리에서 압두나 카사의 그림을 만나게 되었다. 갤러리 관계자를 여러번 만나서 압두나 카사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부탁해도 알려주지 않았다. 정 대표는 작품을 사기 전에 작가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는데, 압두나 카사의 작품을 보는 순간 작품 이전에 그림을 그린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깊어졌다. 35년간 정 대표는 늘 작가를 보고, 작품을 선택했다. 그리고 운은 그를 도와서 숨어있는 좋은 작가들을 많이 발굴했다. 압두나 카사와의 연락은 닫지 않은 채 몇 년이 흘러 친구처럼 지내는 아디스아바바 대학의 아세파 교수와 이야기하던 중 우연히 나온 압두나라는 이름을 듣게 되었다. 바로 아세파 교수의 제자였던 것. 그 자리에서 바로 통화가 이뤄졌고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정 대표는 아프리카 미술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피카소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프리카미술에 담긴 철학적 특성에 그다지 관심이 없이 때문이란다. 그의 기하학적인 그림들은 조형적 관심에서 차용되었을 뿐 왜 인물의 목을 길게 그렸는지, 다리를 길게 그렸는지, 그는 별반 말이 없다. 그러나 이에 관해 압두나는 "목이 길면 하늘, 즉 신에게 가까워질 수 있기에 유달리 목을 길게 그린다고! 긴 다리는 한 발짝의 거리가 보통의 두세 발짝 거리처럼, 오늘을 좀 더 부지런하게 살아야 함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길게 뻗은 팔은 세네갈의 두츠 그림처럼 팔이 길면 어느 사람과도 쉽게 손을 잡을 수 있다."

   
 

압두나 카사는 2019년, 봄에 아빠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동화적인 그림이 많다. 그 내용이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물을 타고 어디론가 가는 아이의 손에 둥근 무언가가 쥐어져 있다. 바로 핸들이다. 그는 묻는다. “만일 자동차에 핸들이 없으면 어떻게 되냐?”고... 압두나는 자기 딸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방향을 잘 잡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동물의 등위에 핸들을 그렸다. 사실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서 방향을 잘 잡아야 하는 것은 단지 어린아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숙제를 아이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날개가 달린 말에도 예외 없이 핸들이 등장한다. 말 등에는 한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타고 있다. 역시 그는 아프리카 작가임에 틀림이 없는 대목이다.

   
 

● 아프리카 특유의 예술적 유전자에 개성을 담은 그림을 그려... 
압두나 카사는 에티오피아 출생의 작가이다. 1978년생으로 35살에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환상적인 느낌을 끌어낸다. 꿈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풀어내어 캔버스 위에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작업한다. 하늘에 다채로운 소리와 함께 터지는 불꽃처럼 그의 그림은 반짝인다. 반짝거릴만한 소재를 사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함이 그의 작품을 감싼다. 
많은 아프리카 작가들이 탈거리, 즉 자동차를 많이 그린다. 압두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그림 속에는 승용차는 물론 버스, 자전거, 기차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어디론가 떠나기를 바라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지닌 유목민의 유전자를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또 다른 탈거리가 등장한다. 코끼리, 말, 낙타 심지어 새는 물론 닭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고 신화 속 유니콘도 등장한다. 동물들의 등 위에는 핸들도 있다. 합리적인 모습이다. 핸들이 있어야 방향을 잡고, 그게 길떠남에서는 중요한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혼자가 아닌 가족도 타고 있다. 압권은 바람에 흩날리는 엄마의 긴 머리카락도 탈거리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그 위에 아이가 룰루랄라 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동화가 된다.

유기적 세계관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그 기저는 현실이 아주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압두나 그림 속에는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아내 곁에서 머리를 다듬어주는 남편과 엄마 다리를 베게 삼아 누워있는 아이의 모습은 평화 그 자체이다. 굳이 말을 안 해도 남편에게 아내는 그리고 아내에게 남편은 ‘힘’ 그 자체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주목할 점이 있다면, 압두나는 딸이 한 명 있는데 그림 속에는 여기저기에 뛰노는 아이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부모도 그랬기 때문이다. 1960년대의 대한민국은 지금의 아프리카처럼 불안정한, 즉 희망이 강하지 않으면 절망에 빠질 수 있었기에 자식의 숫자는 희망의 크기와 비례하는 에너지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어디론가 떠나는 아이들의 표정만큼 그 대상이 되는 사물에도 표정이 보인다. 여러 종이를 오려 붙인 자전거 바퀴 안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보이기 때문이다. 어디론가 떠났을 때 사람만이 기억하는 게 아니라 자전거 바퀴 역시 추억을 담는다는 것이다. 유난히 긴 몸을 한 여자가 빨래를 거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그냥 현실 속 장면(scene)일 수도 있지만, 반복일 때는 뭔가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빨래는 찌든 때에 대한 허무주의가 아니다. 찌든 오늘이 있다면 산뜻한 내일에 도래한다는 것, 언젠가 이루어질 꿈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린 빨래가 태양을 향해 힘차게 펄럭이듯이, 언젠가 삶의 애환도 함께 날아갈 것이라고. 그래서 그림 속 압두나의 빨래는 현실을 향한 힘찬 몸짓처럼 보인다.

압두나의 콜라주는 좀 다르다. 물감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색을 위해 빛바랜 종이를 사용하고, 그 위에 그래픽적 문양을 새겨 놓은 것이 독특하다. ‘동그라미’나 ‘창’처럼 보이는 문양도 의미가 있겠지만, 신문이나 잡지를 사용하는 것도 단순치 않다. 우리나라도 일본 식민지 시절 계몽운동의 한 부분으로 한글 깨우치기가 있었다. 지금의 아프리카는 노인이나 여자들이 글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압두나가 신문이나 잡지를 사용한 것도 글을 깨우치기 바라는 근대성과도 같다. 물론 종이와 아크릴이라는 물성이 다른 두 재료의 충돌을 유도하여 그림을 훨씬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조형적 측면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압두나의 이면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픈 지식인의 소명이 투영됐을지도 모른다.

   
 

<갤러리 통큰 정해광 대표 인터뷰>
Q: 아프리카 작가와 한국 작가의 특징이라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A: 예술 그 자체가 감성의 영역이라 달라도 너무나 달라 뭐라고 꼭 꼬집어서 정의하기는 힘듭니다. 요즘 작가들, 특히 한국 작가들은 예술을 이성의 영역과 결부시켜 개념화하려는 경향이 많다 보니 어느 정도 차이점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죠. 일과 놀이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한국 작가들에게 예술은 작업의 세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니라고 강변하는 작가들도 있겠지만 그림을 보면 답이 보입니다. 아프리카 작가들의 그림은 전투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게으르지도 않고요. 꼭 집어서 이거다 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시대와 사는 배경, 그림의 역사적인 흐름 등에 충분히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Q: 그렇게 만나고 싶던 압두나 작가를 만났을 때 첫 인상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
A: 한눈에 봐도 감성이 아주 풍부해 보였다. 동행한 이가 그의 지도 교수라서 그런지 상당히 조심스러워 보인다. 말도 별로 없고, 말이 끊기면 그림을 그린다. 말을 걸면 응답하고, 말이 끊기면 또 그림을 그린다. 처음이라 서먹해서 그런거라 생각했는데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도중에 말을 걸어도 방해가 된다고 생각지 않는 것 같다. 작품 이전에 서로의 소통을 중시하는 건 여느 아프리카 작가와 별반 다르지 않게 보인다. 그림 그리는 행위가 거창해(?)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그림에 쉽게 동화가 된다. 물론 샤갈을 연상시키듯 몽환적인 색채와 하늘을 나는 사람들 그리고 종이를 여러장 오려 붙인게 흡사 클림트의 디자인적 요소와 비슷해서 그런지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Q: 압두나 작가의 독특한 콜라주와 더불어 압두나 작가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그림을 가득 장식하고 있는 크고 작은 창(window)이 있다. 이 창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닫힘과 열림이라는... 열린 창은 더 나은 미래로 도약하고자 하는 진취적인 의미이자, 자신의 조국 에티오피아와 스스로를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열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닫힌 창은 굴곡진 역사를 딛고 비상하려는 움직임을 읽을 수 있죠. 압두나 작가는 자신의 작품으로 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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