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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봉을 오르며
조성민 교수  |  kore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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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6.20  14: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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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살롱-생활의 지혜)
 
『향로봉을 오르며』
 
조 성 민 박사 (한양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대륙문인협회 이사장)
 
▲백두대간의 최북단, 향로봉
 향로봉은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과 인제군에 걸친 백두대간 봉우리 중 하나로 높이는 1,296m이다. 백두대간 북부를 이루는 이 봉우리는 북쪽의 금강산, 남쪽의 설악산·오대산 등과 이어진다. 이곳은 남한에서 가장 추운지대로 8월 평균기온이 17.5˚C, 2월 평균기온이 영하 14.5°C이며 11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눈이 내린다. 향로봉은 남한에서 오를 수 있는 백두대간 최북단의 민간인통제선 내에 있는 동부전선의 요충지로, 산림보호지역이자 군사시설지역이므로 일반인의 입산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20대는 도전정신을 가져야 함
 10년 전에 향로봉을 관할하는 을지부대의 협조를 받아 군용 지프로 향로봉을 오른 적이 있다. 오래전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어서 부대에서 출발할 때부터 흥분과 더불어 사뭇 긴장도 되었다. 진부령 정상에서 좌회전하여 산 입구로 가서 산림청 직원에게 입산을 허락받았다. 인적 끈긴 향로봉으로 향하는 험한 전술도로를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길을 요리조리 잘 지나가던 지프가 장맛비에 패인 도랑에 빠지자 엔진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빠져나오더니, 또 빠졌다가 다시 나오고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치며 비탈길을 올라갔다. 향로봉을 오르면서 인생을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살아가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혈기가 왕성한 20대에는 도전정신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대에 구축한 도전정신은 평생 동안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도전은 한 살이라도 힘이 있을 때 반복해야 한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경험할 수 없다. 도전은 나이가 아니라 의지로 하는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도전해야 하며, 내가 누구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세상과 소통하며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아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30대는 홀로서기를 해야 함
 비포장 꼬부랑길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몸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지프 안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지난 여름 폭우에 큰 나무들이 길옆에 쓰러져 있다. 이런 와중에도 어떤 나무는 뿌리를 땅에 깊이 박고 강풍을 이겨내 넘어지지 않은 것도 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어떤 고난과 어려움이 닥쳐도 이를 극복하며 쓰러지지 않고 전진하는 것이 30대 입지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30대는 인생에서 기반을 닦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에 몰두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여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홀로 설 수 있다고 마음먹는 순간 용기와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 마음가짐에 따라 일의 성패가 갈리기 마련이다. 경제적 독립을 위해 전문성을 쌓으면서 사회적 기반을 탄탄히 할 뿐만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달려 나가는 열정이 필요하다. 나아가 시련과 고통을 견디는 힘도 필요하다.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40대
 지프가 거북이걸음으로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산 중턱에 이르자, 바리케이드 앞에서 민통초소를 지키는 병사들이 길을 막는다. 검문절차를 마치고 초병들에게 수고하라며 손을 흔들고 올라온 산길을 뒤돌아보며, 40대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삶은 환경 때문에 견디기 힘들어지는 게 아니라 오직 삶의 의미와 목표가 결여 되었을 때 견디기 힘들어지므로, 40대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추구해야 한다. 따라서 목표의식을 가지고 열정을 쏟을 대상을 찾고 활기차게 살아야 한다. 목표는 불타는 욕구와 강렬한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확실한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역할을 하며 확고한 목표에서 끈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노후를 설계해야 하는 50대
 한참을 달려온 지프가 어느새 7부 능선에 올랐다. 산바람이 불며 쉬어가라는 것 같아 지프에서 내리자, 발아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두 팔을 치켜들며 심호흡하자,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가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때 산에 오르며 정상을 목전에 두고 미소 짓얼굴은 만고풍상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50대 성취의 길이라는 메아리 소리가 마음을 두드린다.
 50대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사는 시기이고, 현재의 일을 영위하면서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비중을 줄여가야 한다. 부동산과 같은 경직된 자산에만 투자하지 말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려가야 하며, 퇴직을 앞둔 시기이므로 연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세컨드 라이프를 설계하고 그 안에 내용을 채우고 가치를 만들어 가야 한다.
 
▲삶의 여유를 찾아야 하는 60대
  지프가 9부 능선에 오르자 이 봉우리를 지키는 막사가 반긴다. 지휘관이 산악지역의 여러 상황을 브리핑 하여 진지하게 들었다. 군대막사 시설이 좋아서 엄동설한 추위도 최신식 보일러를 이기지 못한다고 한다. 막사 내에는 이 산에서 직접 뽑아 올린 천연약수를 마실 수 있는 시설이 설치되어 있어서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이곳이 동부전선의 최전방이라는 것이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제반 시설이 훌륭하여 기분이 좋았다. 
 약수가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듣고 60대는 삶의 여유를 찾아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은퇴 후 제2인생을 시작하는 60대의 삶은 행복한 노후를 결정짓는 시기이므로,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건강에 유념하면서 일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행복한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 갈 곳이 있고 오늘을 즐기는 사람이다.
 
▲70대는 마음을 비워야 함
 드디어 향로봉 정상에 발을 딛고, 동서남북으로 펼쳐진 산하를 한눈에 넣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운무가 끼어 금강산 쪽을 덮어버렸다. 정말 눈 깜짝할 시간이었다.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서운한 마음으로 북쪽을 응시하다가, 운무가 시야를 가려 금강산을 볼 수 없었던 것은 욕심부리지 말고 살라는 70대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다. 
 70대는 마음을 비우고 살아야 한다. 욕망과 투지를 앞세우지 말고 살아야 한다. 산을 오를 때 보이지 않던 꽃이 내려올 때는 보이는 것처럼, 위를 보고 올라가지만 말고 좌우도 두루 살피고 베풀며 살아야 한다. 이러한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어나지도 않을 쓸데없는 일을 걱정하지 말아야 하고, 지나간 일을 후회만 하는 과거에 묶여 사는 삶이 되어서도 안 되며, 말을 적게 하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야 하며, 근심은 욕심이 많은 데서 생기므로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
 
 진부령 정상에서 향로봉까지 험한 비탈길을 지프로 오르면서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를 바라볼 때마다, 삶의 여러 가지의 지혜를 가르쳐 준 향로봉이 인생 교실의 스승이라는 걸 알고 감사한 마음을 마음속 깊이 간직했다.
 
 
  조 성 민
한양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법학박사)
대륙문인협회 이사장(시인/수필가)
황조근정훈장 수훈
전)한양대 법과대학/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양대 학생처장/대외협력처장
   국가경찰위원회 위원
   성산효대학원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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