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一心)으로 독립운동을 이끌다

백 초 월 선생

백초월은 1878년 2월 17일 경상남도 고성군 영오면 성곡리 금산부락에서 태어난 백초월 선생은 소년 시절 향리에서 한문을 수학하고, 배움의 탐구열이 용솟음치던 청년기인 1891년에 지리산의 영원사(靈源寺,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로 입산 출가하였다. 출가 후 전국 불교의 힘을 하나로 모아 독립운동을 주도하였으며 민족의식을 하나로 모으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선생의 업적과 가르침에 대해 이달의 독립운동가에서 만나본다.

일심(一心)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하다.

선생은 영원사에서 승려로서의 기본을 배운 후 해인사에서 사미과와 대 교과과정을 이수하였고 불교에서 공부를 정통으로 마친 승려로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대강백, 큰스님의 반열에 오른 지식인, 지성인이었다. 그가 항일 민족운동 대열에 처음으로 참가한 것은 이른바 임제종 운동(1910~1911년) 이었다. 백 선생의 다음 행보로 주목할 것은 1915년에 개교한 중앙학림의 초대 강사로 내정되었다는 점이다. 중앙학림은 오늘날 동국대의 전신으로 강사로 내정되었으나 취임하지 않았다. 왜냐면 출가 본사인 영원사가 화재를 입었기 때문이다. 영원사 재건불사에 동참하기 위해 그는 불사 과정에서 영원사 주지로 취임하여 1917년 11월 재건불사를 성공리에 마쳤다. 용화사에 거주하면서 청주의 재가불자들에게 불교를 가르치면서 나라 및 민족의 현실에 깊은 고민을 하였다. 그러던 중 󰡔화엄경華嚴經󰡕을 탐독하다가, 화엄경의 ‘통만법명일심(統萬法明一心)’이라는 구절에서 그는 일심( 一心), 즉 한마음을 갖고 독립운동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이러한 생각을 구체화시켜 일심회(一心會)라는 비밀 항일 조직체를 만들었으며 그는 우리 민족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하면 나라의 독립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전국 불교도 독립운동을 이끌다.

3․1운동 발발 당시 국내의 동포뿐만 아니라 해외 동포, 기독교와 천도교는 만세운동에 적극 가담하는데 반하여 불교도는 무관심한 것을 개탄한 선생은 상경하여 독립운동을 적극 전개하였다. 우선 중앙학림(中央學林) 내에 한국민단본부를 설치하고, 군자금 모집을 주도하였다. 만해 한용운과 백용성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어 옥중투쟁을 하였을 때, 선생은 전국 불교계를 기반으로 독립운동을 추진하였다. 그는 국내 불교계와 임정을 연결하기 위해 자신의 부하격인 민단본부 학인 승려들을 연락책으로 활용했다. 그는 군자금 모집을 위해 자신이 직접 나서기도 하고, 자신의 특파원으로 중앙학림 학인이며 민단 부원이었던 대상자들을 사찰 및 승려에게 보내 모금활동을 추동했다. 모금된 자금은 자신의 조직원(민단부원)을 통해 상해 임시정부 및 만주의 독립군에 보냈다. 또한 선생은 민단의 부원들을 활용하여 󰡔혁신공보󰡕라는 비밀 소식지를 발간, 배포하였다. 간행은 1919년 7월 이후부터 본격화되었으며 자신을 그 혁신공보사의 사장이라고 내세웠다. 한편, 선생은 임시정부의 경비 지원을 목적으로 인천, 부산, 원산 항구의 관세를 담보로 미국에게 15억 달러의 차관을 신청하였다. 이처럼 선생은 중앙 불교계 항일운동의 중심인물로 등장하였다. 그러면서 그 중심적인 역할로 인해 상해 임시정부와 연결되었다. 3․1운동 직후 국내불교 독립운동에서 백초월의 부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선생은 불교 독립운동의 중추적인 활동을 수행하다 일제에 체포되었다. 군자금 모집의 배후 인물로 지목되어 1919년 12월 2일 일제의 검사국으로 송치되었다. 1920년 5월, 이른바 승려독립선언서 및 의용승군제 추진 사건에 또 다시 백초월선생이 연루되어 일제의 추적을 받은 점으로 보아 일본에서의 3․1선언 사건으로 국내로 압송된 백초월 선생이 정식 구금, 재판까지는 이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선생은 미치광이 노릇을 해서 풀려나지 않았을까 추측되고 있다.

민족의식을 세상에 널리 알리다.

백초월 선생이 추진한 독립운동은 불꽃과 같았다. 일제에 피체되어 당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삶 자체가 고통 그 자체이었지만 독립운동을 지속해야 하겠다는 의식은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그는 조선불교대회, 중앙포교소, 각황사 등에서 강연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면적으로는 독립운동을 준비하였다. 진관사의 후학들에게 불교와 민족의식을 일깨워주었다. 마침내 그는 일제 시선을 피하기 위한 강연을 하면서 일심교(一心敎)라는 항일 이념을 내세웠다. 수차례 일제에 체포되어 갖은 고문을 당하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해온 백초월 선생.

일제의 간악한 고문으로 1944년 6월 청주교도소에서 옥중 순국하기까지 그가 남긴 행보는 민족불교, 대승불교의 구현이었으며 국내 불교 독립운동의 중심이었다. 그가 남긴 교훈을 되새기며 그의 독립운동에 대한 재평가는 지금부터 본격화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