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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와 유가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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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2.30  10: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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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와 유가하락

12월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월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1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0.97달러 하락한 배럴당 65.8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이후 주요 산유국들이 국제 원유시장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이어졌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유럽과 일본의 만성적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진 것도 원인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1분기 유가 공급이 최대치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의 급격한 유가 하향세는 국제 원유시장의 ‘큰손’들이 유가보다는 점유율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원유시장을 지배해온 중동 산유국들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미국 셰일오일 업체를 저유가로 몰아세워 파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1월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생산 쿼터를 하루 평균 3000만 배럴로 동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국제 원유시장이 본격적인 ‘치킨게임’에 돌입한 것이다. 배럴당 생산비용이 높은 미 셰일가스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파워게임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85년 국제유가를 배럴당 31달러에서 10달러까지 내려 다른 산유국과 북해 유전업체들을 굴복시켰다. 하지만 이번에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동은 무모한 도박으로 보인다. 11월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거부했는데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사우디에 버금가는 산유국이자 에너지 수출국으로 변신했다. 미 셰일가스 산업 판도는 국영기업과 석유 메이저가 휘젓는 원유시장과 판이하다. 수많은 민간 기업이 참가하는 자유경쟁시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값을 떨어뜨리면 상당수 셰일가스 업체들이 도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럴당 생산비용이 70달러를 넘는 셰일가스업체는 5%에 불과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의 감산 합의 실패는 시장에 원유 공급과잉 우려를 낳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는 내년 1월 미국과 아시아에 공급하는 원유 판매가격도 인하하겠다고 발표하며 점유율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 셰일 업체들과 미국 정부는 50∼60달러 선에서 유가가 안정된다면 저유가를 감내하더라도 생산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출혈경쟁이 계속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재개할 것이란 점도 유가 하락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이라크는 이달 초 쿠르드자치정부가 내년부터 하루 25만 배럴을 터키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2015년 7월 미국과 이란 핵협상 이후 이란 산 원유마저 풀리면 공급과잉 문제가 재차 불거질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담합으로 초과이익을 누리던 원유·가스 분야에 시장원리가 도입됐다는 점이다. 앞으로 원유가격은 상방(上方)경직성을 띨 수밖에 없다. 사우디가 셰일가스를 무력화시킨 뒤 원유가격을 올리더라도 예전처럼 마음대로 되기 어렵다. 원유가격이 뛰면 폐쇄한 셰일가스 파이프가 다시 열린다. 이제 중동 산유국들이 에너지 패권을 지배하는 시대는 끝물 조짐이다. 이미 그런 징조가 나타난 지 오래됐다. 시리아·이슬람국가(IS)의 내전에도 불구하고 국제 원유시장은 꿈쩍도 안 했다. 원유전쟁은 생각보다 오래갈 수 있다. 가장 아픈 쪽은 러시아와 이란 그리고 이슬람국가(IS)와 베네수엘라 등이다. 저유가가 지속되면 러시아의 푸틴까지 정권 유지가 위험해질지 모른다. 거꾸로 미국은 눈엣가시들을 제거하는 덤 외의 효과를 거둔다. 미국 전체적으로도 저유가는 손해를 보는 장사가 아니다. 정유 업계와 신재생에너지 쪽에는 극약이다. 기업과 가계에 윤기가 돌면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끌어올린다. 동맹관계인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다. 에너지 블랙홀인 중국까지 우호진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셰일가스엔 ‘혁명’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미 경제 회복의 한쪽 날개가 제로금리와 양적완화였다면, 실물경제 쪽에선 셰일가스 덕분에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미국 최대 수출항이 뉴욕에서 셰일가스의 거점인 휴스턴으로 옮겨갔을 정도다. 앞으로 국제유가의 운명은 사우디의 공격에 미 셰일가스업체들이 얼마나 잘 버티느냐에 달렸다. 미국의 약점은 단기간에 대출을 받아 채굴·파이프라인을 증설한 영세 업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석유메이저와 OPEC의 국영석유회사에 게임이 안 된다. 하지만 미 셰일가스 산업은 정부가 아니라 철저히 민간이 주도를 한다. 시장원리에 따라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라는 글로벌 경제의 ‘이중성’도 유가 하락과 관련이 있다. 유럽과 일본의 만성적인 경기침체에다 중국의 경기 부진도 장기화되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 관리자 지수(PMI)는 50.3으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유가 하락이 에너지 비용을 줄여 소비 여력을 늘리면 경제의 선순환이 되겠지만 현재와 같은 구조적 내수 부진 상황에서는 되레 물가상승률을 낮춰 ‘디플레이션의 공포’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 때문에 유럽과 일본은 대대적인 양적완화 카드를 내보이며 경기를 부양시키려 한다. 중국도 기준금리 인하로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경제지표가 살아나면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다. 이는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원자재 시장에 몰려있던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면서 유가 하락을 부추긴다. 최근 세계적 투자그룹인 오펜하이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 달러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유가 하락의 바닥을 언제 확인하느냐 하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단기간에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가를 안정시킬 방안은 공급 과잉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유가 하락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이란과 러시아 등과의 지정학적리스크까지 고려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OPEC 국가들이 원유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갈등 요인까지 감내하면서 출혈경쟁을 이어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쟁점이다. 하지만 유가 하락을 단기간에 멈추기는 어렵다. 내년 1분기는 원유 공급과잉의 ‘피크’가 될 것이다. 이란과 이라크 등의 원유 생산 정상화까지 고려한다면 원유시장의 수급 불균형 문제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저유가는 한국 경제에 엄청난 호재다. 매년 예산(380조원)의 절반인 190조원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국제유가가 10% 떨어지면 우리의 국내총생산(GDP)은 0.27% 늘고 민간소비도 좋아진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4%를 넘는다면 대부분이 유가전쟁 덕분이다. 정부의 저금리와 재정확대보다 훨씬 고마운 축복이다. 세계 에너지 패권구도가 무너지면서 저성장·고령화에 짓눌린 한국 경제에 마지막 기회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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