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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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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01  10: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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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어디까지 왔나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다시 달리기 시작한 가계부채 열차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속도를 한층 더 높였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모두 전년 동기에 견줘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가 6.6%씩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경상성장률(3.3%)의 갑절에 이른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속도보다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뜻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부채 증가 속도가 가팔라진 데는 지난해 8월 주택대출규제(LTV·DTI) 완화와 이를 통해 확인된 정부의 부동산 시장 부양 의지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원료는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였다. 규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영향을 주지만, 금리는 눈앞의 이자에 곧바로 영향을 끼친다. 올해 들어서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더 빨라져, 1월 현재 가계부채(예금취급기관 기준)의 전년동월대비 증가율은 9%에 육박한다. 지난달 초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주요 47개국의 부채를 비교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가계부채 부분을 보면, 네덜란드, 캐나다, 스웨덴, 오스트레일리아 등과 함께 한국을 7대 위험 국가 중 하나로 꼽고 "위험국가의 가계부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맥킨지는 한국의 소득 대비 부채(레버리지) 수준이 조사 대상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남짓 동안 이 비율이 급격히 상승했다는 점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원리금상환금(DSR)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점도 핵심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맥킨지 분석은 새롭지 않지만, 문제의 핵심을 짚는다.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경제의 잠재적 위협 요소로 가계부채를 지목할 때도 같은 지표를 내밀었다. 맥킨지는 지난해 2분기까지 집계된 수치를 토대로 비교 분석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총액은 물론이고 레버리지 비율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더 높아졌다. 맥킨지 기준 위험 신호등은 한 단계 더 올라갔을 개연성이 높다. 정부는 자신만만하다. 금융감독원 이영로 은행감독국 팀장은 매킨지 분석에 대해 "양적 분석만 한 것 아닌가"라고 일축했다. 달리 말하면 가계부채를 질적으로 접근하면 위험도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는 관리 가능한 문제"라는 입장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근거는 이렇다.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소득과 자산이 많은 계층에 집중돼 있다. 상환 여력이 큰 집단에 부채가 쏠려 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부채의 70% 가량이 소득 상위 40%에 집중돼 있다. 정부는 4년 전에 견줘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상품 비중이 0.5%에서 23.6%로, 비거치식 분할상환 상품 비중은 6.4%에서 26.5%까지 늘었다는 점도 강조한다. 은행 자본비율(BIS 비율)도 국제기구 권고치(8%)를 크게 웃도는 13~14%대에 이르고 있어 손실흡수능력도 넉넉하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가계부채가 무서워서 금리 못 내린다는 말은 한은이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잘라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가계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전문가 중 한명이다. 안 교수는 미국 중앙은행이 이르면 6월께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총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향후 금리가 오르게 될 경우 가계부채 문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베이버붐 세대가 매년 80만명씩 은퇴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집담보로 돈을 빌려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론을 펴면서도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신관호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문제는 한은이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인 부채 확대를 제어할 수 있는 도구가 없다는 것"이라며 "대출 규제권이 있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를 위해 금리는 낮추더라도 대출 규제를 강화해 적극적인 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속사정을 깊게 들어보면 정부 이야기도 사뭇 다르다. 금융당국의 핵심 관계자는 가계 소득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을 짚으며, "기획재정부가 밀린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 당국이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범위를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확대하고 상환능력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폭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해 대응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DTI 규제 완화와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가 주택대출 급증으로 이어진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이달에 다시 추가로 기준금리를 낮추자 금융당국도 어떤 형태로든 대출 억제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대출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가 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 부양 성격이 강한 만큼 새로운 대출 억제책도 전반적으로 경기 부양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행될 전망이다. 정부 당국이 현재 우선 검토하는 방안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지방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는 현재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만 적용되는 DTI 규제를 여타 다른 지방에도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DTI(Debt To Income)란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예를 들어, 연간 소득(수입)이 7천만원이고 DTI가 60%라면 총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4천200만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대출을 규제하는 것이다. 통상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 가능 한도를 결정하는 LTV가 부유층에 대하 규제라면 DTI는 비교적 서민들에 대한 규제로 불린다. 즉 소득 등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보면 결국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대출에 제한을 받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금융사들의 DTI 적용사례를 보면 금융사별로 지역별로 격차가 상당하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중 하나로 DTI 적용 대상 지역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총소득과 연간 원리금을 기준으로 보는 DTI에 개인의 상환능력을 좀 더 면밀히 살피는 방안 역시 정부 당국이 검토·추진 중인 대출 억제책 중 하나다. 소득 외에 개인의 연체기록, 자산 및 고용 상태 등 정보를 추가하는 방안, DTI 산정 때 연간 원리금 이외에 조세나 공과금, 과태료 등을 추가·보완해 대출한도에 반영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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