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도근시는 질환입니다”

센트럴서울안과 김균형 원장 (전 가천의대 안과 교수)

 진료실로 대학생 환자 한 분이 찾아 오셨습니다. 진료실로 들어 오실 때부터 매우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어, 초고도근시 환자임을 단번에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평생 안경 벗고 외출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신 그 분은 다른 병원에서 라식이나 라섹 수술이 어렵다고 초고도근시 전문 클리닉을 찾아가 보라는 얘기를 듣고 내원하셨다고 합니다. 검사해 보니 양쪽 눈에 -15디옵터 정도의 굴절이상이 있을 뿐 아니라, 시신경에도 녹내장성 변화가 발견되고, 망막 주변부에는 작은 구멍들이 여러 개 나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런 경우는 시력 교정 수술을 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습니다. 환자분께 그래도 미리 질환이 발견되어서 다행이다 말씀드리고, 녹내장 약물 치료와 망막 열공이 확대되지 않도록 주변부 망막에 레이저 치료를 하고 귀가시켰습니다. 
 한국인이나 중국인 등 동양인에게는 유난히 근시가 많습니다. 근시라는 것은 눈 안으로 들어가는 빛의 촛점이 눈이라는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의 앞쪽에 맺히게 되어, 오목 안경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볼 수 없게 되는 상태입니다. 안경의 두께가 두꺼워질수록 ‘근시가 심하다’고 표현하게 되지요. 근시는 안경 돗수에 따라 -6 디옵터까지의 경도에서 중등도의 근시, -6 ~ -12디옵터까지의 고도근시, -12디옵터 이상의 초고도근시로 나누어 집니다.  
 그 중 ‘초고도근시 (Super-high myopia)’는 좀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초고도근시는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초고도근시는 ‘병적 근시’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실제로 안경 돗수의 이상 이외에도, 눈의 뒷부분인 망막이나 시신경 부분에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에는 망막박리나 주변부 망막 변성, 혹은 근시성 황반변성 등의 질환이 올 수 있습니다. 눈으로 들어온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머리로 전달하는 시신경에는 녹내장이 올수도 있습니다. 초고도근시와 높은 빈도로 동반되는 이러한 질환들은 늦게 발견되는 경우 실명까지도 초래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들입니다. 
 초고도근시에서 올 수 있는 망막질환과 녹내장은 특수한 장비들이 있어야 정확하게 진단해 낼 수 있습니다. 망막질환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직접 눈 안을 들여다 보는 안저검사가 가장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최근에는 진단의 정확도를 높히기 위해 눈 안의 주변부위까지 단번에 촬영할 수 있는 ‘옵토맵’ 광각 안저촬영 검사가 특수클리닉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습니다. ‘눈 CT’라고 불리는 안구 단층촬영 장비가 있으면 아주 작은 근시성 황반변성이나 희귀한 질환인 망막층간분리증까지도 진단해 낼 수 있습니다. 녹내장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시야검사와 ‘눈 CT’검사, 각막두께측정 등 정밀검사로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감별해야 합니다. 
 다행히 이러한 질환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 초고도근시 시력교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고도근시는 라식이나 라섹도 가능하지만 -12디옵터 이하의 초고도근시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레이저로 각막을 절삭하는 수술이 불가능합니다. 초고도근시의 교정을 위해서는 눈 속의 수정체 앞쪽 부위에 ‘안구내 렌즈’ (ICL)라고 불리는 아크릴 재질의 매우 얇은 렌즈를 삽입하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눈 속의 홍채 부분에 ‘아티잔 (Artisan)’ 혹은 ‘아티플렉스 (Artiflex)’라고 불리는 홍채 고정 렌즈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난시가 있는 경우에도 특수한 렌즈를 사용하면 이를 교정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쿠아 ICL’이라고 하는 수술과정을 최소화하면서도 눈 속의 압력 조절을 가능하게 하는 특수 렌즈도 개발되어 있습니다. 
 눈 속 렌즈삽입술을 사용해서 고도근시를 교정하는 경우 개인의 눈 크기에 맞는 렌즈를 정확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안과 전문의가 직접 측정한 결과와 컴퓨터 자동분석 장치 등을 통하여 측정한 결과 등을 종합하여 결정합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경우라도 1개월 정도는 안약을 사용하면서 경과를 관찰해야 합니다. 술 후 매우 드물게는 눈 속의 압력 상승이나 백내장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적절한 치료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라식이나 라섹이 가능한 일반적인 근시와는 달리 초고도근시는 질환입니다. 모든 눈에서 시력교정이 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옵토맵 광각 안저촬영기, 눈 CT 등의 정밀 진단 장비와 녹내장 및 망막 전문가들과의 상의를 거쳐 최종 OK 사인이 났을 때에만 시력교정 전문의가 수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초고도근시는 안경을 벗은 눈의 초점거리가 10cm 안쪽이므로 안경 없이는 정상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수술이 성공적으로 교정이 이루어진 경우 만족도가 매우 높지만, 섬세한 진단 과정이 없이는 제대로 된 치료가 어려운 질환입니다. 초고도근시는 단순히 눈 속에 렌즈만 잘 삽입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단순시력이상이 아닌 것이죠. 그러므로, 다른 동반질환과 합병증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병원을 선택해야 합니다.  
100세까지 건강한 눈을 지키기 위해 알고 있어야 할 것,
“초고도근시는 질환입니다”. 

<필자 소개> 김균형 원장은 초고도근시, 백내장, 녹내장, 망막 질환 등 ‘질환 중심’ 전문클리닉인 센트럴서울안과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가천의과학대학교 안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초고도근시 렌즈삽입술을 포함하여 4000례 이상의 주요 안과 수술을 집도하였으며, SCI급 국제학술지 12편을 포함한 2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오른손과 왼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수술적 재능으로 유명하며, 유럽백내장굴절수술학회, 한중일안과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초청연자로 강연을 맡는 등 대한민국 대표 안과 전문의로서 역할을 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