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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기업지배구조 바뀔 것인가?경영권을 앞에 둔 집안싸움에, 국적논란까지
편집부  |  kore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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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03  14: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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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기업지배구조 바뀔 것인가? 
경영권을 앞에 둔 집안싸움에, 국적논란까지...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이 깊어지면서 국적 논란에 이어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져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그간 재벌가의 형제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권 분쟁은 있어왔지만 롯데의 경우, 일본과 한국이라는 두 나라의 관계까지 걸쳐 있어 국민들의 첨예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총괄회장인 신격호 회장과 형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7월 27일 오전 전세기편으로 일본 도쿄로 건너가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롯데홀딩스 이사회 7명 중 자신을 제외한 이사 6명의 해임을 발표했다. 

신격호 회장이 해임한 이사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도 포함됐다. 신격호 회장 본인 판단에 의한 것이든 신동빈 전 부회장의 설득에 따른 것이든 이번 이사 해임 발표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 격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신동빈 회장과 그 측근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드러났다. 

이에 신동빈 회장도 즉각 대응에 나섰는데 신동빈 회장은 7월 28일 다시 이사회를 소집해 신격호 회장 등의 이사 해임 발표가 이사회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닌 불법적인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신과 쓰쿠다 부회장 등의 이사 해임을 무위로 돌리고 대신 아버지 신격호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을 박탈, 명예회장으로 아버지를 퇴진시켰다. 사실상 신격호 회장에게서 경영실권을 박탈하고 명예직으로 강등시킨 것. 이전까지 말 한마디로 한일 롯데를 호령했던 신격호 회장의 경영 장악력이 많이 쇠퇴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막대한 부 앞에서 대물림되는 가족 간의 갈등 
롯데그룹이 2대에 걸쳐 집안싸움에 휩싸였다. 아버지와 아들, 형과 동생이 막대한 부 앞에서 서로 등을 돌리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롯데의 첫 번째 집안싸움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동생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 라면사업을 놓고 충돌했으며 두 형제는 이후 줄곧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신춘호 회장은 신격호 회장의 만류에도 불구, 1965년 롯데공업을 통해 라면사업에 뛰어들었고 이에 신격호 회장이 진노하면서 둘 사이가 틀어졌다. 결국 신춘호 회장은 형과의 갈등 속에 롯데공업의 사명을 농심으로 바꾸고 계열에서 떨어져 나왔다. 형제간의 앙금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0년 롯데마트가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롯데라면을 선보이면서 형제간 라면 전쟁 2라운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아들 대에서의 갈등은 한층 복잡하다. 아버지와 두 형제가 얽혔다. 아버지와 형이 기습적으로 지주사 이사회에서 동생의 해임을 시도했고 동생이 다시 정식으로 이사회를 소집, 아버지를 이사회에서 배제시켰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 롯데그룹 측에서는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연로한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이용해 무리하게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아버지와 형의 의견을 힘으로 뒤집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격호 회장의 의중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한쪽에 면죄부를 주기 힘든 상황이다.

서로를 일본이름으로, 대화도 일본 말로, 지주회사도 일본에... 롯데그룹을 한국 회사로 여기는 게 이상? 

경영권 갈등 와중에 나타난 총수 일가의 모습은 이 같은 믿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잇달아 공개한 녹취파일, 동영상, 해임지시서 등이 발단이 됐다. 대화는 모두 일본어로 진행됐고 신격호 총괄회장은 두 아들을 동주, 동빈이라는 한국 이름 대신 시게미쓰 히로유키, 시게미쓰 아키오라는 일본 이름으로 불렀다.  이런 부자간의 은밀한 일본어 대화는 일본을 향한 미묘한 국민 정서를 건드렸고 이는 롯데를 향한 국민적인 배신감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도 국적논란에 한 몫 했다. 롯데그룹은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 일본 지주회사가 한국 지주사인 호텔롯데를 통해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 한국 계열사 전체를 장악하는 구조다. 한국 롯데가 일본 회사의 자회사로 묶여 있는 지배구조, 특히 매년 배당금 명목으로 수백 억 원이 일본에 전달됐다는 사실은 "사업은 한국에서 하고 돈은 일본으로 가져가는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냈다. 롯데그룹을 향한 부정적 인식은 최악 수준이다. 최근 건설 중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초대형 태극기를 내걸었지만 인터넷상에는 조롱하는 댓글이 가득하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되냐", "태극기만 내건다고 한국 기업이냐", "한국기업 코스프레" 등 총수 일가에게 느낀 배신감이 그룹 전체를 향한 분노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마녀사냥식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는 반론도 커지고 있다. 

오랜 시간 많은 돈을 한국에 투자했고 일본에서 귀화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해왔다
 이런 국적 논란을 잠재우고자 8월 3일 신선호 사장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신 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면담하기 위해 호텔을 찾았지만, 신 총괄회장이 잠든 탓에 만나지 못하고 되돌아 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며 말문을 연 뒤 "반세기에 걸쳐서 우리나라를 위해서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롯데라는 기업의 국적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너무나 섭섭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 사장은 "많은 돈을 일본에서 벌어서 한국에 투자를 했고, 벌어왔는데 한국 돈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것처럼 말을 하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귀화해달라고 대여섯 차례 요구했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은 절대 그렇게 안한다고 거절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놓였을 때 언론인, 평론가들을 한국으로 보내서 좋게 써달라고 여비까지 줬고 그렇게 반세기를 지내왔다"고 역설했다. 

롯데그룹이 정체성을 의심받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롯데가 ‘피겨 여왕’ 김연아의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를 후원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어 대중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롯데는 2009년부터 일본에서 아사다 마오를 앞세운 초콜릿 TV CF 방영을 했다. 김연아와 라이벌 경쟁이 한창이던 2011년에도 아사다 마오를 적극 후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3일 귀국하면서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발생한다.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말했지만 신동주, 신동빈 형제의 한국어 구사 능력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롯데그룹에 대한 정체성 논란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재벌가들이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는 것은 하루 이틀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롯데그룹의 경우, 한국 사람들이 민감해하는 일본과의 관계성마저 대두되는 바람에 일파만파로 전 국민이 초미의 관심을 가지는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이번 롯데 경영진들이 보인 행동은 그 동안 신뢰를 쌓아왔던 롯데 그룹에 대한 막대한 데미지를 입혔던 건 사실이다. 가족 간의 깨끗하지 못한 경영권 다툼은 한국인의 정서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 문제가 집안싸움에서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 크게 대두되지 않기를 바라며 롯데라는 기업의 정체성과 투명성을 다지는 시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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