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연과의 소통을 전하는 
‘와유산수화(臥遊山水畵)’의 작가  김기나

지난 8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되었던 ‘와유산수(臥遊山水)’라는 주제를 걸고 열린 김기나 작가 개인전을 본 관객들은 현대적 감각의 산수화에 탄성을 자아냈다. 수묵 담채로 그린 산수화에서 산허리에 단청을 연상시키는 오방색의 한지를 혼용하며 독특한 화폭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누구나 거처하고 싶은 정겨운 경치를 통하여 지치고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편안한 휴식과 정신적 생기를 갖게 할 수 있는 산수화를 그리는 것이 꿈이라는 김 작가는 관객들에게 동양정신을 바탕으로 한국적 미감을 담은 작품철학과 메시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거처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생동감있는 산수화를  선보여
김기나 작가의 작품은 신선하고 젊으며 생동감이 넘치는 그림들을 주로 그려왔다. 색한지와 오방색을 소재로 한국적 산수화에 매진해온 그는 편안한 안식처와 같은 고향, 아늑한 그리움이 배어있는 산수풍경을 통하여 그림을 바라볼수록 대중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선사하고 싶다는 말을 전한다. 와유산수라는 의미에 대해 김 작가는 늙어 거동이 불편할 때 젊은 시절에 다녔던 명산(名山)과 대천(大川)의 풍경을 벽에 그려놓고 누워서 즐겼다는 중국 남북조시대의 산수화가 종병(宗柄)의 일화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와유(臥遊)란 몸은 누워있으나 정신이 노니는 것이며 정신이 이르지 못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와유산수는 아름다운 경치 속의 목가적인 마을을 담은 산수화속으로 들어가서 거처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인간 본성에 대한 회복은 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과의 소통이야말로 상생정신과 인성 회복, 상실된 자아에 대한 사유이자 와유정신이라는 그의 철학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즉 자연의 품속으로 돌아가서 누구나 노닐고 거처하고 싶지만 이를 관조할 여유가 없이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사색을 추구하게 하는 와유산수화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 이라 하였다. 관객과 소통을 중시하는 김기나작가는 그의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서 공감을 얻고 주목을 받았던 이유도 그의 산수화가  기존의 관념적인 문인산수화의 동양정신을 바탕으로 두면서도 생동감을 추구하는 현대적인 표현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수묵담채와 색동한지가 어우러진 화폭위에 새로운 화풍을 시도  
산과 골짜기, 바위 등의 소재표현을 전통적인 필묵법에 의한 준법(?法)으로 표현하지 않고 알록달록한 오방색의 한지로 평면적 표현을 한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는 모든 대상의 내면적 정신과 외형적 형세에 대한 골기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동양화의 전형적인 기법이었던 준법을 버리고 평면적인 색한지로 표현한 반추상화의 기법이다.  전통적인 필묵이 아닌 색동한지로서 산의 구조를 파악하고 특유의 색감과 미감으로 표현해 낸 김기나 작가는 파격적인 골법으로 산수화를 표현한 것이다. 그의 산수화는 색동한지의 배색이 주는 한국적인 색채감과 생동감으로 인해 전통적인 수묵의 번짐과 깊이감에서 오는 차분함과 대조되어 색다른 느낌과 신선함을 준다. 색동한지와 수묵담채를 혼용함으로써 현대적 표현을 시도하고 있는 그는 기존 산수화의 전통적인 관념정신에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혀 친근하면서도 서정적인 풍경을 담아냄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산수화의 세계를 구현해가고 있다. 

심상의 세계속으로 이끌어 관객과 소통하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인간의 본성이 황폐해질수록 자연의 순수한 모습에서 정신적 위로와 꿈의 방편을 찾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따라서 자연에서 모티브를 찾아서 표현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김기나 작가는 “원래 산수화는 만리(萬里)의 경치를 지척(咫尺)에 두고 애호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며 “그림 속의 아름다운 경치에 대한 동경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관람객들이 고정된 그림 밖의 시선에서 단순히 들여다보지 말고 작품의 산수경치 속으로 들어가서 시점을 이동하면서 산을 올려다보고 계곡을 굽어보며 다시점에서 시선을 두고 그림을 바라보아야 심상의 세계속으로 들어가서 노니는 와유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관객의 입장에서 의미를  찾아야하는 것이 작품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하는 그는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다가서는 것이 관객과의 진정한 소통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의 와유산수화는 관람객들을 그림 밖의 고정된 위치에 시선을 둔 보행자가 아닌, 그림 속으로 들어가 시선을 이동시키는 와유의 세계를 펼침으로서 누구나 의탁하고 거처하고 싶은 심상을 불러 일으켜 소박하고 정겨운 산수화속의 장소로 진정한 소통을 이끈다.

산수화의 대중화를 향한 새로운 시도와 노력 
김 작가는 전통 산수와 현대적 감각을 작품에 도입하고 이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작가중 하나이다. 잊혀져 가는 전통과 옛 정신을 살리면서 오늘을 사는 작가로서 예술세계를 조화시키고자 하는 그의 산수화그림은 기성세대에게는 어릴 적 꿈, 고향, 그리움을 불어넣었고 젊은 세대들에게 생기와 휴식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산수화는 고루하고 진부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모든 이들에게 편안함과 친밀함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일반적이고 대중화되도록 다양한 모색을 추구하겠다는 그의 포부가 앞으로 주목된다. 

김기나 작가는 공주사범대를 졸업하고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석, 박사과정을 마쳤다.  미술이론에도 조예가 깊어 공주교육대학교, 공주대학교, 전주대학교 대학원등에서 한국미술사, 동양화론 등을 가르쳤다. 군산 시민문화예술회관(2004),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2007),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2015),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2015),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홍콩에서 개최된 2015 Asia Contemporary Art Show(Conrad HongKong)에서 개인전 등 다섯 차례의 개인전과 한중미술교류전, 한국미술협회전 등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 등에 100여회 참여를 하였다. 지금은 한국미술교육학회이사, (사)한국미술협회회원, 전북 군산시 선유도중학교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다. 향후 중국 상해, 싱가포르 등 해외전시와 서울, 전주 등지에서 국내전시 등 활발한 전시계획을 갖고 있는 그가 우리나라의  산천을 특유의 색감과 미감을 담아 한국적이고 독특한 산수화로 세계에 알릴 수 있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