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島 박사 정연철의 고향 이야기-1>

(제천의 상징 의림지)

의림지는 제천을 이야기할 때 떼어 놓을 수 없는 용어로서 제천의 다른 이름이라 하여도 무방한 중요한 상징이다.
그러나 이토록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의림지가 언제 누구에 의해 축조되었는지 아직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의림지의 축조와 관련한 기록을 몇 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의림지를 “우리 나라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저수지로 손꼽힌다. 제천의 옛 이름인 내토(奈吐)·대제(大堤)·내제(奈堤)가 모두 큰 둑이나 제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 이 제방의 역사가 서력기원 전후의 시기까지 오르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세종실록》에는 의림제(義臨堤)라고 표기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음으로 위키백과의 기록을 살펴보자. 여기서는 의림지를 “밀양 수산제, 김제 벽골제와 함께 역사가 오랜 저수지로, 세곳의 저수지 중 현존하며 관개의 제기능을 수행하는 유일한 저수지이다. 삼국사기에 남아 있는 기록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의림지는 우륵이 축조했다는 설과 현감 박의림이 축조했다는 설도 있으나, 삼한시대의 저수지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조선 세종 때와 세조 3년에 정인지가 둑방을 고치고, 1910년부터 5년간 다시 보수를 하였다. 1972년에는 홍수로 서쪽 둑방이 무너졌으나 고쳐 지었다. 1972년 둑방 붕괴때의 조사에서 의림지 바닥에 큰 샘이 있는 것이 밝혀졌다.”고 적혀 있다.

세 번째로 두산백과의 기록을 보자. 여기서는 의림지를 “의림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리시설 중의 하나로, 조성 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삼한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라 진흥왕 때 악성(樂聖) 우륵(于勒)이 개울물을 막아 둑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그로부터 700년 뒤 이곳에 온 현감 박의림(朴義林)이 좀더 견고하게 새로 쌓은 것이라고도 한다.?조선 세조 때 정인지(鄭麟趾)가 체찰사(體察使)로 이곳에 왔다가 3도의 병력 1,500명을 동원하여 대대적으로 공사를 시행했다는 기록 등이 있다.”고 밝혀주고 있다.

이상의 기록에서 보듯이 아직 의림지의 축조에 대한 명확한 규명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세 개의 백과에 공통으로 보이는 내용의 하나가 신라 진흥왕 시기 악성 우륵이 지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부분에 주목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의림지는 그 규모로 볼 때 적어도 5천명 정도의 인력이 동원되어 상당기간 동안 공사를 진행해야 축조할 수 있다. 더구나 삼한시대 혹은 삼국시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의림지의 축조는 왕의 힘을 빌릴 수 있는 상당한 실력자가 축조 사업을 주도해야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추정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 “세조 3년(1457년) 체찰사가 된 정인지가 병사 1,500명을 동원하여 의림질을 크게 보수하였다”는 기록과 “일제시기인 1910년부터 5년 동안 3만여명의 부역에 의해 보수를 하였다”는 기록에 근거한다.

그리고  축조를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우륵에 대하여 살펴보자.
현재 우륵의 출신에 대한 기록은 두산백과의 경우 “우륵은 본시 대가야국 사람으로 가실왕의 총애를 받았으며, 신라 진흥와 12년(551년) 신라에 투항, 진흥왕에게 알려져 하림궁에서 새로이 지은 곡을 연주하였고, 이에 감동한 진흥왕이 국원(國原 : 충주)에 살게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도 “우륵은 가야국 성열현에 살았다고 하면서, 우륵이 태어난 가야국이 어느 가야인지, 또한 가실왕은 가야국중 어느 나라 몇 대 임금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국어국문학자료사전에서도 “우륵은 가야국 가실왕과 신라 진흥왕 때 악사로 활약한 가얏고의 명인으로 가야국 성열현에 살았다고 하면서, 우륵이 태어난 가야국이 어느 가야인지, 또한 가실왕은 가야국중 어느 나라 몇 대 임금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기록하고 있다.
더하여 시사상식사전에서도 “우륵은 본시 대가야국인으로 가실왕의 신임을 받았고, 가야가 멸망한 후 신라 진흥왕 시기에 신라로 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우륵의 출생지가 ‘성열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성열현은 가야국이 아닌 바로 현재의 ‘청풍’을 말하는 것으로 이미 정약용과 신채호 선생이 이러한 사실을 정립하였다. 그리고 신라 진흥왕은 당시의 영역이었던 영남지역을 넘어 제천을 포함한 고구려 10개군을 점령하였고, 이 시기에 청풍 출신의 우륵이 진흥왕 앞에서 청풍체 하림조 음악을 연주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의림지를 축조하려면 상당한 수의 인력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자신의 고향지역인 제천에서 고구려 10개군 지역을 점령한 신라군 수천명을 동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륵이 진흥왕의 신임을 얻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통용되고 있는 의림지 주변지역에 있어서의 우륵당, 우륵대, 우륵단, 우륵정, 우륵샘, 우륵산 등과 같은 용어에서도 의림지 우륵 축조설은 충분히 짐작이 된다고 하겠다.
그리고 우륵이 가야국 혹은 대가야국 출신이라고 주장한 근거는 일제시대 일본인 학자에 의한 것임을 참고로 지적해 둔다.

의림지는 우리의 어린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과서에서 삼한시대 처음으로 축조된 관개수리시설이라고 기술하고 있지만, 정작 그 축조 주인공이나 축조 시기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이다.

고향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은 것이지만, 그 마음을 좀 더 세심하고 깊이 있게 모아 간다면 의림지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도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