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8조 원대 기술 수출로 자신감 얻다
신약 개발로 글로벌 제약업계 시선 집중

120여 년 역사의 한국 제약산업이 새 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바이오시밀러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좁은 내수 시장과 약가 규제, 이로 인한 연구개발(R&D) 투자 한계에도 불구하고 제약회사들의 뜨거운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그 중심에 한미약품이 있다.한국 제약 사상 최대 사건인 한미약품의 ‘8조 원대 기술 수출’은 전 국민의 가슴을 뛰게 했다. 

편집부 정리

세계 제약업계 한국에 주목하다

임성기 회장이 1973년 창립한 한미약품은 의약품 합성기술 개발로 출발해 ‘개량신약’에서 ‘복합신약’, ‘바이오신약’, ‘항암신약’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R&D 전략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 해 말 세계가 한미약품에 세계가 주목했다. 신약기술 수출을 이끌어갈 주력 후보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에 이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지속형 성장호르몬치료제 ‘HM10560A’와 표적항암제 ‘HM95573’가 그 시작에 중심에 있다. 한미약품은 두 신약후보물질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한다. 제약업계들은 한미약품이 어떤 신약을 전면에 내세울지는 관심이 높다. ‘HM10560A’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HM10560A’는 지속형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기반으로 한 한미약품의 6개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중 아직 다국적 제약사로 기술수출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글로벌 제약업계가 ‘HM10560A’에 관심이 쏟을까? 지난해 사노피와 로슈 등 대형 다국적 제약사들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도입한 ‘랩스커버리’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임상 성공에 이은 상업화 가능성이 높다는 일종의 ‘인증’이다. 
‘HM10560A’가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한미약품이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신약 ‘에플라페글라스팀’이 최근 미국 임상 3상에 돌입해서다. ‘에플라페글라스팀’이 임상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다는 소식은 이 약물에 적용된 ‘랩스커버리’ 기술이 그만큼 안정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점을 증명하며 ‘HM10560A’에 대한 기대감도 끌어올렸다.

신약 기술 수출 계약 성과 임직원과 나누다

한미약품이 주목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된 이유가 있다. 바로 지난 1월 초 한미약품은 임성기 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약 90만 주를 임직원 2800여 명에게 무상 증여하기로 발표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다. 
한미약품 임직원들에 대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무상 증여 결정은 지난해 신약 기술 수출 계약 성과를 그룹 구성원들과 나누고 싶다는 임 회장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 임 회장은 “지난 5년간 한미약품은 급격한 영업환경의 변화, 약가 일괄 인하 등의 위기 상황을 힘겹게 헤쳐 나왔고, 적자와 월급동결 상황에서도 R&D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임 회장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흘려가며 큰 성취를 이룬 지금, 그 주역이었던 한미약품그룹 모든 임직원들에게 ‘고마움’과 함께 ‘마음의 빚’을 느껴왔다”고 털어놨다.  
임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나눠주기로 결정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90만 주는 임 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의 약 4.3%, 전체 발행 주식 중에선 약 1.6%에 해당된다. 지난해 12월 30일 종가 12만9000원 기준으로 하면 1100억 원대다. 2800여 명이 받는 월급의 1000%에 달한다. 

한국형 신약 R&D 전략도 업계와 공유할 계획

한미약품은 지난 1월 서울신라호텔에서 제약사와 바이오벤처기업, 연구기관 등 신약 R&D 관계자 600여 명을 초청해 ‘제1회 한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을 열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단순히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발굴하겠다는 목적뿐 아니라 혁신 신약 개발 경험과 노하우, 자본 공유를 통해 한국이 제약강국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이날 포럼은 ‘한국형 신약 R&D 전략’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임 회장이 강조한 한국형 R&D 전략은 ‘개방형 혁신을 통한 국내 제약산업 동반성장’이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의 신약 기술 수출 성과가 우리 제약산업이 새 출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한미약품의 자산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평소에 R&D는 제약산업의 생명이라 얘기해 왔다. R&D 투자가 없으면 죽는다는 철학과 소신, R&D에 대한 그의 집념이 지금의 한미약품을 만든 동력이다.  
임 회장은 국내 제약업계 실정에 맞는 ‘한국형 R&D 전략’을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열쇠로 꼽았다. 임 회장은 연매출 1조 원도 거둬들이기 쉽지 않은 국내 제약사들이 1년에 10조 원이나 R&D에 쏟아 붓는 다국적 제약사를 그대로 좇아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 수 있다고 본다. 혁신 신약 개발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약품이 지난해 거둔 성과는 효율적인 한국형 R&D 전략 덕분이다. 임 회장은 “우리 분수와 현실에 맞는 R&D 전략의 성과여서 자랑스럽고 더욱 값져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을 매년 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이 처음이지만 매년 힘을 모아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로 교류하며 R&D 역량을 합한다면 시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의 성과가 한국에서 글로벌 신약을 내놓을 수 있는 씨앗이 되기를 바라는 임성기 회장. 그가 있기에 유럽의 작은 나라 스위스가 제약강국으로 성장했듯이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도 제약강국이 될 수 있을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