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연재기획(19) 풍수지리 정일균 선생

풍수지리 그 증험적 진실을 밝힌다

잉태의 터도 중요하지만 출산의 터도 이에 못지 않다

증험사례지로 떠나는 풍수기행-2

율곡 이이(栗谷 李珥)의 生家(출산의 터)
율곡의 잉태에 얽힌 설화(說話)

율곡이 잉태한 터 판관대(判官垈)를 풍수지리의 재혈관점에 따라 살펴 본 결과 삼태교구(三胎交?)·우선작혈(右旋作穴)로 이루어진 큰 명당 양택이었음이 밝혀졌다(산도와 간산평은 1월호 참고).
판관대를 건립하여 율곡의 생가(잉태)터를 표지한 것은, 그 아버지 이원수(李元秀)가 평안도의 수운판관(水運判官)으로 재직할 때의 관직의 이름을 빌어서 세운 것이고, 한 동안 지세(地勢)가 뛰어난 강원도 봉평면 백옥포리 판관대마을 인근에서 16여년 간 사는 기간에 율곡을 배태한 집터를 보존하여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필자는 판관대를 뒤로하고 평촌리에 소재한 소설가 이효석의 생가터를 살펴보고 나서, 강릉의 오죽헌을 향하는 길목에 봉평면, 대화면의 31번 도로의 길 섶에 세워진 반정리 효자각을 보면서 문득 ‘율곡의 잉태에 얽힌 설화’를 떠올리었다.
반정땅 주막집은 율곡의 잉태와 관련이 깊어 오늘날까지 그에 얽힌 설화가 전해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 설화의 대강은 이렇다(임학섭 저, 풍수전설, 1996, 인화출판사 참고).
인천에 있던 율곡의 아버지 이원수가 여가를 틈타서 본가로 오던 중 반정에 이르렀을 때 날은 저물고 피로에 지쳐서 하루 밤을 쉬어가려고 길가의 주막집에 여장을 풀었다.
그 날 밤, 일찍이 혼자 몸이 되어 주막을 경영하던 주모의 꿈에 용(龍)이 가슴 가득히 안겨오므로 홀연히 꿈자리에서 일어나 그 꿈을 되새기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주모는 ‘이는 틀림없이 아이를 잉태할 태몽(胎夢)이며 비범한 인물을 하늘이 점지해 준 것’이라는 해몽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혼자의 몸이라 태몽을 실현시킬 방도가 없었다. 주모는 문득 건너방에 묵고 있는 이원수를 떠올린 나머지 여자의 수치심도 망각한 채 그 방문을 열게 된다.
“손님, 저를 물리치지 마십시오.” 애절한 주모의 청에 “이 무슨 해괴한 짓이요. 내 그대를 행실 바른 여인으로 알고 하룻밤 묵으려 했는데….”하고 달랬는데도 주모의 구애는 간절했다. 원수공의 완강한 거절에 막혀 주모는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 무렵 율곡의 어머니 사임당 신씨(師任堂 申氏)는 강릉땅 오죽헌(烏竹軒) 언니집에 머물러 있었다. 역시 하룻밤 꿈에 용(龍)이 가슴 가득히 안겨오는 꿈을 꾸고나서 즉시 귀가하려 하였다. 언니는 며칠 더 머무르기를 권했으나 사임당 신씨는 이를 뿌리치고 그 날로 140리 길을 걸어서 봉평면 본가(本家)에 돌아와 있던 중 마침 원수공이 도착하여 해후의 정을 나누게 된다. 이 때 율곡을 잉태하였다. 그 후 9개월 만에 강릉의 오죽헌으로 이사하게 되었고, 1536년(중종31년) 음력 12월 26일 인시(寅時)에 사임당이 아들을 낳으니 그가 바로 율곡 이이다. 설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그러나 현실성은 물론 실현성도 너무 떨어져 그 전부를 옮기지 않고 개략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원수공이 귀임길에 예의 그 주막에 들러 주모의 간절했던 구애를 그제야 수용하려 했으나, 주모는 원수공의 얼굴에서 귀한 자식을 낳을 상서로운 기운이 사라졌다 해서 그 청을 되려 거절한다. 주모가 “이번 길에 댁에서는 귀한 영재를 얻게 될 것이고, 그 아이의 시주(時柱)는 인시(寅時)가 될 것인바 안타깝게도 다섯 살을 넘기지 못하고 호상(虎傷)을 입게 될 것이다.”고 경고한다. 놀란 이원수가 앞일을 예견하는 주모에게 화를 면할 방법을 애걸한다. 주모의 묘책은 밤나무 천 그루를 심어 적덕을 하라는 것이었다.

예언대로 12월 26일 인시(寅時)에 율곡이 태어나니 원수공은 주모의 예지력에 놀라서 강릉에서 백리쯤 떨어진 노추산에 밤나무 천 그루를 심었다. 승려로 둔갑한 호랑이가 율곡을 데리러 왔다가 천 그루의 밤나무를 보고 호랑이로 환신해 달아나 버렸다. 율곡의 잉태에 따는 설화는 이처럼 구전(口傳)과 문헌으로 인구에 회자되어 왔고, 필자 또한 문헌설화를 인용하여 여기에 소개하게 되었다.
위 설화가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설화는 많은 인구에 회자되면서도 항상 이면에서 머물러야 할 숙명을 지닌다. 율곡의 명성과 업적은 양지에서 햇빛을 받아 역사에 숨쉬고 있지만, 그가 잉태하고 태어난 출태의 이야기는 개개인의 깊숙한 사생활의 이면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어슴푸레한 달빛을 받아 떠돌아 다니는 설화로만 후세에 전해질 뿐이다.
풍수지리에 관한 많은 내용도 정설의 조명을 받아 정사에 남지 못하고, 빛바랜 조명으로 음지에 서성이곤 한다. 전술한 율곡의 잉태에 관련된 설화와 판관대의 내용도 그의 신도비(파주시 향토유적 제6호)에는 남겨져 있지 않다. 다만 판관대만이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에 게재된 것이 전부다. 그 이유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이 분야에 일구월심 탐색과 연구에 진력해온 한 사람으로서 그저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율곡의 잉태에 서린 설화는 그나마 사라지지 않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안개처럼 인구에 깔려져 전해온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 설화는 율곡의 잉태자리가 판관대 자리임을 실증해 주고, 또 귀자를 낳을 부모는 그 행실이 단정 순결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그리고 태몽을 비과학적인 미신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그 예지력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메시지도 담겨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율곡의 잉태에 관련된 설화를 되새기며 대관령 터널을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 사임당 신씨가 만삭의 몸으로 이사한지 얼마 안 되어 율곡을 태어나게 한 오죽헌(烏竹軒)에 당도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옛날의 오죽헌 주위의 모습은 간데없고 관광명소로 뒤바뀌어 생경스럽기만 한 광경들이었다.
오죽헌 뜨락에 올라섰다. 관광인파로 시끌벅적한 틈새로 단아한 고목이 필자를 반겼다. 수십년전 초가로 된 모습은 아니지만 오죽헌(烏竹軒)과 몽룡실(夢龍室)의 편액을 걸치고 자리한 오죽헌이 정겨웠다.
3간 와가의 왼쪽이 그 유명한 몽룡실이다. 그러니까 사임당 신씨가 ‘검은 용이 바다에서 침실로 날아와 아이를 안겨주는 것을 보았다’는 태몽을 꾸었던 방이라서 그렇게 이름 지어진 것이다. 이런 연유로 인해 율곡의 아명(兒名)을 현룡(現龍)이라 지어 불렀다고 전해진다.
이제 율곡의 고고의 성을 터뜨리며 상서로운 지기를 받아 태어난 출태의 터 오죽헌을 심룡·심혈에 의해 분석 평가할 차례이다.

주룡의 용세

오죽헌에 땅기운을 전하여 응결·승기케하는 주룡은, 백두대간에서 곤신맥(서남쪽→동북쪽)을 분맥시키는 곤신봉(1150m)에서 발조한 정맥(正脈)이 수백리를 굽이굽이 뻗어내려 대전동과 난곡동의 경계지역에 수봉으로 솟아오른 태장봉(1100m)을 태조산(太祖山)으로 삼아 건해택맥의 생룡으로 낙맥한 연후에 기복위이를 거듭하며 죽헌동을 거치면서 나지막하게  평지에 내려 앉아 45m의 주산을 앉히고, 여기서 마치 태극룡을 방불케하는 생룡을 거쳐 26.6m의 현무봉에 지기를 응축한 다음 작혈(作穴)을 위한 박환(博換)의 순서에 접어든다.
오죽헌을 둘러쌓은 담장을 끼고 발달한 장원(長遠)의 건해맥(乾亥脈)을 따라 완만한 경사의 맥을 측정하며 1분 정도 걷다보면 진혈을 안내라도 하듯이 건해룡이 끝나는 지점에서 30°를 꺾어 회두처가 나타나고 거기서 경사 5°의 임자(壬子) 비룡맥을 타게 된다. 통천(通天)의 임자룡이 비룡했으니 귀격(貴格)의 용맥이다. 4~5m 거리의 임자룡에서 회두(回頭:용맥이 머리를 돌림)의 맥을 만나 측정하니 간인맥(艮寅脈)이 분명했다.
회두처에서 1m쯤 나아가 7.5° 꺾여 진행하는 인(寅) 투지기맥은 영락없이 율곡이 출생한 몽룡실로 통하는 것이 아닌가. 지기를 탐지하는 엘로드의 반응 또한 충만한 지기를 확인케 한다. 처음 몽룡실 터의 진혈 여부를 변별하기 위해 윗맥(후룡後龍)을 살피던 간산 팀의 일행 16명은 어리둥절 난감한 상황에 부딪혔다. 그도 그럴 것이 오죽헌을 비롯한 주위에 많은 건물들이 들어차 있는데다가 빙 둘러쳐진 담장으로 인해 심룡 심혈의 지표를 쉽사리 설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본에 충실하라!” 간산에 임하는 우리 일행의 기본 방침을 일깨운 뒤 지기(地氣)를 공급해 주는 맥을 찾아 나경으로 정확히 측정한 결과 건해(乾亥)→임자(壬子)→간인(艮寅)→인입혈(寅入穴)의 좌선교구통맥의 재혈 이법에 적중된 대지명당터임이 밝혀졌다(산도 참고).
<산도>에서 보듯이 주룡에서 분지(分枝)된 백호와 현무봉에서 분지된 청룡이 오죽헌 터를 잘 옹위해준다. 또한 백호의 본신안산과 현무봉에서 분지된 주룡의 박환(博換)맥과 백호 사이에서 골육수로 빠져 흐르는 우선수가 혈의 지기를 잘 보전하는 배룡수(配龍水)로서 손색이 없다.율곡의 잉태와 출태(出胎)의 터

율곡으로 하여금 위인의 반열에 든 큰 인물로 태어날 수 있는 천운을 받게 된 지령의 명당은 판관대(判官垈)일까? 아니면 오죽헌일까? 또는 두 곳의 명단 기운일까?
이 질문에 딱히 부러진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마치 인걸지령론의 핵심적 영향이 집터의 기운인가? 또는 묘터의 기운인가?의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나 진배없이 난제 중의 난제이다. 필자가 50여년의 탐구와 경험으로 얻어진 결론은, 잉태의 터가 출태의 터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잉태의 터와 출태의 터가 진혈명당인 경우에 한해서다.
서기어린 땅 기운으로 충만한 집터에서 부모의 합궁에 의해 잉태된 생명은 신령스런 지기를 받은 부부의 음양 조화와 지령의 영향에 의해 큰 인물의 요소를 끼고 10개월 동안 모태에서 자라기 때문에 일생 운세를 결정짓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출태의 터 역시 모태로부터 생명체로서 자주독립하는 순간터에 깃든 지령과 삼라만상의 기(氣)를 체내에 흡입하는 첫 호흡이 시작될 때 명당이냐 아니냐는 매우 중요한 선택이 되는 것이다. 어떤 이는 탯줄을 자르는 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첫 호흡과 출태 순간에 몸을 에워싸는 신체와 그 내부에 퍼지는 지령과 천기가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다. 탯줄의 분리가 신체의 물리적 독립인 반면 첫 호흡과 피부의 노출은 생명과 환경공학적인 독립이기 때문에 그 질적 의미가 다르다. 율곡은 잉태할 때와 출태할 때 모두 상서롭고 맑은 기운을 받았다. 그 터가 모두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서기가 충망한 명당의 양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