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불

                                       김 원

물의 맑음이
보석처럼 이룬것이
어디 한두개인가
푸르른 강
아름다운 눈물
시원한 빗소리

불의 뜨거움으로
우리는 뜨겁게 산다
식음이 없는 열정
따듯한 아랫목과
따듯한 밥
활활 타는 사랑

그러므로
물과 불의 의미는
정확히 동일하다

하나가 되기 위한
절정의 순간
그리고 절정의 생명
물의 바다에서
불들이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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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 원

서럽거나
슬퍼지는것 없어
부초 사이 어스렁이던
액체의 빛덩이가
스을쩍 가슴을 펼 뿐이지

허무의 벽은 아니지
절망의 순간은 더욱 아닐테지
퍼얼쩍 펄쩍 뛰어서
모든것이 살아나고 싶으니

파아란 싹 네 곁에서
오글던 마음 활짝 펴어
마냥 그렇게 울고 웃고 싶으니

새벽 장터 한 복판에
신명난 숫닭이 홰를 치고
걸음마의 꽃구름은 흐른다

넉넉히 피어나고픈
오늘이란 속살의 향기여
새로움의 닻을 바라보는
절대의 , 절대의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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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

                                            김 원

홀로 살아감이
그리 힘든 것만은 아니다
마음 건네고 숨결 보내고
그립다 말하고픈 
어느 한 사람
세상집 한 톨 풀씨로
살아있으면 된다

스산히 저녁놀 스밀 때
풀 한포기 그 눈빛이 그렇고
주인 기다리는 겨울 외투의
따듯함이 그렇다

수없이 많은 독거의 별들이
고적의 빛을 뿌리고 있다
외롭지 마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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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개

                                                 김 원

새벽길에서 만난 
조용한 그는 겨울의 성자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어느 노파의 가게집
소속이며 식솔이다

내 가슴이 
추운 바람에
허한 문풍지로 떨고 있을 때
세상 시름 놓은 양
꼬리털만 하늘 향해
흔들어대니 말이다

싸락눈의 
오늘을 접어가는
노을빛 시간의 돛배 위에
그가 투구 쓴 선장의 위용처럼
홀로의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