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풍수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추영애

유난히 변덕이 심했던 지난겨울을 뒤로하고 계절은 어김없이 봄을 향하니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부드럽다.
봄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생동(生動)’이라 할 수 있으니 “만물이 기지개를 켜다”는 표현이 피부에 와 닿는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점에서 예외일 수 없으니만큼 우리에게 봄이란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봄이면 초목이 싹을 틔우듯 소위 ‘새내기’라고 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발을 내디디게 되는 바 이들을 위하여 풍수적 관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조언하고자 한다.

흔히들 “풍수(風水)”라고 하면 땅에 관련되는 학문으로 묘지(음택)와 집터(양택)를 잡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천지간(天地間) 땅위에 사는 것이 사람이고 ‘인간(人間)’이란 단어 자체가 사람들 사이에서 산다는 의미이므로, 풍수에는 이미 사람 사는 일이 포함되어 있으며 풍수의 개념을 인간관계에도 적용시켜 볼 수 있는 것이다.
양택풍수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본인과 잘 맞는지, 그리고 집안의 공간배치가 본인과 잘 맞는지 등을 살피기 위해서는 자신의 본명궁(本命宮)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이는 쉽게 말해서 “풍수적인 사주팔자”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즉 사람은 각각 태어난 해에 따라 낙서(洛書)와 후천팔괘(後天八卦)에 해당하는 고유의 기운을 받아 태어나게 되는데, 이에 해당하는 구궁(九宮)의 위치를 본명궁이라 하는 것이다.
본명궁은 그 사람이 지닌 고유의 기(氣)가 되므로 이 본명궁과 조화가 되도록 집터를 잡고, 공간을 나누며, 가구를 배치하고, 색깔과 방향을 정하는 등의 풍수인테리어를 하는 것이다.
결국 본명궁의 핵심은 사람의 타고난 기운과 주변 환경을 조화시키는 것이므로 이를 인간관계까지 확대시켜 보는 것이다.

  우선 본명궁이란 태어난 해(年)에 따라 고유한 숫자가 정해지게 되는데, 낙서수(洛書數)와 후천팔괘(後天八卦)에 따라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 감궁(坎宮,?), 북쪽,   水,    흑색, 둘째아들(中男)
2 : 곤궁(坤宮,?), 남서쪽, 土(-), 황색, 어머니(母)
3 : 진궁(震宮,?), 동쪽,   木(+), 청색, 장남(長男)
4 : 손궁(巽宮,?), 남동쪽, 木(-), 녹색, 장녀(長女)
6 : 건궁(乾宮,?), 북서쪽, 金(+), 회색, 아버지(父)
7 : 태궁(兌宮,?), 서쪽,   金(-), 흰색, 막내딸(少女)
8 : 간궁(艮宮,?), 북동쪽, 土(+), 황색, 막내아들(少男)
9 : 리궁(離宮,?), 남쪽,   火,    적색, 둘째딸(中女)
(※ 5는 남녀에 따라 2나 8로 변하므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상의 내용을 인간관계에 적용시켜 본다면, 먼저 오행생극제화에 따라 길흉을 가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본인의 생년(生年)으로 계산한 본명궁이 3이라면 진궁(震宮)에 해당하므로 木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동쪽이 좋고, 청색을 활용하면 길하며, 남녀불문하고 장남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본인(木)과 같은 본명궁을 가지고 있는 사람(木)을 만나거나 본인의 오행을 생해주는 본명궁을 가진 사람(水)을 만나면 서로 상생하는 작용이 있으므로 길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본인의 오행을 극하는 본명궁을 가진 사람(金)을 만나면 기운이 서로 맞지 않으므로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된다.
아울러 본인 스스로도 본인의 의상과 악세사리, 화장 등에 있어서 자신의 본명궁을 생해주도록 코디네이션을 한다면 보다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으므로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동서사택론에 따라 길흉을 가늠해 보는 것이다.
동서사택론이란 자신의 본명궁이 동사명(東四命)이면 동사택(東四宅)에, 서사명(西四命)이면 서사택(西四宅)에 사는 것이 길하다는 것이므로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동사명은 동사명끼리, 서사명은 서사명끼리 만나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사명은 본명궁이 1(감), 9(리), 3(진), 4(손)인 것이고, 서사명은 본명궁이 6(건), 2(곤), 8(간), 7(태)인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본인의 본명궁이 3이라면 동사명에 해당하므로, 같은 동사명의 본명궁을 가진 사람들(1,9,3,4)을 만나면 서로 기운이 상통하여 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덧붙인다면 오행생극제화와 동서사택론의 적용시 음양의 조화를 고려하고 생기, 연년, 천을, 복위 등으로 좀 더 세분하여 길흉을 따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이는 너무 세부적인 내용이 되므로 지면관계상 생략하며, 관심이 있다면 개별적으로 보다 심도 있게 연구 할 것을 권하는 바이다.

  이와 같이 풍수는 집터를 고르고 공간 및 가구를 배치하는 것만이 아닌 사람을 고르고 사람을 배치하는 데에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으므로, 좋은 집으로 이사하여 방 배치와 실내 인테리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풍수적 관점에서 접근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보다 안목을 넓혀 인간관계에도 풍수적 개념을 적용한다면 본인의 “인테리어(코디네이션)”는 물론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인적배치(휴먼네트워크)”의 최적화로 원활한 사회생활의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춘삼월 호시절을 맞이하여 결혼, 입학, 입사 등 새 출발을 하는 모든 사람이 풍수의 개념을 적용하여 청춘남녀는 짝을 찾고, 신입생은 좋은 벗을 사귀며, 신입사원은 훌륭한 상사를 만나 힘차게 사회로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면 이야말로 실용풍수이자 생활풍수의 묘미(妙味)가 아니겠는가?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丙申年 雨水 冠岳小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