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편린들 되새김질…모든 기억을 모든 이와 공유”

“내 작품 주제는 ‘환희’…과거 삶의 흔적을 재현, 현재적 삶과 정서 표현”

성낙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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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상의 추상을 통해 더욱 섬세한 세상을 구상하고, 우주적 근원을 묘사하는 예술혼-. 서양화가 성낙주 화백의 필치엔 그런 간절한 염원이 늘 묻어난다. 시간과 대화하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해체하는 고통스런 작업, 그 끝자락에서 예술대중을 향한 그의 그림말이 잉태되고 탄생하곤 한다. 40여 년, 오로지 창작만을 벗해온 성 화백은 국내 서양화, 특히 추상화의 원로이자 대가다. 그의 술회를 통해, 그토록 갈망해온 무의식 너머 근원의 예술영역을 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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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모교인 동덕여대 최초로 제 12회(1962년)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에 입선, 화단에 발을 디뎠다. 그 후 21회에 이르기까지 그는 국전 입선만 5차례를 거듭하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웠다.
“어려서부터 사실화보단, 추상적인 것, 비구상적인 그림을 좋아했어요. 그 때문에 서양화 중에서도 추상화를 택하게 된 겁니다. 한편으론 오랫동안 섬유공예나 염색, 현대자수, 실크스크린, 직조 등을 해왔던 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성 화백은 “그 덕분에 풍부한 색감과, 남다른 예술적 감각을 익히게 되었다”며 자신만의 남다른 배경을 전했다.

국전 입선만 5차례…어려서부터 미술감각 터득
성 화백이 그간 쌓아온 경륜이나, 숙성된 예술혼은 프로필을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개인전 및 단체전만 13차례에 달한다. 덕원미술관, 모란미술관, 북경2008KASF, 예술의 전당 등 하나같이 쟁쟁한 ‘브랜드’를 자랑하는 것들이다. 코엑스, 워싱턴, 일본, 북경 등지에서 초대전도 숱하게 열었고, 그룹전도 수없이 많다.
당연히 상도 많이 받았다. 국전 입선 5차례를 비롯, 민전 제1회 입선, 연 3차례 구상전 특선, 한성백제미술대전 대상, 뉴아트 미술상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5차례, 특선 2차례 등이다.
그의 예술가적 기질은 타고났다고 해야 할까. 그는 일제 당시 창씨개명도 안할 만큼, 명망있는 독립운동가 가문의 딸이다. 친오라버니인 성낙숭 선생은 경기고. 와세다대학을 나와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독립운동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특히 성 화백의 부친이 수많은 서화를 소장하며 그림을 좋아했던게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어려서부터 미술품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착을 갖게 되었죠. 국내 최초의 화랑인 반도화랑에서 작품도 감상하며 예술적 감각을 키웠어요. 국내 화랑문화의 산 증인이기도 한 셈이죠”
그렇게 국전에 작품을 출품하여 입선까지 되면서 화단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성 화백은 “동덕여대 생활미술과장이었던 장운상 선생께서 함께 기뻐해주시면서 미술인의 길로 걸어갈 수 있도록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며 당시를 돌이켰다.

“나에게 미술은 곧 ‘생명’”
그의 생활철학은 ‘바르게 살자’이다. 그처럼 담백한 모토만큼이나, 반듯한 삶의 방식을 실천코자 하는 결기와 확신이 깃들어있다. 그것이 곧 보람있고 기뻐할만한 삶임을 의심치 않는다. 예술도 그런 시각과 맞닿아있다. 성 화백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픈 메시지도 ‘환희’”라고 했다.
이는 풍부한 색감과 역발상의 감각, 찰나의 행간을 넘나드는 폭발적 영감과 교차한다. 그리곤 그 모든 것들이 다양한 형상으로 으깨어지고 뭉개어져 흘러내린다. 이를 두고 성 화백은 “조선시대 이래 잉태되어 내 안에 내재된 완고한 사상과, 현대문명이 던진 충격과 영감을 회화적 산물로 재생시키기 위해 고심하며 몸부림치고 있다.”고 표현했다.
또한 “수많은 색의 엉킴과 흐트러짐, 유동 등이 자유롭게 역동하며 강렬한 시각적 충격과 흡인력으로 전해온다”며 “이를 통해 밝은 미래와 ‘망가진 꿈’들을 역설적으로 일깨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다. 그에게 미술은 곧 ‘생명’이다. ‘생명’을 미술에서 길어올리는 자신은 “화려한 색채의 마술사”라고 했다. 산다는 것과 삶을 화폭에 고스란히 재현하며, 새롭게 디자인하는 ‘마술사’라고 했다.
“내 작품은 내 삶의 내면의 일기와도 같아요. 살면서 느끼고 의욕하고, 직관하고 생각한 삶의 총체적인 내면적 움직임을 일기쓰듯 그려넣는 것이죠.”
일기가 그렇듯이, 성 화백의 그림도 미리 계획되지 않는다. 짜여진 틀을 거부한다. 순간의 영감을 놓치지 않고, 그 날 그 순간의 내적 움직임에 따라 유동적이며 자유롭게 그려진다. 곧 역동적인 내면의 표출인 것이다. 이를 두고 성 화백은 “그리는 과정에서 순간순간 새롭게 긴장하게 만드는 예술적 충동에 따라 화면이 자유롭게 변화한다”고 묘사했다. 곧 ‘무의식’에 근거한 창조행위와도 같다.
“칼 구스타프 융은 ‘의식이란 무의식의 바다에 뜬 작은 섬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죠. 인간심리에 있어서 무의식의 영역이 그 만큼 크다는 사실을 지적한 말입니다. 무의식은 인간의 행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숨어있는 심리의 근원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화폭을 통해 술회하는 ‘무의식’의 예술혼에서 예술과 현실은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 되레 동일한 맥락에서 출발한다. “곧 과거의 기억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닌, 현재의 시간에서 잊혀진 과거의 흔적들을 복원하는 과정”이라는 성 화백은 “화면은 현실과 시간을 거슬러 아득한 기억의 저편을 꿈꿀 뿐 아니라, 과거와 현실이 한데 뒤섞이는 융합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그 의미를 확장했다.
“화면에선 색조의 급격한 대비로 나타납니다. 이는 현실과 과거, 현상과 본질, 삶의 긴장을 관통하는 메시지의 표출이자, 강렬한 색의 대비를 통한 강력한 율동감의 표현입니다. 즉, 시간의 흐름을 강렬한 색조로 표현함으로써 비구상의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성 화백은 “그래서 세밀한 묘사보다는 화면 전체를 휘어감는 리듬감에 의해 세속적이고 타성적인 세계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시간과 대화가 작업의 핵심…앞으로도 국내외 활동 계속”
화단의 원로로서 성 화백은 그간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신미술대전과 토정미술대전 심사위원. 평화아트페스티벌 운영위원 등 중후한 역할을 맡아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국미협, 송파미술가협회, 전업작가회, 오우회, 구상전 등의 회원이다. 또 뉴아트전 이사, 송파미술가협회 고문, 관악미술협회 자문위원, 관악문화예술인협회 서양화 분과위원장, 한국미협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이기도 하다. 2013년엔 SBS 드라마 <원더풀마마>, <당신의 여자>, <두 여자의 방> 등을 협찬하기도 했다.
해외 활동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4년 가을엔 홍콩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2015년엔 싱가포르, 같은 해 여름엔 미국 마이에미에서 미술전을 열기도 했다. 금년에도 바쁘다. 오는 ‘키아프 미술전’에 참가하는 등 해외전시가 여럿 그를 기다리고 있다.
“내 그림은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기억들에 바탕을 두지만, 시간의 대화가 작업의 핵심입니다. 시간의 대화엔 과거와 현재는 물론, 환상과 실제, 추상과 구상, 시원(始原)상태와 현실상태가 경계를 허물고 얽히게 됩니다.”
성 화백의 말을 빌리자면 이는 “단지 관념의 회상이 아닌, 과거에 묻어있는 삶의 흔적들이 화면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며, 오늘날 나의 삶에 숨겨져 있는 정서가 그대로 표현되고 있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리곤 “시간의 퇴적된 심층의 자리와, 무의식 속에 숨겨져 있는 본연의 모습에 숨겨진 환상과 갈망이란 주제”로 나아간다.
마침내는 이런 노력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모든 기억을 모든 예술대중과 공유하는 것이 그가 하고자 하는 그림말이다. 그의 말마따나 “잊혀진 시간의 편린들을 되새김질함으로써 모든 기억을 모든 이와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프로필 
동덕여자대학 졸업
개인전 15회(덕원미술관, 모란미술관, 중국북경 2008 KASF, 예술의 전당 등) 코엑스, 워싱턴, 일본, 북경 등 많은 초대전 및 그룹전, 단체전 다수 
북경, 홍콩, 상가폴, LA, 마이에미 아트페어 참가
2014 KIAF,  2015 SOAP 참가

수상 
국전 입선 5회 
민전 제 1회 입선 
구상전 특선 연 3회 
한성 백제 미술대전 대상 
뉴아트 미술상 수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2회 

경력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 및 신미술대전, 토정기술대전 심사 
평화 아트 페스티벌 운영위원 역임 

현(現) 
오우회 회장
한국미협, 송파미술가 협회, 전업작가회, 구상전 회원 
창작미술협회-이사.
뉴아트전 이사, 송파미술가협회 고문 
관악미술협회 자문위원 
관학문화예술인협회 부회장 
한국미협 이사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